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 장로 직분을 내려놓으며 1
저는 1984년 6월 무진교회에 처음 발을 디뎠습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40년 동안 집사, 장로의 직분을 맡아 중고등부 교사, 새신자반, 성경통독반, 성경필사판, 아하독서회, 무진서신반원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신앙생활을 해 왔습니다. 이제 광주무진교회 시무장로의 직분을 내려놓으면서 과연 내게 있어 신앙은 생활이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12:1-2>”말씀이 생각납니다. 신앙이 내 생활이 되어 산제사를 드렸는지 돌아볼 때 부끄럽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무진교회에서 만난 신앙의 멘토이신 강신석 목사님을 통해 배운 신앙생활은 ‘’그리스도께 속한 자(belong to christ)‘였습니다. 그리스도에 속한 자라면 그리스도를 본받아 사는 사람 즉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좇는 사람이라고 할 때 저는 고난의 십자가보다는 영광만 바라보는 신앙생활을 해 온 듯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십자가상의 제자가 아니라 제 영광을 드러내는데 하나님과 예수님과 교회를 도구 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생활을 해 온 까닭에 주님 보시기에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꾸중 들을 것 같습니다.
무진 제단에서 지난 40년 동안 줄곧 직분을 맡으면서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고전 4;2)는 말씀을 새기며 성실하게 감당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해 왔습니다. 무진교회 첫 총각 집사로서 맨 처음 맡은 일은 중고등부 교사였습니다. 문기전 권사님도 함께 교사를 했습니다. 1985년부터 약 20년 동안 교사를 하면서 학생들과 양로원에 월 1회씩 식사를 직접 준비하여 봉사하였고, 『햇동아리』라는 문집을 발간하기도 했으며, 요즘 우리 교회의 가을 축제인 <무진장 노래하기 좋은 날>의 원조격인 <모두나누제>라는 축제를 중고등부를 중심으로 기획하고 진행하여 전교인들의 축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교회의 김종빈 안수집사님, 전성민 안수집사님 등이 당시 중고등부 학생으로 열심히 활동하였습니다. 교회 학교를 섬기는 중에 성경을 공부하고 기도하는 일에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2000년 우리 교회가 치평동으로 이사 온 후 맨 먼저 맡은 일은 새가족반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교회엔 새가족반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사를 하고 보니 매주 새로운 교우들이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새가족반을 만들어 새로 등록한 교우들과 친교하고 새가족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하고, 교육을 마친 후 환영회를 열어서 교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고선자 권사님이 치평동 무진교회 초창기 새신자이신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 이후 시간적 간격을 두고 4차례에 걸쳐 2022년까지 새가족반원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새가족반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기억이 새로워지면서 참 감사합니다. 새가족들을 섬기는 일을 하다 보니 교우들과 친밀하게 교제하며, 교우들을 살피고 섬기는 법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2003년엔 제가 근무하던 직장(학교)을 그만두고 쉬는 기간을 이용해 성경통독반을 만들어 성경을 함께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교우들이 참여하셔서 성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통독반이 안정이 되자 2004년엔 성경필사반을 만들어 1년 동안에 40여 분의 교우들이 신약성경 필사를 마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성경필사노트를 전시하며 필사한 자신과 교우들간에 자연스럽게 친교가 되고 은혜가 되었습니다. 강신석 목사님께서도 기뻐하시면서 무진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지금까지도 유일하게) 성탄절에 무진교회가 주는 감사패를 받기도 했습니다. 성경을 필사 활동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 감사하기만 합니다. 성경을 읽고 필사하는 일은 제게 하나님을 읽고 새기는 일이 되어 성경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 해 주었습니다.
2013(?)년 성경을 읽고 쓴 후 그것을 자기화한 후 내면화 객관화하기 위해 교우들과 함께 무진 ’아하!‘ 독서반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아하!’는 책을 읽고 깨달음을 얻었을 때 나오는 감탄사로 문두균 안수집사님께서 제안하신 이름입니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경청하며 때론 문학기행을 가기도 하고 읽은 책들의 내용을 간추려 자료집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무진아하독서반은 잘 운영되고 있어 감사합니다. 독서반원들과 책을 읽고 다양한 생각과 의견들을 들으면서 사람,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만나고 그려보게 되었습니다.
2023년에는 무진서신반을 개설하여 8분이 참여하여 글쓰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신약성경의 절반 이상이 바울 서신으로 이루어져 있음에 착안하여 도전하고 있는 중인데 참여하고 계시는 교우님들이 믿음으로 열심히 참여하고 계셔서 시간이 흐를수록 더 안정되고 발전할 것으로 믿습니다. 특히 지난 1월 13일 서신반 수련회를 통하여 서신반원들의 친교와 글쓰기를 통한 교제와 선교, 교회 참여 등을 계획하고 다짐하는 소중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글로 정리하는 과정들이 성찰과 각성의 기제가 됨을 절절히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