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기 싫으면 회사 떠나라”…미, 델타 확산에 강제 접종 움직임까지
© Copyright@국민일보 25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백신 접종 반대 시위
“백신 접종을 원치 않으면 회사를 떠나라. 이곳은 개인 회사다. 백신 의무 접종 문제로 나와 싸우고 싶다면 법정으로 가자.”
헤지펀드 스카이브릿지 창립자이자 공동 파트너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최근 직원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 ‘예방접종을 원하지 않으면 나가라’는 것이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CNBC 방송은 스카라무치의 발언이 델타 변이에 의한 새로운 감염이 급증하고 보건당국이 백신 거부자들과 맞서 싸우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사회에서 코로나19 4차 확산이 가팔라지자 백신 의무접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로셸 월렌스키 질병예방통제센터(CDC) 국장,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등 코로나19 대응 수장들이 연일 백신 접종을 독려해도 백신 접종 속도가 붙고 있지 않아서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미국은 모든 거주자를 보호할 수 있는 충분한 백신을 보유한 국가지만 백신을 주저하거나 거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며 “델타 변이보다 백신 거부가 진정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한 달 전의 4배 이상”이라며 “곧 환자로 넘쳐나는 병원, 지친 의료 종사자, 수천 명의 불필요한 사망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앤서니 소장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4차 확산과 관련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 대유행”이라며 “(미국이) 불필요한 곤경에 처해 있다. 우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앤서니 소장은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마스크 의무 착용 권고에 대해 보건 당국자들이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라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부스터 샷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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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보건 전문가들이 사이에선 백신 의무 접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자발적으로 백신을 맞을 만한 사람은 이미 거의 맞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접종률의 정체는 백신을 주저하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미국 성인 30%는 현재까지 단 한 번도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상태다.
빌 드 블라시오 뉴욕시장은 지난주 지역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주민 스스로 백신을 맞도록 설득했지만 더 이상 효과가 없다. 뉴욕시 인구 41% 이상이 백신을 맞지 않고 있다”며 “일부 실내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라시오 시장은 “뉴욕시의 모든 고용주에게 촉구한다. 즉시 어떤 형태로든 백신 접종 의무화를 시작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 뉴욕시가 운영하는 병원과 보건소 근로자는 예방접종을 받아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전국적으로는 민주당 우세 지역 대학 400여 곳이 학생들에게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요구하고 있다.
미 내셔널풋볼리그(NFL) 역시 지난주 선수들에게 예방접종 권고 방안을 발표했다.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백신 접종 거부 선수로 인해 코로나19가 전파되면 ‘몰수패’ 처벌 조항을 뒀다.
그 외에는 민간 기업들의 자발적 판단에 맡긴 상태다. 미 연방 기관인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는 최근 민간 회사가 출근 근로자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할 수 있다는 지침을 내놨다.
다만, NYT는 “식품의약국(FDA)이 미국에서 사용 중인 3가지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 승인만 부여한 상태라 민간 기업들이 백신 접종 의무 지침을 만들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근로자들의 저항과 소송 비용 등의 문제로 적극적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보건 당국이 백신에 대한 정식 승인을 올가을 쯤으로 서둘러 백신 접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미 샌프란시스코시는 지난달 “FDA가 3가지 백신 중 하나라도 정식 사용을 승인할 경우 3만5000명의 직원에게 백신 의무 접종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화이자의 이사인 스콧 고틀리브 전 FDA 국장은 “완전한 규제 승인이 주어지면 기업과 조직이 백신 접종 요구 사항에 대해 더 권위 있는 입장을 취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가을과 겨울로 접어들면서 백신이 완전히 승인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