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디테(베누스).
신이나 인간을 막론하고 그 누구나 이 여신의 아름다움에는 속게 된다. 웃음을 사랑하는 신으로, 아무튼 웃음이 있는 곳엔 아프로디테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아프로디테에게 걸리면, 현명한 사람도 그 지혜를 상실한다고 한다. 「일리어드」엔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되어 있으나, 그보다 후대의 시들에선 바다의 물거품으로부터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아프로스란 그리스어로 ‘물거품’을 의미하며 아프로디테란‘ 물거품 일다’의 의미라고 설명되고 있다. 키테라아 섬 가까이에서 태어나 키프루스 섬 쪽으로 표류해 갔다고 전하져, 이 두 섬은 아프로디테로 인해 성지가 되었다. 키테레아 또는 키프리얼의 이름이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호메로스는 그 찬가에서 ‘아름다운 홤금의 여신’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소리치는 바다 위
여린 물거품에 얹힌 그녀를, 하늬바람은
파도에 둘러싸인 섬 키프루스로 나르다.
활금꽃으로 꾸민 사철의 여신들이 즐거이 마중을 나오다.
여신들은 그녀에게 옷 입히고,
신들의 반열게 참례하게 한다.
제비꽃 꽃관을 쓴 키테레아에게
여신들은 모두
그만 놀라움의 눈을 크게크게 떴느니.
로만인의 베누스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녀가 있는 곳에는 항상 아름다움이 있다. 그녀가 있는 곳에 거센 바람은 잠들고 구름은 흩어지고 아름다운 꽃들이 대지를 장식하고 바다의 파도마저 웃음지으며 하얗게 부서진다. 그녀의 모습은 눈부실 정도의 환한 빛에 싸여 있다. 이 여인 없이는 모든 즐거움과 아름다움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신도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트로이 전쟁에선 인간에게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또 후세가 되면, 교활하고 심술궂은 여신으로 나타나 인간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 베누스는 절름발이에다 추남인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으(불카누스)의 아내가 된다.
신목은 도금양, 신조는 비둘기인데 때론 참새, 또는 백조도 신조로 그려진다.
헤르메스(메르쿠리우스).
아버지는 제우스, 어머니는 아틀라의 딸 마이아이다. 그의 모습은 올림푸스의 신들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날래 달린 신발, 날개 달린 모자, 그리고 카두케우스의 신장을 가지고 있다. 우아하면서도 행동이 매우 민첩하다. 주로 제우스의 심부름을 하여,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제 마음대로 하늘을 달린다.
헤르메스처럼 빈틈 없고 날쌘 신도 없다. 아무튼 태어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도둑질을 했다는 ‘도둑의 신’이기도 하다.
새벽에 나타난 그 갓난 아이는
날이 채 저물기도 전에
아폴론의 가축을 훔쳐갔도다.
제우스는 춤힌 가죽을 돌려 주게 하였다. 헤르메스는 자신이 고안해 낸 거북의 등으로 만든 칠현금을 아폴론에게 선물로 주어 요서를 받을 수 있었다. 이것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로 해르메스가 교역과 시장의 신이요, 상인의 수호신이라는 것과 그 어떤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성격과는 맞지 않는 것이지만, 헤르메스는 죽은 이의 영혼을 최후의 집으로 안내하는 엄숙한 길잡이 ‘선도의 신’이기도 하다.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신이다.
아레스(마르스)
군신으로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났다. 호메로스에 의하면 양친 모두 아레스를 싫어했다고 한다. 「일리어드」는 전쟁의 시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등장하는 아레스는 아주 혐오스런 존재로 표현되었다. 영웅들도 때론 ‘아레스의 전쟁을 좋아하는 버릇을 피하는 쪽이 많은 것이다.
호메로스에 의하면, 아레스는 피투성이의 살인을 즐기는 신으로, 사람의 재액이 그의 장난으로 나타난다. 더구나 기묘하게도 겁쟁이로, 상처라도 좀 입게 되면 큰소리를 질러대며 도망을 친다. 그의 가족인 누이동생은 ‘불화’의 여신인 에리스, 아들인 ‘파괴’, 게다가 전쟁의 여신 에니오는 늘 아레스와 함께 다니고 있고, 이 여신에겐 또 ‘공포’, ‘전율’, 공황‘이라는 권속들이 있다. 이 패거리가 무리를 지어 전쟁터를 지날 때, 반드시 아비규환의 수라장이 나타나고 붉은 피는 강이 되어 흐르는 것이다.
