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순의 손편지[280]
2022. 01. 24(월)
부(富)에 대한 생각
돈에도 3대 요소가 있다고 해요. 첫째로 돈을 잘 버는 것, 다음은 돈을
잘 불려 나가는 것, 그리고 돈을 잘 사용하는 방법을 익혀 실천하는 것.
이 셋을 장악한 사람이 돈으로 성공한 표준이라고 합니다.
이점에서 유대인의 돈 교육은 주목할만해요. 이들은 13세에 성인식을
올립니다. 이때 부모와 친척 등 주변에서 축하금을 모아 아이 이름으로
예금해 주는데 보통 2~3만 달러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 돈이 20세 무렵이면 갑절로 불어나 약 10만 달러에 이르는데, 이를
시드머니 삼아 사업을 펼쳐 돈을 불리는 방식을 터득합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한 차례 도전으로 다 성공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들에겐 우리에게 없는 패자 부활전 같은 기회가 주어지죠. 실패의
교훈으로 재기에 도전할 수 있도록…. 그렇게 불린 돈으로 이웃과 나라,
세계를 위해 쓴다는 것입니다.
유대인이 세계 경제에 군림하는 건 이런 용전철학(用錢哲學) 때문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각 분야에 인재를 발굴하고 길러서 친유대계
인맥을 넓히고 국가 안보와 세계를 리딩 하는 장악력을 키우는 거죠.
관점에 따라 돈은 가치 전도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돈 버는 것 보다 잘
관리하고 잘 쓰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옵니다. <폴 게티 미술관>
설립자인 석유재벌 폴 게티가 보여준 부의 모습은 시사함이 커요.
그는 1976년 죽으면서 7억 달러라는 거액을 재단에 남겨 90만평 대지
위에 세계적인 미술관 게티 센터를 남겼습니다. 게티센터는 짓는 데만
12년이 걸렸으니... 긴 세월이란 재료가 미술관의 가치를 높였습니다.
게티의 훌륭한 모습은 평생 번 돈을 문화유산을 남기는 일에 아낌없이
쏟은 것이지만, 그의 진면목은 따로 있어요. 개관하면 누구나
관람할 수있게 무료입장을 실시하도록 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용전철학은 손자가 납치를 당하자 예상 밖 반응을 보여서
주위를 놀라게 합니다. 납치범들이 요구한 거액의 몸값을 거절했거든요.
그때마다 몸값을 치르면 14명 손자가 다 위태로워진다는 이유로….
그를 모델로 만든 영화 ‘올 더 머니’를 캡처합니다. 폴 게티는 사우디
유전 개발 등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음에도 가난하게 사는
아들을 지원하지 않는 구두쇠로 묘사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16세 손자가 납치를 당하면서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지요. 납치범들은 몸값으로 1700만 달러를 요구하지만 정작
할아버지는 한 푼도 납치범에게 줄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영화는 납치범을 좇는 것 같지만 실은 돈이 사람을 어떻게 망치는 지를
이야기합니다. 할아버지는 납치범들이 손자를 마피아에게 넘기는 상황인
데도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이는 일에 더 신경을 씁니다.
인간에게 실망한 할아버지는 오로지 사물의 가치에만 관심을 보입니다.
손자의 몸값보다 비싼 미술품엔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정작 납치범과
협상은 거부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부자가 되는 것과 부자로 사는 건
별개이며, 부자 되기보다 부자로
사는 게 훨씬 어렵다”라고.
부자가 된 사람은 자유가 주는 문제와 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돈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질 때 사람들은 심연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돈이 주는 자유가 자식을 어떻게 망치는지도 살핍니다.
그의 말처럼, 결국엔 몸값을 다 지불한 후 손자는 5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오지만 납치의 충격으로 술과 약물에 빠져 살다가 죽습니다.
할아버지도 아무도 없는 방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습니다.
주식에 이어 비트코인 열풍으로 관련 서적이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오징어 게임’에서 처럼
모두가 돈이 일으키는 광풍에 몸을 내 던지고 있지요.
가끔 나이 든 사람들을 만나면 평생 돈을 벌려고 애썼지만, 진즉 돈
공부는 못했다는 한탄의 소릴 듣습니다. 먹고 입지 않고 억척으로
돈을 불렸는데, 숟가락 얹으려는 사람들로 생각이 많아진 모양입니다.
사업으로 큰 부를 이룬 분에게 물었어요. 부자가 되면 뭐가 좋은지를.
대답은 의외로 간단명료합니다. “이젠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라는 것….
부의 결과보다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일까?
돈 벌어서 하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키는 기쁨도 크지만, 하고 싶지 않은
걸 포기할 수 있는 지금의 자유가 더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부자가
되기보다 부자로 살기가 어렵다’라는 폴 게티의 말에 수긍이 가요.
선택의 문제가 더 큰 해악을 가져올 수 있다는 말로 들려섭니다. 결국
돈이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와 무엇이든 버릴 수 있는 선택의
사이 어디쯤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는지….
그렇습니다. 선택은 사람이 하지만 선택에 따른 결과는 아름답기도,
어리석기도 해요. 돈도 자유도 그래서 어렵습니다. 돈을 벌기 전에
나만의 명확한 부의 개념과 정의가 그래서 필요한 것이겠지요.
“바보야, 문제는 돈이야.
돈이 있어야 선하든 악하든
돈타령을 해보지!”
소설가/ daumcafe 이관순의 손편지
첫댓글 게티는 1976년 죽으면서 당시 돈 7억 달러라는 거액을 재단에 남겨
90만평 대지 위에 세계적인 미술관 게티 센터를 남겼습니다.
게티센터는 짓는 데만 12년이란 세월의 재료를 가미했어요.
무엇보다 모두에게 무료입장하도록 한 것은 그의 용전철학을
빛나게 합니다
'바보야, 문제는 돈이야.
돈이 있어야 선하든 악하든
돈타령을 해보지'라는 귀절이
제일 마음에 와 닿네요.
제가 속물이라서 그런가보지요.
빠듯하지만 그런 정도라도
허락해 주시는 신에게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설날이 다가오네요.
좋은 글 감사드리며
이작가님과 가정에도
만복이 깃드시기를 기숸합니다
오타가 났네요.죄송
박교수 님 따뜻한 명절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