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에 대하여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문제’의 첫 번째 뜻풀이다. 이 문제만 보면 별문제 될 것 없는 문제다. 문제를 풀어서 해답을 찾으면 되니까. 이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니 이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도 쉽지 않고 해답이 없는 문제도 있으니 간단해 보였던 문제지만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학창시절에는 문제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의 첫 번째 뜻풀이만 문제였던 듯하다. 문제를 풀기 위해 책과 씨름했고 문제를 잘 풀어야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 두 가지 문제만 있었다. 그러다가 월말고사, 주말고사, 주초고사에 이어 매일고사까지 더 많은 문제가 우리를 압박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그렇게 많은 문제와 맞닥뜨렸으니 기말고사 마치는 날에는 단체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영화를 보여주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면 빨간딱지 붙은 야릇한 포스터에 홀리는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정학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극장에 잠입하는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 문제였다. 문제는 문제를 낳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제가 새로 나타나는 문제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더 넘겨보았다. ‘논쟁, 논의, 연구 따위의 대상이 되는 것, 해결하기 어렵거나 난처한 대상 또는 그런 일, 귀찮은 일이나 말썽, 어떤 사물과 관련되는 일’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제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문제가 새로 다가온다. 이것을 문제시해야 할까 문제시하지 않아야 할까. 문제시하지 않아야 한다는 문제도 문제고 문제시해야 한다는 문제도 역시 문제다. 문제를 문제시하는 문제보다 문제를 문제시하지 않은 문제가 더 큰 문제가 아닐까. (끝)
첫댓글 문제는 문제를 낳고 그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물고 오고....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제들로 사람들은 또 문제에 맞서거나 다시 만들어낸다....
ㅎㅎㅎ 문제 많은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