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는 교활하지만 죽을 때는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머리를 두고 죽는다고 합니다. 일러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하지요. 수구초심이란 여우가 죽을 때 제가 살던 굴이 있는 언덕 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뜻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러나 여우를 연상하면 간사하고 마음을 홀리고 꾀가 많으며 눈치를 잘 보는 교활한 동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매우 교활하고 변덕스러운 여자를 비유적으로 부를 때 여우같다는 말을 씁니다. “아내는 결혼 오년 만에 여우가 다 되었다”는 표현도 있고 아내 보고 “낮에는 토끼가 되고 밤에는 여우가 되라”는 부탁하는 말도 있습니다. 여우가 꾀가 많은 동물이지만 좋은 평판을 받을 동물은 되지 못합니다.
우리는 ‘여우’하면 2차 대전 당시 아프리카를 주름잡던 독일의 명장 롬멜 장군을 일컬어 ‘사막의 여우’라고 부른 역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동맹국이었던 이탈리아가 영국군에게 밀리자 롬멜은 아프리카로 보내집니다. 북아프리카의 사막에서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연전연승한 독일의 유명한 전차부대 지휘관인 롬멜 장군을 연합군은 ‘사막의 여우’라고 부르며 롬멜이 이끄는 전차군단을 두려워했습니다. 아프리카군단은 기갑전차 80대로 영국군 300대를 맞서 싸워 대승을 거두는 등 사막의 전투에서 한 번 도 패한 적이 없는 명장입니다. 롬멜은 아프리카 전선에서 연합군에게 패하고 독일로 돌아옵니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대량으로 살상하자 부하들은 히틀러를 제거하고 롬멜을 다음의 독일 지도자로 지목하는 반역을 모의하는 빌키리작전을 세웁니다. 그러나 이 제거작전이 실패로 돌아가고 발각되어 히틀러가 보낸 게스타포들 앞에서 롬멜은 자신이 가장 아껴 입던 아프리카군단 제복을 입고 아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정원으로 나와 청산가리를 물고 자결을 합니다. 롬멜은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보고 “국가의 기본토대는 정의이며 학살은 인류범죄행위“라고 히틀러를 비난하기도 하였습니다. 히틀러는 롬멜을 존경하며 따르는 장병과 국민들을 생각하여 롬멜의 병사했다는 발표와 함께 국장으로 장례를 치러 줍니다. 롬멜장군을 다룬 전쟁영화 사막의 여우(The Desert Fox:The Story Of Rommel)를 오래 전에 관람하며 과연 위대한 군인이었다는 감복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릅니다.
7월 28일 국회에서는 국정원장 임명을 앞두고 78세의 고령인 박지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갖가지 요직을 맡으며 4선 국회의원까지 지내며 정치적 행운아이자 불사조로 불리는 박지원 후보는 정치9단이자 꾀돌이라고 알려진 바와 같이 이번 청문회를 야당의 갖가지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결정적 한 방이 없는 야당의 집요한 청문을 특유의 어조와 논조로 놀랄만한 방어력으로 돌파하고 여당만이 참석한 가운데 인사청문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하여 청와대로 넘기자 문대통령은 3시간 만에 박후보를 국정원장에 임명하였습니다.
청문 기간 중 야당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의혹은 단국대 편입과정의 학력위조, 친구한테서 빌렸다는 5천만 원 건, 6.15 남북정상회담 직전 이면합의서를 작성하여 30억불을 제공하기로 하였다는 합의서 등 세 가지 큰 이슈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결국 박 후보자의 판정승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뛰어난 정보력과 달변으로 이름을 날린 박 전의원의 치밀한 반격에 야당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정치판의 여우'로 불리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한판승이었습니다.
첫째 학력위조 사건을 질문한 하태경 의원에게는 55년 전에는 하태경의원이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났다는 강공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궁금하면 나에게 묻지 말고 단국대에 가서 직접 물어보라고 기선을 제압하며 역정을 내어 하의원의 입을 막으며 정치9단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관전자들의 혀를 차게 했으며
둘째 “친구한테 빌린 5천만 원을 통장에 갖고 있으면서도 왜 갚지 안했느냐? 정치자금을 받은 거 아니냐”는 공격에는 “친구와 나 사이에 돈을 빌리고 갚던 말든 그것은 개인 간의 대체관계인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방어에 하의원은 더 이상의 공격을 못하였으며
세 번째 적과 내통한 근거라며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30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비공개 합의서에 서명했다”는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증거서류 복사본 제출과 질문에는 “전혀 합의문에 서명을 한 적이 없다. 조작한 거 같다”고 완강히 부인하며 “면책특권이 있는 이 자리에서 말고 국회 밖에서 서류를 보여주면 명예훼손과 허위정보 발표로 고소하겠으니 그리 하겠느냐?”고 역공을 했습니다. 정말 정치9단에나 어울리는 기가 막힌 기습적 역공이었습니다. 그 서류 복사본을 전직 고위 공무원한테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만약 밖에서 주 대표가 발표하고 박 후보가 고발하면 그 사본을 준 당사자가 엄청난 압력과 고통을 당할게 뻔하니 그러하지 못할 것이라는 박 후보자의 계산된 대응공격에 주 대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단한 정치적 수완을 가진 능력자라고 손발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주 대표가 어물어물하니 관전자나 시청자는 그 서류가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만약에 이 서류가 사실로 작성된 것이라면 앞으로 북측이 이 서류 원본을 들이밀며 어떤 요구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만약 합의서 작성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커다란 약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후 벌어질 사실여부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서류원본 조사는 대통령이 명하는 방법밖에는 없으니 이 문제는 여기서 덮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1차 정삼회담때 북에 1달러도 안줬다고 했는데 후에 특검에서 4억 5천만불을 지불했음이 밝혀진 사실을 상기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우리는 조국법무부장관 청문회에서도 박지원의원은 조 장관 딸의 동양대총장 도장이 찍힌 표창장 사본을 보관한 핸드폰을 보여줘서 많은 의원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습니다. 확실히 박지원 원장은 머리가 번개처럼 돌아가는 정치9단이자 ‘정치계의 여우’이자 책사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디 꾀 많은 머리와 책략을 나쁜 방향으로 사용하지 말고 남북관계를 유효 적절히 풀어가면서 통일을 앞당기고 평화를 이룩하는 데 커다란 족적을 남기기를 빌 뿐입니다. 박 원장은 뉴욕한인회장으로 전두환 전대통령 환영위원장을 맡은 전력을 사과하였습니다. 앞으로 약속한 대로 정치에는 일절 관여하지 말고 대공업무와 정보수립에만 진력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사막의 여우인 롬멜장군처럼 한국정치사에서 박수받는 족적을 남기기를 빕니다. 아울러 야당인 통합당은 치밀하게 전술 전략을 잘 세워서 옛날 민주당 같은 시원한 한방을 준비하기 바랍니다.(2020.7.28.) 지산
첫댓글 네 ~작가님,,, 언제나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하여주시니
울작가님 최고야~~ ㅎ
댕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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