하느님 화가 납니다.
한 나라의 국정을 농단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아직 세월호의 진실도 규명되지 못했는데
정작 책임자로써의 당사자는 참회하고 회개하고
반성조차 할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사면이라니요.
진정한 사면은 꼬인 매듭을 풀고 숨겨진 진실을 고백하며
역사와 생명 앞에 책임과 참회, 반성과 변화를 통해
주어지는 것임을 깨닫고 겸손히 그 길을 걸어 갈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옵소서.
흐르는 시간 속에서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합니다.
어느 시인은 사랑한 만큼이 삶이라 고백했는데
주님 하나의 매듭과 새로운 출발이 너무 분주해서
잃어버린 생명들을 챙기고 소홀했던 아픔을 돌보는
온전한 사랑을 위한 성찰과 변화의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
굶어보니 배고픈 사람의 심정을 알게 되고
아파보니 통증의 깊이를 약간이라도 헤아리게 되고
추위에 떨어보니 혹독한 기온보다
더 추운시절을 살아가는 이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만져집니다.
주님 아픈 이들의 통증을 손수 만져주시고
질병과 가난과 추위 속에서도 외롭지 않게 하시고
따스한 서로의 온정이 딱딱하게 굳은 몸과 마음과 관계를 녹여
선물처럼 안겨진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살아가게 하옵소서.
지나온 시간들 하루하루 잘 살아올 수 있었던 건
당신의 섬세한 보살핌과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의 눈물어린 기도
자신을 온전히 불태우는 연탄 한 장과 같은
누군가의 사랑과 헌신의 열매들 때문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더 많이 기뻐하고 더 많이 감사하고 더 많이 기도하고
더 많이 사랑하는 은총의 시간들이게 하옵소서.
우리의 길이 되시고 진리가 되시고 생명이 되어주시는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