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을까? 이제야 자전거가 눈에 들어온다. 딸이 초딩시절 그림 그리기에서 어른용 자전거를 상품으로 받아 왔을 때도 별 생각 없이 현관문 밖에다 내 놓았다가 하룻만에 잃어 버렸다. 몇 번 이사 다니는 동안 군생활하는 둘째가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이삿짐 직원이 필요 없으면 달라고 해서 흔쾌히도 줬었다.
50이 넘어서야 자전거가 보인다. 일 년짜리 자동차 보험을 들면 초보자가 탈만한 크기의 자전거를 준다는 방송을 보고 욕심이 생겼다. 하고 싶은 것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성격상 기여코 자전거를 내 손에 쥐었다. 하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가 의심의 여지 없이 바퀴의 속 고무패킹이 없이 왔다. 바퀴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바람만 넣으면 될 줄 알았던 바퀴가 큰 돈? 을 들여야 굴러갈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탈 것 처럼 조르며 현관 계단에 떡하니 자리 잡았는 데 왠 걸 차일피일 미루기를 한 달, 두 달, 반 년, 일 년이 넘어도 땅을 밟지 못하고 자전거 앞에 매달린 바구니 속에는 버려지는 빈 캔과 먹다 버린 과자봉지를 누군가 떨구고 다녔다.
볼 때마다 타야되는데ᆢ무거운 짐이 되어 영 개운치 않은 시선을 바라보다 큰 맘 먹고 끌고 내려 갔었다. 전에 살던 아파트는 지형이 언덕이라 차량도 다니고 초보가 타기에는 짧은 거리감 하며 조건이 여의치 않았다. 입맛만 버린 듯 탈 곳이 없어 다음을 기약하기를 두어번 반복한 뒤 지금의 아파트로 데려왔었다. 하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 그것도 비매품 자전거는 그새 부식되고 안장과 손잡이 부분이 갈라져서 말도 안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신랑이 버려 버렸다.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자전거 배우는 걸 원래 찬성하지 않았으니 새 자전거는 사줄리 없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신랑이 친구한테서 자전거를 얻어 왔다. 두 대 갖고 있다고 한 대를 준 모양이다. 이 곳은 지상주차가 금지 되어 있고 공원화가 되어 있다. 자전거 타기에 타원형의 트렉 모양을 갖추고 있어 안성맞춤이다. 나이 지긋한 어머님들도 여유로이 타고 즐기시는 모습이 부러워 군침을 흘리고 다녔다. 굴러가는 자전거면 꼬마용도 좋을 판에 헌 자전거도 좋기만 하다. 바퀴가 날씬 하면서 세가지 색상이 들어가 있는 내가 타면 딱 좋을 크기에 이쁘기까지 한다. 아주 마음에 든다.
하늘은 높고 서늘한 가을 바람도 불고 딱 자전거 타기 좋을 어느 가을날의 토요일 아침이다.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은 시간대로 모자를 쓰고 신랑을 앞세워 따라 나섯다. 두어번 혼자서 맛 본 자전거는 작았는데 이 자전거는 남여 공용 사이즈로 올라 앉아 보니 중심 잡기도 버겁다. 가는 바퀴가 날 버틸까? 굽어져 있는 핸들까지 모든게 어색하다. 바퀴가 굴르면 방향을 못잡겠고 손과 발이 한 몸이 되지않고 따로 간다. 아ᆢ무서워~ 얼마가지도 않아 넘어지고 부딪히고 또 넘어진다. 사람만 지나 갈려고 해도 혼자서 넘어지고 커브길 만 보여도 알아서 넘어졌다. 답답한지 "몸을 따라 돌아야지ᆢ'"하며 가르쳐 주는 신랑때문에도 더 잘 넘어졌다. 너무 두근두근 어떨떨 후덜덜 몇 번 넘어지니 아파서도 오늘은 더 못타겠다. 자진 집안으로 들어왔다.
