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謙遜)과 겸허(謙虛)(이태영)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를 의미한다. 그리고 ‘겸허’는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태도'를 나타낼 때 쓴다고 돼 있다. 이렇게 사전적 의미만 보면 구분이 쉽지 않으나, 어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 파악하면 둘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해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을 땐 ‘겸허’를 쓰는데, ‘겸손’은 구체적 행동을 표현할 때에, ‘겸허’는 마음가짐을 얘기할 때에 주로 쓰인다.
또한, 겸손은 표면적이고, 겸허는 내면적이다. 겸손은 누구나 가장할 수 있으나 겸허는 가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겸손한 척한다는 말은 있어도 겸허한 척한다는 말은 없다.
‘주역(周易)’에서 겸허를 뜻하는 겸괘(謙卦)는 커다란 수확을 뜻하는 대유괘(大有卦) 다음에 나온다. 즉, 큰 것을 자진 자는 자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를 지산겸(地山謙)이라 하며 땅 밑에 산이 있음을 상징한다. 땅속에 산이 들어간 모습으로, 마음속에 잘난 척하는 마음이나 남보다 뛰어난 재주 등을 다 감추어버린 형상이다.
《노자》 <도량편>에서 “일체의 만물을 낳고 기르는 하늘과 땅은 영원하다. 어째서 영원한가? 자기가 천지만물을 낳고 길렀다는 생각이 없는 무욕(無慾)과 무신(無身)의 경지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천지의 도를 체득한 성인은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다."라고 했다.
항상 자기를 무위(無爲)와 무욕의 경지에 두어 자기보다 남을 앞세우고, 자기를 남들 뒤에 두는데도 도리어 남보다 존경받는 자리에 서게 되어 자신의 존재가 더욱 두렷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를 낮추는 겸허의 자세, 내가 없는 경지, 조그마한 나를 버림으로써 큰 나를 이루는 성인의 도이다.
따라서, 겸허한 사람은 "항상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에, 마음을 비우고, 생각은 신중하며,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영원히 깨어 있는 사람"이다.
첫댓글 겸손은 표면적이고
겸허는 내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