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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엔 남편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I talked a lot with my husband last night.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남편이 생각하는 것이 많이 틀리다.
What I'm thinking and what my husband is thinking are a lot different.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
I feel sorry for my husband.
나는 직장생활을 잘 하지 못한다.
I'm not very good at my job.
가는데마다 사람들과 문제가 생긴다.
Every time I go, I get in trouble with people.
무엇때문에 이렇게 되는 것일까?
What makes this happen?
나는 직장생활한 기간도 짧고 다른 직장을 들어가도 적응하지 못해 끝내 그만두게 된다.
I have a short period of working life and I can not adjust even if I go to another job.
왜 그럴까? 담배 때문일까?
Why? Is it the cigarettes?
나는 살기 싫다.
I do not want to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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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self, 自己)
입장에 따라 너무나 다양하게 사용되는 자기
심리학에서 자기는 매우 흔한 표현이다. 보통 문장부호 하이픈과 함께 자신과 관련된 다양한 개념으로 등장한다. 예를 들자면 자아존중감(self-esteem), 자기효능감(self-efficacy), 자기실현(self-actualization),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등이다. 과학적 심리학에서는 자기를 ‘스스로’라는 의미로 사용하면서, 자신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자기 개념(self-concept)과 동일하게 사용한다. 하지만 심층심리학에서 자기는 주로 무의식과 연관되어 있다.
심층심리학에서 자기라는 표현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론은 대상관계이론과 자기 심리학이다. 대상관계에서는 ‘자기’와 ‘대상’의 관계를 언급하고, 자기심리학도 ‘자기’를 이론의 중심에 놓는다. 그렇다면 이들의 ‘자기’는 독창적인 것일까, 아니면 프로이트에게 나온 것일까? 프로이트는 자기(selbst, self)라는 표현보다 자아(ich, ego)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프로이트에게 자아는 초자아와 원초아와 함께 성격의 구성물인 동시에 개인적 경험을 의미하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영어로 번역 되면서, 자아는 개인의 경험과는 무관한 성격의 구조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후기 정신분석가들은 관계적인 측면을 설명함에 있어서 ‘자아’개념이 부적절하다고 느낀 나머지 ‘자기’개념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들에게 자기란 무의식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게 하는 개인의 모든 경험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융은 분석심리학에서 판단 주체로 활동하는 의식의 구조물인 ‘자아’와 마음의 원동력이 되는 집단 무의식의 구조물인 ‘자기’를 명확히 구별했다. 융은 자기가 자아에게 끊임없이 자기실현을 요구한다고 주장했으며, 자아가 자기의 요청을 깨닫지 못할 때 온갖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융에게 정신장애(이상심리학 참조)란 자아에게 자기실현을 요청하는 자기의 신호인 셈이다.
자기실현이라는 표현은 융 이외에도 인간주의 학자인 로저스나 매슬로가 사용했지만, 이들에게 자기실현이란 인간이 타고난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것이며, 자기실현을 위해서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노력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자기실현 자체가 그렇게 고차원적이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과 결정을 신뢰한다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에 융에게 자기실현이란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위치한 자기의 요청으로, 평생을 노력해도 이루기 힘든 과제다. 심지어 융은 자기를 표현할 때 ‘내 안의 신(神)’이라고 하면서 신비함과 무한한 가능성을 강조했다. 두 자기실현 사이에는 분명 공통점이 존재하지만 자기라는 개념을 다르게 잡고 있기 때문에 자기실현에 대한 해석이나 방법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다양한 관점과 이론들의 집합체인 심리학에서는 자기의 개념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단지 표현이 같다고 의미까지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이론의 틀에서 맥락에 맞게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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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심리학(self psychology , 自己心理學)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에 의해 체계화된 심리학 이론.
하인츠 코헛이 자기애성 인격 장애 환자의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연구했다. 그는 이 부류에 속하는 환자들에게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발견하고, 고전적 정신분석 이론을 보완하여 자기애성 인격 장애 환자들을 위한 치료 모델로 자기심리학을 연구했다. 그는 <자기의 분석(The analysis of the self)>(1971)을 펴내서 이를 이론화했으며, 미국의 임상사례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정신분석학의 하나로 각광을 받았다.
