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에서 만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내게 물건을 보내주지 않았을 뿐더러 나에게 지속적으로 돈을 빌려달라고 하고, 약손된 시간에 돈을 주지 않으면 이자를 쳐서 줄테니 시간과 돈을 더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커진 금액이 350만원 이였다. 나는 그에게 시간을 더 줄 수 있으니 조급해 하지 말라고 했고 천천히 기다려줄 생각이였다. 나름 삼무곡 학생이고 이 일로 나에게 어떤 배움이 다가올지 모르기에 속는셈 치고 그에게 돈도 빌려주고 시간도 주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내일 돈을 줄테니 돈을 빌려달라고 하고 약속된 시간에도 돈을 주지 않았다. 이런 일이 계속 지속적이니 나에겐 너무 스트레스 였고 점점 의심이 갔다. 그러다 결국 신고를 하고 고소장을 접수 했다. 그렇게 일이 끝이 났다.
지리산 여행 글을 쓰고 현곡께 찾아갔지만 글은 반려 되었다. 현곡께선 내게 300만원을 빌려간 그 일이 풀리지 않아 글이 명료하지 않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왜 그가 내 300만원을 가져가셨습니까" 라는 물음을 들고 일상을 살았다. 수행명상도 하고 방에 박혀서 명상도 했지만 들리는건 내 생각뿐, 선생님에 말씀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화두를 잡지 못하고 계속 딴짓하고 마음을 빼앗겼다. 현곡은 내게 산에 들어가라고 하셨다. 경허스님이 송곳을 들고 잠을 청하지 않는것 처럼, 효봉스님이 돌무덤에 들어가 1년동안 나오지 않는것 처럼 화두를 잡고 축 늘어지라고 하셨다. 진돗개가 사냥감을 물고 놓지 않는것 처럼 화두를 꽉 잡으라고 하셨다. 그렇게 해서 한 가르침 듣게 되면 무비공을 외치며 밖에 뛰쳐 나왔던 경허처럼 감동이 찾아 올거라고 하셨다. 하늘에 빛 줄기가 내려 올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산에 들어갔다.
산에 들어왔다. 졸업 하지 않을 생각으로 짐을 가득 들고 왔고 여기서 살 생각으로 마음을 굳게 잡았다. 텐트를 치고 계곡에 의자를 두고 그곳에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종일 앉아서 물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다시 앉아서 명상을 했다. 날이 어두워 져도 텐트에 들어가지 않고 침낭을 들고 돌 바닥에 펴서 명상을 했다. 저녁이 되고 감성에 젖어드니 울적했다. 내 노력을 보답 받고 싶었다. 왜 들리지 않냐고 소리내어 말했다. 정말 간절했다. 밤 늦게 까지 물음을 놓지 않고 꿈에서도 한 말씀 들려달라고 간곡히 빌었다.
다음날이 다가왔다. 눈뜨자마자 씻고 다시 앉아 명상을 했다. 배가 고파 밥을 먹고 의자에 앉아 졸고 있었는데 현곡이 오셨다. 진행 사항을 물어보셨고 진전은 없다 말씀드렸다. 그러자 현곡께선 나에게 어떤 존재를 선언 할것인지 물으라고 하셨다. 그게 해결이 되면 내 300만원도 해결이 된다고 하시고 너가 받은 삼계를 잘 보라고 하시곤 돌아가셨다. 그래서 내 삼계를 다시 읇고 내가 어떤 존재로 살고 싶은지 생각을 하고 다시 명상을 했다.
얼마뒤 민혁이가 왔다. 왜 왔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해결 됬다고 했다. 현곡이 와서 다 힌트를 주고 갔다고 말했다. 얄미웠다. 자랑하러 온건가? 생각했다. 그러곤 혼자 주저리 주저리 말하다가 내 300만원 얘기가 나왔다. 자세히 생각나지 않지만 민혁이가 "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너가 300만원 빌려준거 아니야?" 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가슴에서 뜨거워 지더니 나에게 한 말씀이 들려왔다.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왜 내가 300만원을 뜯기고 힘들어했는지 비로소 알았다.
나는 그에게 사랑하기 위해 돈을 빌려주었고 시간을 주었다. 하지만 확신이 없었다. 끊임 없이 흘깃 거렸고 걱정이 들었다. 그러고 곧바로 내가 왜 성인식 반에 들어갔는지 생각이 났다. 현곡은 나에게 즉시 행했기 때문에 성인식 반에 들어갔다고 하셨다. 그러고 바로 말씀이 들려왔다.
"망설이지 마라"
내가 300만원을 빌려준 순간 부터 뒤도 돌아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현곡에 가르침을 믿지 못하고 의심해서 끊임 없이 돌아보게 되었다.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돌아보지 말았어야 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에 사랑이였다. 사랑 할 기회가 있었지만 망설였기에 하지 못했다. 이젠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 나에게 왜 이런 삼계를 받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올해 부터 지리산 여행 까지 전부 이어져 있었다. 스스로 확신하지 못해서 미련을 남겨두고 사랑했기 때문이였다. 구슬에 실을 꿰듯 해석하지 못해서 내버려둔 일들이 모두 해석 되었다.
현곡은 이미 나에게 다 가르쳐 주셨다. 하지만 내가 믿지 못해서 실행 하지 못했다. 나는 이번 혼자 살기에서 현곡에 가르침에 확신을 얻게 되었다. 삼무곡에서 졸업이 아닌 더 큰 삼무곡으로 가기 위한 단계 였을 뿐이였다. 밖에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선택한 사랑을 뒤도 돌아보지 않을 확신. 그 확신을 얻었다. 길을 잃더라고 삼계가 있고 삼무곡이 있으니 두렵지 않다.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이제야 좀 알거 같다.
내 안에 계신 나여, 다만 내 중심이 무너지지 않길 간곡히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