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운수종사자를 위해 만들어진 택시 쉼터가 제구실을 못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춘천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박모(58) 씨는 “춘천역 인근에 택시 쉼터가 생겼지만,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굳이 거기까지 가서 쉴 만한 공간도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주유할 때 잠깐 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해 10월 근화동 4천300㎡의 시유지에 12억 원을 들여 샤워실과 휴게실, 헬스장 등을 갖춘 지상 3층 규모의 운수업자 쉼터를 만들었다. 좁은 운전석에서 온종일 근무하는 택시기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실상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20명도 채 되지 않는다.
휴게시설의 공영주차장도 거의 텅 비어 있다. 주차장에는 조명시설도 설치돼 있지 않다. 쉼터 인근에 끼니를 해결할 식당이나 편의시설 등도 없어 업무 강도가 큰 운수종사자의 휴식 공간 제공 등의 목적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
운영시간에도 문제가 있다. 정작 운전자들에게 휴식이 필요한 시간인 오후 6시 이후에는 쉼터 문을 닫는다. 주말에도 이용할 수 없다. 택시 운전사 김모(62) 씨는 “직업 특성상 정해진 휴일도, 휴식시간도 없는데 정말 쉬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없었던 적이 많다”며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주간에 열어두는 것보다 인력을 야간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들은 24시간 운영, 규모 있고 청결한 수면실과 기사 식당 등 실질적인 휴식공간을 갖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춘천시 교통과 이원영 주무관은 “아무래도 심야에 쉼터를 개방하려면 상주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외진 곳이라 사건·사고의 위험도 있고 음주 가능성이 있어서 직원들을 배치해야 하는데 현재 교대 근무하는 여직원들이 심야에 쉼터를 지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 주무관은 “쉼터운영이 아직 초반이라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춘천시에서도 장소가 협소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정확하게 결정된 것은 없지만 쉼터 증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시 운수종사자는 개인택시 1천9명, 법인택시 약 700명으로 적지 않은 수다. 장시간 운전하는 택시기사의 근무환경은 탑승하는 시민들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효율적인 택시 쉼터 운영과 관리가 필요하다. 김도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