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부락 시인과 시읽기(76)

[본이]

그래 너였어

                              류시경

저녁마다

시치미 떼다가

아침마다 들통나는

아니라고 우기다가

몰랐다고 죄송하다 하는

너의 순수는

도대체 뭐니?

어둠을 살라먹고

토해내는 너의 고백은

해 뜨면 오므리는

나팔꽃 입술

류시경 시인의 「그래 너였어」를 읽습니다. 2인칭 ‘너’는 1인칭 ‘나’와 다른 존재입니다. 다르기 때문에 ‘너’는 ‘나’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배제의 대상이기도 하고 관찰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시, 「그래 너였어」의 ‘너’는 누구일까요. 아침과 저녁이 달라지는 존재입니다. 즉 ‘너’는 이중적인 존재입니다. “저녁마다/시치미 떼다가/아침마다 들통나는”에서 보듯이 아침과 저녁이 다른 인격체입니다. 그리고 “아니라고 우기다가”도 곧이어 “몰랐다고 죄송하다”며 잘못을 인정하는 진실한 인격체이기도 합니다. ‘아침’과 ‘저녁’에 나타나는 ‘너’는 정반대의 인물로 나타나지만 가식과 허위는 아닙니다. 그러면 ‘아침’과 ‘저녁’의 ‘너’는 왜 상반되는 인물로 나타날까요. 이 시에 나타나는 ‘아침’은 ‘시작, 희망, 활기’와 같은 보편적 아침에 대한 이미지가 아닙니다. 이 시에 나타나는 ‘너’의 ‘아침’은 ‘현실’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생활, 삶의 현장입니다. 삶의 현장에서는 ‘나’를 ‘현장 상황’에 적응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침’은 ‘자아상실’의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녁’은 현실에서 ‘나’로 복귀하는 ‘자아회복’의 시간입니다. 다시 말해 ‘이상’을 꿈꾸는 시간입니다. ‘이상’은 어둠(저녁)의 시간이 지나고 “해 뜨면 오므리는” 즉 아침이 오면 체념하고 재빠르게 현실로 돌아오는 “나팔꽃 입술”인 것입다.

여기서 처음으로 돌아가 이 시에 나타나는 ‘너’는 누구인가요? 바로 ‘나’입니다. 다시 말해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나’의 이중적인 삶에 대한 회의와 성찰인 것입니다. 이런 회의와 성찰을 통해 시인은 이상적인 삶의 실천을 끊임없이 꿈꾸는 것입니다.

[박명덕]

나팔꽃
그러고 보니
그런 면이 있네요
잘표현 하셨습니다

[들꽃 장광순]

교수님
고운 글과 해설 고맙습니다.

[꿈하늘]

교수님 시평이 멋집니다
꿈보다 해몽이 훨씬 인간답게 느껴지듯이 말입니다.
시평대로 우리도 회의와 성찰을 통해 성숙에로 나아갈 수 있겠지요
평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