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초100주년 동문백일장 심사평
백 년의 세월은 가파른 역사적 도정이다.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모교 부석초등학교가 그렇게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여 제1회 동문 백일장대회를 열었으니 감동적인 일이다. 응모작 모두 도비산 상봉과 천수만 푸른 바다를 옆에 끼고 등하굣길을 오가던 추억의 파노라마였다. 저마다 그리운 고향과 모교에 대한 애정이 절절하게 기록되어서 작품들을 읽는 내내 아스라한 추억에 빠졌음을 밝힌다. 타향살이에 문득 모교의 교정이 그리워 모처럼 그 공간을 찾아보면 빛의 속도로 흘러간 유년 시절이 또 사무치게 그리운 것이다.
응모작이 적었음은 아쉬운 부분이다. 본격 작품 활동을 하는 현역 작가 동문들을 제외하고도 0000명의 졸업생 숫자에 비하면 총 18편의 응모작은 아무래도 부족한 편수이다. 특히 청년층 동문들의 응모가 부족하였으니 다음에 행사가 다시 마련된다면 그에 대한 준비도 필요할 것 같다. 모교의 100년사에서 첫 백일장을 열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둔다.
심사 기준은 대략 ‘고향과 모교의 그리움에 대한 구체적 스토리가 있는가’ ‘설정한 주제를 일관성 있게 구사하려 노력했는가’ ‘문장의 문법이 지나치게 어긋나지는 않는가’ 등을 검토하였다. 그렇게 총 4명을 입상자 명단에 넣었다.
52회 이선희 동문은 10살 이후 저녁밥을 지은 기억과 양조장에서 막걸리 받아오던 사연을 생생하게 재생시켰다. 유년시절 아침부터 주전자 막걸리를 받아오다가 성장하면서 자전거에 통막걸리를 받아오는 풍경이 스크린처럼 문에 선하다. 그 시절 우리들 대부분이 겪은 눈부시고 눈물겨운 유년의 사연들을 떠올리며 향수를 그렸다.
45회 모길원 동문은 해당화 핀 백사장과 저잣길 흥정 풍경 검둥개 짖는 소리 등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내었다. 기억이 정확하고 문장력이 돋보인다. 44회 유연화 동문은 시와 수필을 각 1씩 응모했다. 장마철에 장금내 하천을 한 명씩 업고 건네주신 담임선생님에 대한 회고가 아름답다. 사생경시대회, 학예회를 복기해내었고 그 스승을 40여 년 후 다시 해후한 스토리도 감회로웠다. 52회 가충순 동문은 세 편의 시를 보내주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벼운 터치로 나타낸 작품이다. 적돌만, 반딧불이, 청솔모 등 잊혀졌던 단어들이 모처럼 진하게 살아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하여 심사위원들은 수필부문 최우수상으로 이선희 동문의 ‘밥도 하고 술도 받고’가 선정되었고, 우수상으로는 모길원 동문의 ‘고향의 소리’, 유연화 동문의‘그리움을 길어 올리며’ 두 편의 글이 선정되었다. 시 부문에 있어서는 우수상 가충순 동문 ‘검은여’ 모두 4편을 입상작으로 확정하여 올린다.
동문끼리의 작품을 추려서 선발하는 작업이 힘들고 민망한 일이었음도 따로 고백해야 할 것 같다. 초로의 문턱에서 모처럼 응모했으나 입상권에 들지 못하게 됨에 대하여는 송구스럽기도 하다. 유년의 기억들을 주마등처럼 되살려 우리 부석초 동문 모두에게 깊은 사랑을 확인하게 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기왕지사 이러한 기회를 또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폭우와 무더위가 번갈아 몰아치던 2022년 늦여름에
심사위원 강병철 조영희 모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