공짜는 없다. 수강료인가? 영 엉덩이가 아파 온다. 이게 안장통이다고 한다. 어정쩡한 폼으로 한쪽에만 실린 중심에 엉덩이 안쪽 뼈가 제법 아파온다. 엄살쟁이 나를 보며 몇 일 안타면 괜찮다며 혼자 타지 마라는 금지령이 내린다. 사람과 부딪히기라도 하면 안된다면서 ᆢ 오른쪽으로 듣고 왼쪽으로 흘려보낸 당부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살금살금 자전거에 올라 탔다.
어ᆢ어ᆢ어ᆢ 차량 진입을 막는 기둥봉을 통과하며 철퍼덕 자빠지고 동을 관통하는 좁은 진입로를 통과 하려다 엉덩방아를 찧고 등짝을 얻어 맞고 아찔도 했다. 그 덕에 무릎이 사정없이 까졌다. 쫀쫀한 레깅스를 동전 크기로 구멍을 뚫어 놓았다. 심심잖게 돌아 다니는 사람들이 쳐다볼까 그 땐 몰랐는데 몸을 일으켜 밝은 가로등 아래서 쳐다보니 꼴이 산거지다. 몸뚱이 한쪽은 화단의 낙엽들이 따라 붙어있고 물통을 짐어진 어깨 쌕은 휙 돌아가 있다. '어떡해~ 잔소리 듣겠네~' 순식간에 화난 신랑 얼굴이 보인다. 그러고도 밤이면 밤마다 새 살이 돋으려고 땡겨지는지 무릎이 굽혀 질 때 마다 아프지만 자전거를 몰래 타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러길 3주가 넘어서자 언제적 이야기던가 싶을 정도로 몸도 가볍게 원하는 방향대로 속도를 줄였다 더했다 오색 찬란한 가을 낙엽들의 살랑살랑 응원 박수를 받으며 시원하게 미끄러져 다닌다. 와~~신나~스트레스가 날아간다. 편안히 거져 얻기만을 기다렸으면 이런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을까? 이제 무릎에 난 상처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자격증이 되었다. 마치 내 집 안에 나만의 전용 자전거 트렉을 만들어 놓은 갑부? 처럼 밤이면 밤마다 빙판길로 변할 겨울날의 아쉬움을 보태지 않으려 오늘도 자전거에 몸을 실은다.
늦게 배운 자전거에 날 새는 줄 모르게 잘도 노는 세담이~~ 단지 안 동과 동 사이마다 탐스런 은목서 나무가 꽃을 띄워 마법의 향기가 가을을 홀리고 있다. 불타오르는 열정의 단풍나무가 힘차게 도라고 지켜보고 밤마다 달님은 우리 하하님들의 한 분 한 분의 얼굴이 되어 나와 함께 동행 한다. 아ᆢ이마를 가르는 시원한 늦가을 밤~ 오늘 하루 마무리도 참 감사드린다.
ㅎㅎ어제 저녁 오랜만에 내게 전화 줄 때도 날 놀라게 했지요. 예전처럼 그저 동네 한바퀴 걸으며 이야기하더니 갑자기 쉭쉭~ 소리가 나 놀랐는데 "걷다가 자전거 탔어"..그랬구나. 자전거 타면서..열심히 살아야되겠구나,인생 이야기 진지하게 하던 세담이. 하하가 많은 것을 안겨준다는.. 좋아요.^^
첫댓글 아~ 부럽고도 부럽다. 도대체 마음 먹었다하면 바로 실행하여 목표 달성!! 대단해요.
3주를 전환점으로 라이더가 되셨네요.
가을과 소꿉놀이하는 소녀같은 세담씨 삶이 행복으로 꽉 차 있네요. 바쁜 중에 아기편지까지~~
재밌는 글 감사해요.
ㅎㅎ어제 저녁 오랜만에 내게 전화 줄 때도 날 놀라게 했지요. 예전처럼 그저 동네 한바퀴 걸으며 이야기하더니 갑자기 쉭쉭~ 소리가 나 놀랐는데 "걷다가 자전거 탔어"..그랬구나. 자전거 타면서..열심히 살아야되겠구나,인생 이야기 진지하게 하던 세담이. 하하가 많은 것을 안겨준다는.. 좋아요.^^
날렵하게 바람을 가르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상큼하니 얼마나 예쁠꼬~
잘 어울릴거예요.
엄지척!👍
언니~~^^
나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