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KXy5Rm6mp1Y
진흙속의 진주 마가복음 6장 1-6절
지난 한 주간 동안 LH공사 직원 땅 투기 의혹사건으로 나라 전체가 들썩였습니다. 행정을 집행하는 관료들이 그 정보를 가지고 돈을 벌려고 했다면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주식시장에서도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주식 거래에 제한이 있는 게 현실입니다. 담당직원들이 공적인 직업상 가질 수밖에 없는 고급정보를 사적인 이익을 벌이는데 악용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어떤 기자는 이번 기회가 내부정보를 악용해서 돈벌이 수단으로 만든 공무원 몇 명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공적인 업무에 일하는 사람들이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그것의 정보로 개인의 이익을 취하는 시대를 마감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공기업 종사자들은 실수요 부동산을 제외한 모든 부동산을 공직기간동안만이라도 백지 신탁하는 문화를 만들어내자고 합니다. 왜냐하면 공무원이 공적인 업무를 추진하는 동안 사적 유불리에 의해 정책을 결정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어찌했던 한동안 누군가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잠 못 드는 밤이 지속될 거라 예상합니다. 그날이 오면 양과 염소가 가려질 것이라고 했는데 이처럼 그날은 예측불가능하게 도적같이 우리에게 닥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왜 남들 다 하는 걸 하지도 못하면서 바보같이 살아왔냐고 그러지만 정직하게 흘린 노동의 땀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보처럼 여겨지던 시대 속에서도 그 정직성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은 삶의 어느 때든지 두 다리 쭉 펴고 살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면서 생각해봅니다. 많은 이 땅의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땅투기를 안한 걸까요? 있어도 안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걸까요?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벌지 못해서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더 많이 나누지 못해서 미안해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 사건이 몇 명 자라내는 것이 아니라 국가도 공무원도 땅장사가 아니라 기본 주택, 공공성에 대한 고민으로 발전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2. 한편으로는 멕시코에서 전해져오는 훈훈한 소식도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학교교육이 붕괴되었습니다. 작년 3월에 중단된 학교 수업이 다시 6월에 재개되면서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는데 거의 반정도의 가정이 인터넷이 없고 집안에 컴퓨터 자체가 없는 집들이 60%가까이더라구요. 교육 자체가 안되는 거죠. 이렇게 인터넷 환경문제로 심신이 지쳐갈 때 sns를 타고 사진 한 장이 퍼집니다. 농촌지역의 한 선생님이 트럭을 사서 일일이 집집마다 맨투맨으로 방문하면서 아이들을 트럭위 교실에서 공부를 가르키는 사진입니다. 이 사진이 돌기 시작하면서 인터넷있는 술집이 낮에 학생들을 위해 개방을 하고 일반 서민들 주택에서도 인터넷이 있는 집들은 마당을 개방해서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우리나라 초기 마스크 파동나고 그랬을 때도 훈훈한 미담들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는 선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닌 훈훈한 천사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3. 오늘 본문의 이야기에 보면 사람들은 예수와 함께 살아가면서도 예수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의 가르침을 보면서 놀라고 감탄을 하지만 그를 달가와하지도 않았고 좋아하지도 않았고 너무 어렸을 때부터 너무 많은 것을 보아왔기 때문에 안다고(실제는 모르는데) 착각하며 살아가는 거죠.. 그러다 보니 오히려 예수님은 그런 그들에게 아무것도 행할 수 없었다고 말씀해 주고 계십니다. 보물이 있어도 그 보물을 볼 수 있는 눈이 없으면 그 보물이 주는 삶의 고귀한 것들을 함께 누리고 살아가지 못하게 됩니다.
4. 제가 아는 목사님 사모님이야기입니다. 천명이 훨씬 넘는 교회의 목사님 사모님이십니다. 그분은 참으로 구수한 시골냄새가 나시는 분이셨습니다. 세련미나 지적인 면은 전혀 없으시고 그저 잘 웃으시고 때로는 실없는 농담도 잘 하시고 그냥 그렇게 편한 분이셨습니다. 사람이 편하다보니 편하고 좋은 사람에게 더 잘해야 하는 데 종종 보면 너무 편하다보니 때로는 무시도 많이 당하시고 업신여김을 당하시기도 하실 정도였습니다. 저는 그런 그분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함께 계실 때는 참 선하고 좋으신 분이신데 대하는 사람들이 태도가 참으로 안타깝다 생각되었습니다. 심하지는 않지만 목사님도 그런 사모님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시고 너무 쉽게 너무 함부로 종종 대하셨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옆에 있는 우리가 무안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그분이 몇 해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급성 백혈병으로 발병한지 1-2달도 되지 않아 돌아가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5년도 지나지 않아서 결국 그 목사님은 모든 목회를 그만두시게 되었습니다. 사모님이 안계시니 전혀 목회가 안 되는 겁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어리숙해 보이시고 천진난만해 보이시는 사모님이 천명이 훨씬 넘는 교인들의 모든 것을 다 관리하셨더라구요. 누가 이번 주에 안 나오셨는지, 누가 아프신지, 어떤 집에 무슨 일이 있으신지, 누구네 좀 찾아봐야하는지 모든 정보가 사모님의 가슴 안에만 존재했던 겁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한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때로는 그렇게 취급받고 대우받고 그러셨는데 그 한사람이 전부였던 겁니다.
바보같기도 하고 어리숙해 보이기도 하고 술집에 여염집을 하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일상의 천국을 견인해 나가는 근본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 가장 가까이에 있습니다.
5.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일어난 지 어느새 10년입니다. 핵은 누구나 알듯이 인간이 만들어 놓고는 감당을 할 수 없는 현대판 선악과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탈원전을 선언한 나라들도 많지만 지구상에 핵발전소가 있는 한 어느 곳도 안전지대가 될 수 없습니다. 더구나 핵에너지는 자연재해앞에서 속수무책이고 핵을 컨트롤하기 위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고, 10만년 이상을 보관해야할 핵폐기물처리 문제등으로 현대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비효율적이고 비생태적인 에너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핵의 과정은 경제적 이익관계,대체 에너지정책,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는 과정, 어느 것 하나 쉽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10년의 운동과 과정을 통해 정부의 탈핵선언을 이끌어냈습니다. 아울러 고리 1호기 폐로 선언을 했고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포기했습니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계획을 취소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는 20기 이상의 핵발전소가 남아있고 탈핵을 선언했지만 현정부안에서 상업가동시작한 핵발전소가 다섯 기나 있고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쉽지 않은 걸음들이지만 희망의 흐름들도 만들어냈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와 똑같이 일상이 바쁘고 아이들을 키워야하고 돈을 벌면서 먹고 살아야 하는 평범한 풀뿌리 깨어있는 시민들이 때로는 sns에서 광화문에서 서명으로 기도회도 운동으로 끊임없이 저항해 온 삶의 결과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지지고 볶고 싸우고 울고 저항하고 투쟁해 나가지만 영혼을 팔지 않고 자본에 농락당하지 않으면서 생명의 진실들을 담은 애틋한 일상을 소중히 살려가려고 하는 그 평범함, 때로는 어리석음, 때로는 하찮음 안에 값진 변화의 보물들이 담겨 있습니다. 작은 희망의 물꼬를 만들어내고 값진 세상을 견인해 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 보물을 정말 보물처럼 여기지 못하면 우리 예수님의 말씀처럼 거기서는 아무런 기적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진흙 속에 감추어진 진주를 캐내어 일상의 기적을 일구어가는 지구력있는 신앙인들이 되시길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