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到處知何似 應似飛鴻踏雪泥(인생도처지하사 응사비홍답설니)
진주향교에서 고문진보후집을 강의 하고 있는 양보 이창호선생께서 李白(이백)이 지은 ‘春夜宴桃李園序(춘야원도리원서)’장을 강의하던 중 浮生若夢(부생약몽)을 설명하면서 소식(蘇軾)의 설니홍조(雪泥鴻爪) 시(詩)를 인용했다. 그 시가 좋아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더니 소개되어 있었다. 그 시의 내용과 스토리를 소개하면 이러하다.
和子由澠池懷舊(화자유면지회구) ; 면지에서 지난날을 회상하며 子由(자유)에게 화답함
蘇軾(소식)
人生到處知何似(인생도처지하사) : 인생이 어디에 이르고 머무는지 어찌 알겠는가?
應似飛鴻踏雪泥(응사비홍답설니) : 마치 기러기가 날다가 눈 진창을 밟는 것 같겠지.
泥上偶然留指爪(니상우연유지조) : 진흙 위에 우연히 그 발자국이 남겠지만
飛鴻那復計東西(비홍나부계동서) : 기러기 날아가며 다시 동서를 헤아릴까
老僧已死成新塔(노승이사성신탑) : 노승은 이미 죽어 새로운 사리탑이 만들어졌고
壞壁無由見舊題(괴벽무유견구제) : 벽은 허물어져 옛 詩題를 볼 수가 없구나?
往日崎嶇還記否(왕일기구환기부) : 지난날들이 기구해도 어찌 모두 기억하리.
路長人困蹇驢嘶(로장인곤건려시) : 길은 멀고 사람은 지쳤는데 절뚝거리는 나귀는 울어댔지
蘇轍(소철)이 형 蘇軾(소식)에게 보낸 詩를 보고 답장으로 소식의 화답이다.
이 시(詩)가 지어진 배경을 해설하면 5년 전 아버지 蘇洵(소순)은 두 아들을 데리고 開封(개봉)에서 치루는 과거에 응시하기 위해 고향인 사천성을 떠나 머나먼 旅程(여정)의 길을 가던 중 면지 (澠池) 서쪽 이릉(二陵)까지 왔을 때 그들이 타고 왔던 말들이 죽어 실의에 차 있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奉閑和尙(봉한화상)이 그들을 보고 면지(沔池) 부근에 있는 和尙의 절에서 하룻밤을 머무르고 갈 것을 권하여 절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방의 벽에 詩(시)를 적어 놓고 떠났다. 그로부터 오년 후 소식이 과거에 급제하여 鳳翔府簽判(봉상부첨판)관직에 임명되어 임지인 섬서성으로 가고 있었다.
懷澠池寄子瞻兄(회면지기자첨형) : 澠池(면지)를 회상하며 子瞻(자첨)이 형에게 쓰다
蘇轍(소철)
相攜話別鄭原上(상휴화별정원상) : 鄭州(정주) 들판 위에서 손 맞잡고 이별하며
共道長途怕雪泥(공도장도파설니) : 함께 온 먼 길에 눈 진창(雪泥)이 근심 된다했었죠.
歸騎還尋大梁陌(귀기환심대량맥) : 말을 타고 돌아오며 大梁(대량) 가는 길을 찾았으나
行人已度古崤西(행인이도교효서) : 행인(소식)은 이미 崤山(효산) 서쪽 넘어 갔더군요?
曾爲縣吏民知否(증위현리민지부) : 일찍이 현리였음을 주민들이 알아볼까요?
舊宿僧房壁共題(구숙승방벽공제) : 옛날 승방에 묵으며 함께 벽에 시를 썼었는데
遙想獨遊佳味少(요상독유가미소) : 지난 날 생각하면 홀로 가면 즐거움이 적겠고
無言騅馬但鳴嘶(무언추마단명시) : 말 없는 오추마가 울기만 하겠지요?
蘇轍(소철)의 술회에 의하면, 主簿(주부)에 제수되었으나, 제수된 직후에 진사과에 합격하여 부임하지는 않았다.
또한 그보다 1년 전에는 과거를 보러 開封(개봉)으로 가던 도중에 澠池(면지)에 있는, 奉閑(봉한) 노승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형제가 함께 벽에 詩를 쓴 추억을 회상하였다.
형이 崤山(효산) 근처에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 것은 澠池(면지)에서 있었던 수년 전의 추억 때문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아우는 형에게 ‘함께 올 때는 지치고 힘들었어도 추억은 있었으나, 혼자 갈 때는 재미없는 길이 될 것이니 조심해서 잘 가시오.’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鳳翔(봉상)까지 가는 험난한 행로를 걱정하는 아우(소철, 蘇轍)의 마음이 이 詩의 모티브이다.
동생의 시를 받은 소식이 화답하였다.
그러면서 소식은 ‘세상살이 어찌 될지 알 수 있는가(人生到處知何似)’라는 반문으로 말문을 열었다.
동생의 ‘雪泥’를 받아와서 인생은 정처 없이 떠도는 삶이거니 이것은 ‘기러기가 눈밭위에 살짝 발자국만 남기듯이(雪泥鴻鳥)’ 서로 갈 길을 재촉하는 것이라고 답하였다.
세월은 덧없이 흘러 불과 몇 년 전에 있었던 행적이었건만, 두 사람이 함께 沔池(면지)에서 만났던 奉閑和尙(봉한화상)도 이미 세상을 떠나고 詩를 적어 놓았던 벽은 허물어져 흔적도 없으니 더욱 무상하지 않았겠는가!
게다가 그 당시 형제가 가야할 인생의 길이 멀고도 험난한 것처럼 길은 멀고 사람은 지쳤는데 피곤한 나귀마져 다리를 절뚝거리며 울어대던 그 때가 떠올랐었나 보다.
형제가 서로 보고 싶고 그립지만 삶에 떠밀려 돌아다니며 각자의 길을 가야만 하는 현실에서 느끼는 슬픔과 그리움을 보내는 화답이다.
名二子說(명이자설)에 의하면 두 蘇氏(소씨) 형제는 兄弟愛(형제애)가 남달랐던 것으로 유명하며 두 형제간의 情을 노래한 詩가 수편이 있다.
현재 河南省 郟縣(하남성 겹현)의 三蘇園(삼소원)에는 아버지 소순과 두형제가 나란히 묻혀 있는 무덤이 있다. 살아생전에는 항상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했지만 위 시처럼 현실의 여건 때문에 기러기가 어디로 날아갔는지 모른 체 헤어져 지내다가, 죽은 후에 함께 나란히 묻히게 되었다.
특히 이 시의 첫 구절
‘人生到處知何似(인생도처지하사) 應似飛鴻踏雪泥(응사비홍답설니)’는 정처 없이 떠도는 인생의 비유로 오랫동안 후세 사람들에게 膾炙(회자)되고 있다.
浮生若夢(부생약몽)을 설명하는 구절에 이 시를 인용하여 설명한 이교수님의 강의가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