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13) 시 쓰기 상상 테마 3 - ⑧ 1인분 또는 1인용을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
시 쓰기 상상 테마 3
네이버블로그 http://blog.naver.com/toll0305/ 28. 상상테마27 - 1인분 또는 1인용을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⑧ 1인분 또는 1인용을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 소재나 모티브가 갖는 특징과 상상 적용 방법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혼자다. 단독자인 셈이다.
인간은 주체적이고 개별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
그런데 혼자라는 감정에 오랫동안 젖어있는 것도 싫어한다.
‘우리’나 ‘식구들’로부터 단절되어 혼자 식사를 자주 하게 될 때,
타인들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당할 때 ‘1인분’과 ‘1인용’은 서러움을 암시해 주는 단어가 된다.
이번 장에선 그런 ‘1인분’과 ‘1인용’ 단어를 활용해 상상을 펼쳐보자.
두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간절함을 내포한다.
그러니 화자나 시적 대상이 가진 간절함에 상상을 입혀보자.
그럴 때 예기치 못한 단어를 붙여보면 상상이 자동적으로 발동한다.
예를 들어 ‘내가 가진 1인분의 어둠’ ‘당신을 부추기는 1인분의 슬픔’ ‘1인분의 노래’ ‘1인분의 아버지’
‘1인분의 가을’ ‘1인분을 위한 당신의 이별’ ‘1인분의 애도’ ‘1인용 후회’ ‘1인용 죽음’
‘1인용 풀밭’ ‘1인용 바람’ ‘1인용 바닥’ ‘1인용 반성’ ‘1인용 눈물’ 등의
구절같이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표현이 만들어지면 시가 자동적으로 샘솟게 된다.
필자의 시를 통해 그 소재가 어떻게 상상과 만나 펼쳐지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자.
방부제
이혼을 했다
오늘부터 토막이다
상하기 전에 투명 봉지에 넣고 밀봉해줘
태연하게 웃으며 싱싱한 척을 했다
3일 내내 비린내가 진동했고
일요일엔 패배자를 위로하기 위해 전도사들이 왔다
제기랄, 혼자 해도 될 기도를 두 손 꼬옥 부여잡고 했다
냉장고엔 유통기한을, 기름통엔 조절 능력을 채워 넣으며
신은 절대 이혼 같은 건 안 한다고 주절거렸다
저녁엔 불순물처럼 놓여 독주를 마셨다
참고 또 참는 방부제가 되고 싶은데
더 이상 썩어 들어갈 비참은 없을 거야, 확신했는데
토막 난 곳에선 피가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비밀번호가 종교가 될 수 없다는 걸
바뀐 비밀번호에 익숙해지면서 깨달았다
―「1초 동안의 긴 고백」, 문학수첩, 2019.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 메시지 분명히 하기+내 시만의 장점 찾기
이혼을 한 화자가 토막 난 1인분의 감정에 쌓여 있다.
이혼한 후에 처음으로 맛보는 ‘1인분의 감정’. 그 감정의 문양을 표현하기 위해 이 시를 썼다.
이혼한 지 오래된 화자의 감정이 아니라 이제 막 이혼한 화자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기에,
괜찮은 척하는 심리와 불안을 조금씩 느끼는 심리를 섞어서 시를 전개해 나갔다.
“태연하게 웃으며 싱싱한 척”을 하며 화자는 “참고 또 참는 방부제가” 되려 한다.
하지만 주변 사물들이나 사람들이 혼자라는 것을 자꾸 부각시켜서 ‘비참’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화자는 “불순물처럼 놓여 독주를” 마시는 것이다.
이 시에 적용된 장점은 냉철한 직관력을 통해 솔직 담백하게 이혼한 화자의 심리를 표출한 점이다.
언술한 내용이 윤리적 발화가 아니라 자의식에 의한 솔직담백한 발화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을 찾기+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이혼한 화자의 존재성이나 심리 상태를 반영한 객관적 상관 현상은 생선 이미지다.
“오늘부터 토막이다 상하기 전에 투명 봉지에 넣고 밀봉해줘 태연하게 웃으며 싱싱한 척을 했다
3일 내내 비린내가 진동을 했고”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잘려나간 생선 이미지가 화자의 상태를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화자가 괜찮은 척을 하고 싶은 심리도 반영했다.
또 하나의 상관물은 방부제이다. 썩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방부제.
그 방부제를 통해 “썩어 들어갈 비참”을 맞이하기 싫은 화자의 심리를 나타냈다.
<3단계> 확장하기 –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기 극적으로 하기
필자는 이혼을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상상적 체험을 통해 이제 막 이혼한 화자의 심리 상태를 상상했다.
토막이 된 듯한 느낌과 괜찮은 척하는 심리,
그럼에도 혼자로 규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자식이 없는 상태의 이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심리가 끼어들지 않게 이혼의 이유를 단 한 마디도 섞지 않았다.
온전히 화자의 심리 상태를 솔직 담백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다.
※ 또 다른 예문 (예문의 내용 기재는 생략함-옮긴이)
· 김미소의 ‘당신의 케리어’ (2019년 《시인수첩》 신인상 당선작)
· 김미정의 ‘1인용 상자’ (《시현실》 2019년 여름호)
· 이기영의 ‘나는 모든 1인분이다’ (『나는 어제처럼 말하고 너는 어제처럼 묻지』, 걷는사람, 2020)
· 주영금의 ‘1인용’ (《열린시학》 2018년 봄호)
<직접 써 보세요>
* 여기서 제시하는 구절을 바탕으로 시 쓰기 3단계를 채워 넣은 다음 시를 한 편 창작하시오.
- 제시 구절:
‘내가 가진 1인분의 어둠’ ‘당신을 부추기는 1인분의 슬픔’ ‘1인분의 노래’ ‘1인분의 아버지’
‘1인분의 가을’ ‘1인분을 위한 당신의 이별’ ‘1인분의 애도’ ‘1인용 후회’ ‘1인용 죽음’
‘1인용 풀밭’ ‘1인용 바람’ ‘1인용 바닥’ ‘1인용 반성’ ‘1인용 눈물’ 등
(이 밖에 나만의 시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다른 구절을 활용해 써도 된다.
꼭 이 구조의 문장을 제목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 시 쓰기 3단계 적용 |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메시지 분명히 하기 + 내 시만의 장점 찾기) |
|
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 찾기 + 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
|
3단계 확장하기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
|
<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하린, 더푸른출판사,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 1.28.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13) 시 쓰기 상상 테마 3 - ⑧ 1인분 또는 1인용을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