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하느님
태풍 링링이 지나가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했습니다. 아침 산책길에 태풍의 흔적들을 만났습니다. 거리에 수북히 쌓인 나뭇잎과 가지들, 숲 입구의 “위험”이라고 쓰인 출입금지 줄은, 지난 태풍 링링이 얼마나 강한 태풍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부러진 나무들과, 떨어져나간 간판, 주저앉은 신호등, 깨진 유리창, 날아가버린 미끄럼틀 슬라이드.... 그리고 수없이 결항 된 비행기들.
잠시 멈추라는 신호같습니다.
잠깐 멈추고, 숨을 다시 고르고,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라는 당신의 음성.
법무장관 청문회로 금요일 자정까지 시끄러웠던 세상,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왜곡인지 깊이 성찰하지 않고 떠들어대는 언론과 무분별한 자기과시의 평가들.
과연 우리는, 우리가 비판하는 것들에 대해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비판 대상에 대한 애정이 있는지 묻게 됩니다.
저 태풍에 나뭇잎의 삼분의 일을 떨궈낸 나무들처럼, 쳐낼 것은 쳐내게 하는 시간들을 거쳐 이제는 고요히 스스로를 살펴보는 시간들을 가졌으면 합니다.
하느님,
존재의 계절, 사색의 계절, 가을의 초입입니다.
태풍이 지나간 이 시간에 스스로를 성찰하고자 당신 앞에 나온 저희 마음에 새로운 마음을 창조해주세요..
한 사람의 열 걸음도 중요하지만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중요하게 생각하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