그러나 로마인이 말하는 마르스는 아레스와는 좀 다르다. 마르스는 위풍당당하게 눈부신 갑옷으로 몸을 감싸고 있는 군신이다. 로마의 대영웅 시 「아에네아스」에 등장하는 전사들은 마르스의 모습을 보아도 도망치려 하지 않는다. ‘마르스의 명예로운 전쟁터에서 쓰러지는 것을 소망으로 하고 영광이 있는 죽음을 향해서 돌진’하는 것이다. 아레스가 아프로디테의 애인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대체로 아레스는 군신이라는 것 이외엔 그다지 분명한 성격을 가진 존재는 아니다.
이 신을 받드는 도시는 없으나 그리스 동북부의 성격이 거친 사람들이 사는 트라키아 근처로부터 이 신이 왔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 신조다 콘도르라는 것은 아주 안성맞춤이거니와, 개가 신수로 골라진 것은 무슨 까닭인지 밝혀져 있지 않다.
헤파이스토스(불카누스, 물키베르).
불의 신으로 제우스와 헤라의 자식이라고도 하고, 아테나를 낳은 제우스에 대한 보복으로 헤라가 낳았다고도 전해진다. 완전한 아름다움을 갖춘 신들 중에서 헤파이스토스만은 추한 모습으로 절름발이이다. 「일리어드」엔 그가 태어나면서부터 절름발이였기 때문에 헤라가 그를 하늘에서 내던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같은 「일리어드」에서도 다른 부분에선 제우스가 하늘로부터 발길로 차 떨어뜨렸다고도 한다. 이 두 번째 이야기는 밀턴의 시에 의해 잘 알려져 있다.
진노한 주피터의 손에
수정 흉벽으로부터 내던져져
어느 여름날의
아침부터 한낮,
한낮부터 이슬 맺히는 저녁까지 떨어져가
해질녘엔 유성처럼 천문천정에서
에게 섬의 레모노스에 떨어졌도다.
그러나 이것은 훨씬 옛날의 일이었으니, 호메로스의 시에서도 헤파이스토스는 이미 올림푸스를 쫓겨나는 일 따위는 없고, 오히려 올림푸스의 뛰어난 세공사로 이름이 높았다. 그는 대장장이로 훌륭한 갑옷을 만들었으며 신들의 집이며 세간들까지 만들기도 했다. 후일엔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은 화산 밑에 있다고 하였으며, 그 풀무의 불이 분화를 일으킨다고도 알려졌다.
헤페이스토그의 아내는 「일리어드」엔 미의 세 여신(아글라이아, 에우프로시네, 타레이아) 중 하나로 되어 있고, 헤시오도스는 아글라이아라고 하고 있고, 「오뒷세이아」에선 아프로디테라고 말하고 있다.
헤파이스토스는 친절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신으로, 천상과 지상을 막론하고 인기가 있다. 아테나와 함께 시민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이다. 이 두 신은 수공예나 농업에 따르는 기술의 수호신으로, 아테나가 방직공의 수호신이라면 헤파이스토스는 대장장이의 수호신이다. 아이가 성장하 정식으로 시민생활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하는 성인 의식은 헤파이스토스가 모두 관장하였다.
헤스티아(베스타).
제우스의 이동생인데, 아테나나 아르테미스와 마찬가지로 처녀신이다. 그러나 별로 분명한 성격을 갖지 못하고 신화에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가정의 수호신으로, 아이가 태어나면 이 신의 둘레를 돈 후에 가족의 일원으로 허락된다. 또 음식을 먹기 시작할 때와 먹기를 마칠 때는 반드시 이 신에게 제물을 바쳤고, 또 연회가 끝날 때에는 반드시 신전에 술을 바쳤다. 이 여신에 대한 대접을 태만히 했다간 즐거운 연회를 갖는 건 어렵게 된다고 생각되었다.
고대의 각 도시에서는 헤스티아 여신을 위해서 공동의 부뚜마이 마련되어, 그 불은 결코 꺼뜨려서는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새로운 마을이 형성될 때에는 반드시 그 어머니인 도시의 부뚜막으로부터 새로운 도시의 부뚜막으로 불이 옮겨졌다. 로마에선 헤스티아의 부뚜막의 불은 베스탈이라고 불리는 무녀들에 의해서 지켜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