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사이에서 높은 이용률을 보이던 비대면 진료가 내달 종료된다. 비대면 진료는 현행 감염병 관리법에 따라 ‘심각’ 이상의 위기경보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에서 ‘위기’로 하향됨에 따라 비대면 진료가 종료된다.
보건복지부는 20205년에 노인인구가 인구의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인 의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의료 서비스 제공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2021년 농어업인 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 노인 54%가 의료기관 이동 시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30대 이하의 청년층은 74%가 자가용을 이용해 노인보다 평균 11.3분 의료기관 이동시간을 절약하였다. 농어촌은 비농어촌에 비해 의료기관 이동시간이 평균 6.8분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 취약지역인 강원도이 경우 1인 가구 노인이 교통 문제로 인해 병원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에서 발표한 2022년 강원도 여성 노인 1인 가구의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노인 20.3%가 교통이 불편해서 지난 1년간 병원 진료를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강원도 군 지역의 여성 노인 47.8%가 교통 문제로 병원 진료를 미뤘다고 답해 시 지역 2.8%보다 의료접근성이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이 의료 서비스에 불만족을 겪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보건의료서비스 불만족 이유를 묻는 조사에서 ‘진료 및 입원 대기시간이 길다’가 25.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농어촌에 거주하는 노인의 경우 병원에 오는 시간뿐 만 아니라 진료 대기 시간에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국립대병원 중 서울대병원은 1인당 평균 진료 대기 시간이 74일, 평균 외래 진료시간은 5분이다. 진료대기 시간에 비해 실질적인 진료시간은 턱없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비대면 진료’, ‘재택의료센터’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해왔다. 지난 2020년 2월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기간 동안 정부가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함에 따라 전 연령층이 비대면 진료를 경험할 수 있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의 현황’에 따르면, 총 진료 736만 건 중 만 60세 이상이 288만 건(39.2%), 만 20세 미만이 111.2만 건(15.1%), 60~69세가 127만 5000건(17.3%)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비대면 진료는 젊은 사람의 이용이 높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만 60세 이상의 고령층 이용도가 높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 또는 가족 500명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8%가 ‘비대면 진료 이용에 만족한다’라고 답변했다. 비대면 진료 이용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이용자들은 ‘감염병으로부터의 안전(53.5%)’, ‘진료 대기시간 단축(25.4%)’ 등을 이유로 들었다.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병원이나 의료시설에 방문하지 않아도 집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어 교통 이동의 어려움을 덜 수 있고, 의료진도 다른 업무와 진료 업무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 환자의 진료 대기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농어촌에서 거주하는 노인 사이에서 비대면 진료는 환자와 의사 사이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었다. 현재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지만, 의료 영리화 우려, 안전성 문제 등으로 보류된 상태이다. 내달 비대면 진료가 종료에 따라 비대면 진료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기존에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고 있던 환자들이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정부는 노인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령층의 의료접근성 제고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