코헛은 환자 자신의 관점에서 인격 장애 환자들의 문제를 관찰하고자 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에 의해 창시된 고전적 정신분석 방식이 환자의 주관적 경험과 내적 현실을 관찰하는 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따라서 치료자는 환자 자신의 관점에서 경험을 이해하고 환자의 자아를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기의 재건(The restoration of the self)>(1977)을 통해 고전적 정신분석 이론을 대체할 새로운 심리학이 필요함을 주장하면서, ‘자기’라는 개념을 자발적인 능력을 갖춘 독립적인 존재로 간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심리학은 '건강한 자기'라는 개념을 전제한다. 건강한 자기는 부모와의 관계에 의해 형성되는 야심-재능-이상에 의해 완성된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가 결여되거나 부족할 경우 정신병리적 현상이 나타난다. 자기심리학은 이 손상된 부분에 대해서 탐구해나가면서 치료를 진행한다. 자기심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자기대상(self object)이다. 개인이 타인을 자신의 한 부분으로 체험하는 현상을 말한다. 성장과정에서 적절한 자기대상화가 이루어질 경우 안정적인 자기구조가 형성되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병리적 현상을 보인다.
코헛은 자기대상의 욕구를 세 단계로 나눈다. 이상적 자기대상 욕구(idealizing self object need)는 강력한 부모와의 심리적 일체화를 통해서 자신을 형성한다. 어머니나 아버지를 이상적인 대상으로 생각하는데, 부모가 이에 적절한 모델 역할을 할 때 아이는 이를 내면화시켜서 이상적 자기(idealized self)를 형성한다. 반영적 자기대상 욕구(mirroring self object need)는 자신이 하는 행위를 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한다. 부모가 아이의 성취행동을 지지하고 칭찬하면 아이의 자기존중감이 형성된다. 동반적 자기대상 욕구(twin ship self object need)는 아이가 타인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욕구이다. 부모나 친구, 롤 모델의 복장이나 행동을 따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원초적인 유아적 거대 자기와 이상화된 부모가 각각 포부와 이상이라는 성숙한 성격 구조로 통합되지 못하고 억압되거나 분열된다. 거대 자기나 이상화된 자기 중 하나에 결함이 있다면 다른 쪽 축을 강화함으로써 결함을 가진 축을 보상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진다. 코헛은 두 축 모두에서 결함이 있을 때에만 자기애적 고착이 일어난다고 보았다. 여기서 병리적 자기애란 자신에게 비현실적인 요구를 부과하는 모습, 다른 사람들의 갈채에 대한 지나친 의존, 빈약하거나 질이 낮은 대상관계, 자신에게 특별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 끊임없는 완벽의 추구, 다른 사람들에 대해 염려하거나 공감하거나 사랑하지 못하는 무능력 등을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심리학에서는 이 세 가지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자기애적 인격장애의 병리현상이 나타난다고 본다. 인격 장애 환자는 치료자를 자기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자기의 심리적 상황에 공감했다고 믿는 상태를 자기대상 전이(self object transference)라고 한다. 치료자는 환자에게 자기대상 전이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치료자와 환자 사이에 형성되는 정서적 연대감이 자기대상 연대(self object tie)이다. 치료자와 환자 간에 공감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 자기대상 연대는 무너지고 환자는 자기애적 분노를 보이면서 치료가 불가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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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심리학(abnormal psychology, 異常心理學)
정신장애의 증상과 원인을 다루는 심리학
이상심리학은 심리학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업 중 하나다. 이상심리학에서는 누구든지 겪을 수 있는 우울이나 불안부터 정신분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신장애의 증상과 원인을 다룬다. 수업을 들으면서 ‘혹시 내가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고민에 빠져보지 않거나, 가족과 친구들에게 어설픈 진단을 하다가 쓴소리를 들어보지 않은 심리학과 학생은 없을 것이다.
