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무계획적이고 게으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짜리 딸을 둔 삼십 대 중반의 결혼 8년차 주부입니다. 남편과는 같은 직장에서 만나 친구처럼 서로 믿고 이해하며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무계획적이고 게으르며 움직이는 것을 싫어합니다. 맞벌이 부부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을 제가 하고 남편은 싫은 소리를 하면 마지 못해 짜증을 내며 합니다. 가사 분담이 될리 만무하지요. 육아 때문에 3년째 같이 살고 있는 친정 엄마도 그런 남편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어서 저는 매일 살엄음판을 걷는 기분입니다.
남편은 퇴근 후 차려 준 저녁 식사를 하고 나면 새벽 두세 시까지 텔레비젼을 보다가 소파에 누워 그대로 잠이 듭니다 . 주말이면 밥 먹을때를 제외하고는 소파에서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딸아이 양육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술이 취했을때를 제외하고는 칭찬도 비난도 톡툭 던지거나 특유의 비아냥거림으로 마무리 합니다. 제가 받는 상처란 .....시 부모님의 삶이 시어머니의 일방적 희생과 그 뒤의 잔소리, 넋두리로 이어지는데, 남편도 그 속에서 자라다 보니 지금의 생활 패턴을 유지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혼 초부터 그런 문제로 남편과 많이 싸우고 많은 이야길르 나눴습니다. 아무리 애기해도 바뀌지 않는 남편에게 지쳐 갑니다. 손을 꼭 잡고 웃으면서 걸어가는 노부부를 보면 눈물이 흐릅니다. 나이들수록 그렇게 아껴주며 살아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남편의 만성 우울증이 염려됩니다.
수선화님, 손을 잡고 웃으면서 걸어가는 노부부를 보면 눈물이 흐른다...는 대목을 읽으니 저도 가슴이 아픕니다. 그 눈물이 바로 수선화님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결혼에 대한 환상, 생애 초기에 결핍된 가정에서 꿈꾸어 온 다정한 부모에 대한 환상일 거라 짐닥되어 그렇습니다. 얼마나 간절히 행복한 가정과 다정한 부모에 대한 환상을 가졌으면 아직도 그런 장면에 눈물이 날까 싶습니다.
수선화님이 보시고 눈물을 흘렸다는 그 노부부 역시 평생을 웃는 모습으로만 살아온 것은 아닙니다. 남편은 무거운 책임과 의무감을, 아내는 지난한 이내와 희생의 길을 걸어온 다음에야 비로서 거기에 도달해 있을 것입니다. 그 부부에게도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조절하고, 현실적인 고통을 감수하는 삶이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직시한다면 그들의 모습이 과도하게 미화되어 보이지 않았을 것이고 부러움의 눈물도 흐르지 않을 것입니다.
수선화님은 결혼하실때 친구처럼 서로 믿고 이해하면서, 가사도 육아도 나누어 분담하면서, 손을 잡고 다정하게 산책도 하면서, 서로 아껴주며 사는 결혼 생활을 기대하셨군요....수선화 님의 기대감에서는 결혼에 대한 환상과 함께 거기에 부합되는 이상적인 남편에 대한 환상도 엿보입니다. 그 환상을 현상속에서 실현하기 위해 남편에게 여러가지 역할을 요청하셨을 거라 짐직됩니다.
이상적인 부부 이미지를 거실 벼에 걸어놓고, 가사분담과 공동육아에 대해 결혼 초부터 남편과 많이 싸우고 많이 이야기 하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수선화 님은 친정엄마나 딸과 관계를 잘 맺고, 자신의 욕구를 잘 이해하고, 책임과 의무를 수행하며 적극적인 삼을 영위하시는듯 보입니다. 반면에, 장모, 아내, 딸의 세 여성 사이에서 무력감에 빠진 채 소파에 누워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은 선명하게 대조적 입니다 .그의 무력한 몸 위로 쏟아지는 가족의 무거운 기대와 실망, 잔소리도 엿보입니다. 창밖 세상은 저토록 아름답고 생애는 그토록 즐거운 일이 많은데 그는 왜 인생의 4분의 1쯤을 소파에 누운채 흘려 보내고 있는 걸까요?
누군도, 스스로가 원해서 그토록 무기력하고 즐거움 없는 삶을 살지도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