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개입한
밑줄들
좋아하는 사람한테 책을 빌린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가 그어놓은 밑줄을 만나서 가슴 뛴 기억 말이에요.
그게 내가 좋아하는 구절일 때,
밑줄은 그와 나 사이에 흐르는 영혼의 전류처럼 느껴집니다.
물결 같은 밑줄을 타고 그의 기슭에라도 가닿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연애를 시작할 때 잠깐이지만요.
헌책에 그어진 밑줄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일순간 사라지기도 하죠.
내가 공감하는 부분과 같은 데 밑줄이 그어져 있을 때
책의 전 주인이 누군지 몰라도
밑줄은 미지의 그와 나를 연결하는 희미한 선이 됩니다.
별 생각 없이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들춰볼 때도 있어요.
책을 뒤적이다 보면 10대, 20대의 나를 만납니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여기다 줄을 친 걸까’
그 때 그 마음이 지금은 남의 일처럼 느껴질 때도 있죠.
하지만 밑줄 위의 그 문장들은 몰래몰래 내 삶에 개입해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 겁니다.
이렇게 말해보고 싶습니다.
어떤 문장이 특별해서 밑줄을 긋기도 하겠지만
내가 밑줄 그었기 때문에 그 문장이 비로소 특별해진다고요.
오늘 어떤 문장에 밑줄을 그으셨는지요.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허은실' 에서
첫댓글 슬프고 아픈 4월 16일이지만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신 따스하고 희망찬 구절을 읽으며, 다시는 세월호사건 같이 창피하고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독서에 열정을 다하겠다고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