이상심리란 무엇인가? 정신병리는? 그리고 정신장애는 또 무엇인가? 우선 용어를 살펴보자. 학부에서는 이상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주요 정신장애들을 개략적으로 다루지만, 대학원에서는 정신병리학(psychopathology)이라는 이름으로 심각한 정신장애를 자세히 다룬다. 이런 면에서 정신병리학은 이상심리학의 고급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용어는 출발점과 배경이 다르다. 우선 이상심리는 정상심리(혹은 일반심리(일반심리학 참조))에 대응하는 말로 심리학에서 나온 개념이고, 정신병리는 정신건강에 반대되는 말로 의학에서 나온 개념이다. 이는 단지 심리학과 의학의 차이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를 바라보는 중요한 관점의 차이, 철학의 차이이기도 하다. 심리학에서는 이상과 정상을 연속선상에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으나, 의학에서는 육신의 질병처럼 마음의 문제도 정신 질환(mental disease, illness)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정신분열(schizophrenia)을 예로 들어보자. 정신분열증이라고 해야 하는가, 아니면 정신분열병이라고 해야 하는가? 심리학 서적에서는 보통 정신분열증이라고 하지만 정신의학 서적에서는 정신분열병이라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정신분열을 하나의 단일 질병이 아닌 증후군(syndrome)으로 보고 ‘증(症)’이라는 표현을 쓴다. 증후군이란 다양한 증상(symptom)과 징후(sign)의 집합을 의미한다. 반면에 의사들은 이를 ‘병(病)’이라고 표현한다. 물론 모든 심리학자와 의사들이 그런 것은 아니며 개인마다 다른 입장을 취할 수는 있다.
이처럼 용어의 문제는 중요하지만 해결이 어렵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표현을 생각해냈는데, 바로 정신장애(mental disorder)다. 질서(order)에서 벗어난 무질서(disorder)라는 개념은 이상심리와 정신병리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용어의 문제를 뒤로 하고 이제 정상(normal)과 이상(비정상, abnormal)의 구분, 즉 정신장애의 기준으로 넘어가보자. 시쳇말로 누가 ‘미친 사람’인가? 이는 오랜 논쟁거리로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며 또 앞으로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신체는 아프다거나 병에 걸렸다는 기준이 명확하지만 정신의 영역에서는 그렇지 않다. 정신장애의 판단 기준은 다음처럼 몇 가지가 있지만 어느 하나도 완벽하지 않고 나름의 한계점이 있다.
첫째, 낮은 빈도다. 일종의 통계적인 기준인데,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이상이라고 본다. 정상 분포의 평균에서 2표준편차 이상과 이하에 속하는 5%의 사람들을 가리킨다. 지능으로 따지자면 평균에서 2표준편차 아래를 정신 지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따지면 또 다른 소수, 즉 2표준편차를 넘는 영재들도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이 기준으로는 어떠한 경우에도 이상이 사라지지 않는다.
둘째, 개인의 주관적인 고통이다. 스스로 심리적인 고통을 느낀다면 이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울이나 불안은 겉으로 보기에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여도 심리적 고통이 심각해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기준도 완전하지 않다. 정신장애가 심각해질수록 자신보다는 주변의 사람들이 더욱 고통스러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셋째, 무능력(disability) 또는 역기능(dysfunction)이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거나 자신이 처한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대처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의미다. DSM-5(DSM 참조)는 정신장애의 진단을 위해서는 증상이나 심리적 고통이 사회적 기능과 직업적 · 학업적 기능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우울이나 불안의 경우 속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음에도 겉으로는 어느 정도 기능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변태 성욕(paraphilias)도 사회적 기능에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이 기준 역시 완벽하지 않다.
넷째, 사회적 규범의 위반이다. 모든 사회는 옳고 그름이나 정상에 대한 규칙이 있는데, 이를 위반하는 사람을 이상으로 본다. 예를 들어 반사회성 성격(성격장애 참조)의 경우, 길 가는 사람에게 아무 이유 없이 욕을 하거나 폭행을 가한다. 그렇지만 자신의 의지로 사회적 규범을 위반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이 기준 역시 완벽하지 않다. 노출증(exhibitionism)의 경우에는 정신장애라고 할 수 있지만, 대낮에 길거리에서 누드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정신장애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사회적 규범이라는 것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상과 정상을 구분하는데 문제가 있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의 마음과 정신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정상과 이상을 올바르게 구별하고, 정신장애에 대해 정확히 진단을 내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