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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영상문학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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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엽_시 바람-5
지구촌 추천 4 조회 169 18.03.25 12:58 댓글 8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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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8.05.03 17:46

    첫댓글 와우~! 시인님 신작시인가 보네여~

    그 녀석은 뒤를 돌아서서
    서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여자의 향기가 진동했다.

    그럼~ 과연 지금껏 바람 그 녀석의 정체는 뭔가요?
    멋진 시 즐감합니다~ 시인님
    언제나 건필 하시어요^-^

  • 18.03.25 13:10

    바람-1 ~ 박만엽


    언제부터인가 우린 친구가 되었다.
    볼 수도, 보이지도 않는 녀석
    그대의 향기를 날라줄 땐
    단지 코끝을 자극할 뿐...

    가끔은 천지를 뒤집어 놓는
    몹쓸 녀석이기도 하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니
    용기 있는 녀석이기도 하다.

    '사랑한다.'...
    그 한마디조차 못해
    입이 굳어버린 나를 비웃듯
    그 녀석은 울 줄도, 소리도 낼 줄 안다.

    (MAY/17/2009)

  • 18.03.25 13:11

    바람-2 ~ 박만엽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여주는 것은
    그 녀석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늘 한 곳에만
    서 있는 운명을 타고난 우린
    그 녀석만이 움직임을 맛보게 하여 준다

    봄이 되어 꽃을 피우면
    햇빛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온몸을 간질여주고

    늦가을에 잎이 퇴색되면
    가지를 마구 흔들어
    그 추악함을 날려버린다

    가끔 비가 올 때면 목욕도 하지만
    온몸을 말려주는 것도
    그 녀석이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염문을 뿌리는 녀석이지만
    난 온종일 애타게 기다린다.

    (MAY/14/2010)

  • 18.03.25 13:12

    바람-3 ~ 박만엽


    그 녀석은 추운 것도 모른다
    하늘이 감싸주지 못하면
    늘 다른 곳으로 간다
    오직 받기만 하는 녀석처럼

    초라하게 태어나 한 곳에만 자라
    움직이지 못하고 상처만 받던 들꽃이
    벌이 되어 바람처럼 날아간다
    오늘은 이 꽃으로
    내일은 저 꽃으로

    벌이 된 들꽃은 이젠 바람이 되었다
    소박한 꽃으로 되돌아오기엔
    너무 멀리 간 자유로운 바람이 되었다.

    (JAN/19/2012)

  • 18.03.25 13:13

    바람-4 ~ 박만엽


    해먹 위에서
    잠자는 아이처럼
    바다가 잔잔히 일렁이면
    그 녀석은 풍문을 전하려
    이미 떠난 버린 뒤다

    돌아올 땐
    전해준 풍문만큼이나
    그쪽에서 들은 풍문을 가지고 와
    풀어놓기도 하지만
    늘 달갑지만 않다

    내가 죽도록 사랑했던 사람이 아프다고 했다
    한 마을을 이유도 없이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는 믿을 수 없는 녀석이지만
    그 녀석을 따라 그대 곁으로
    황급히 날아본다.

    * 해먹(hammock): 나무 그늘 같은 곳에 달아매는 그물침대

    (MAR/20/2017)

  • 18.03.25 15:05

    시인님 멋진 시 펌합니당~! ㅎ
    건필하세욤^-^

  • 작성자 19.08.21 14:03

    노래
    Where The Angels Fly
    아티스트
    Chris Spheeris
    앨범
    Pathways To Surrender
    YouTube 라이선스 제공자
    SME(Columbia/Legacy 대행); ASCAP 및 음악 권리 단체 4개

  • 19.11.22 17:33

    바람-5 ~ 박만엽


    그 녀석이 강한 회오리를 일으켜
    나를 허름한 창고에 가두어 버리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창고 구석에 사무실로 보이는 곳으로
    급히 몸을 피해 문을 닫아버렸지만
    그 녀석을 막을 순 없었다

    숨이 막힐 듯한 적요가 잠시 흘렀다
    왠지 그 녀석은 순한 양이 되었고
    온몸에 땀이 버짐 피듯 번져나갔다

    그 녀석은 뒤를 돌아서서
    서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여자의 향기가 진동했다.

    (MAR/25/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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