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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집
『 말뚝이 가라사대』의
변신은 무죄
이달균 시조인·경남문인협회장
이정환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시조미학》을 좀 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 2022년 1월 20일 오페라로 공연한 『말뚝이 가라사대』에 대한 얘기를 좀 싣자는 말씀이었습니다. 저로서는 흥감코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혹여 쓸데없는 구설이나 따르지 않을까 싶어 망설였습니다. 그날 오후, 편집진 몇 분과 통화하면서 필요한 일이라면 원고 쓰겠노라는 약속을 덜컥 해버렸습니다. 돌이킬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이렇게 계면쩍은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잠자는 말뚝이를 불러내다
요즘 저는 한참 예전(2009년 10월 10일)에 나온 시집 『말뚝이 가라사대』의 자작시 해설을 【우리문화신문】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1월 어느 날, 김영조 발행인은 전화를 하여 “자고 나면 켜켜이 쌓이는 게 시집인데, 어느 시대에나 새로운 생명으로 나타나 길을 열어가야 할 시집도 있어야 하오. 난세도 이만한 난세가 없는데, 이참에 잠자는 말뚝이를 불러내어 자작시 해설을 써 보면 어떻겠소?”하며 종용 반 협박 반의 제의를 해 왔습니다.
저는 심사숙고 하였습니다. 신작이 아니고,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철 지난 시집을 굳이 이 시점에 다시 선보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감사하기도 하고,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여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였습니다. “만약, 아주 만약, 시조가 독자를 잃고 표류하게 된다면 그게 다 무엇일까. 700년 전통의 우리 시라 하지만 고통스럽게 쓰고 발표해 본들 우리끼리 읽고 격려하고 상주고 상 받으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우려를 어쩌지 못한 심사도 적이 작용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문화신문】에 『말뚝이 가라사대』에 대한 해설을 2022년 2월 11일부터 주1회 매주 금요일에 연재키로 하였습니다. 물론 이 인터넷신문의 독자가 그리 많지도, 영향력이 크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삽화를 곁들여 내보내다 보면 누가 읽어도 읽어줄 사람은 있으리란 생각을 했습니다. 책꽂이에 먼지 앉은 채 잊히는 것보다야 보잘것없는 무대라 하여도 신나게 뛰놀다 보면 함께 웃고 우는 이도 있으리란 기대를 한 것입니다. 마침 젊은 화가 오희선씨가 흔쾌히 삽화를 그려주기로 하여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스토리텔링의 한 작은 예
잘 모르시는 분을 위해 조금 설명을 곁들인다면, 이 시집은 고성오광대를 원용하여 쓴 서사극 형태의 시조 54수를 묶은 책입니다. 단시조, 연시조, 사설시조 혹은 이들 형식을 혼용하여 작품화하였으며, 내용은 고성오광대 5과장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개연성 있게 극적으로 창작 구성하였습니다. 고성오광대는 춤으로 연결된 무극舞劇이기 때문에 춤과 춤, 과장과 과장의 서사적 개연성은 크게 없습니다. ‘오광대’의 다섯에 대해서도 정설은 없습니다. 음양오행설, 혹은 다섯 마당, 오방색 옷을 입은 양반들 등 여러 주장이 있으나 딱히 “이것이다!”라고 지정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저 역시 시집을 엮으면서 고성오광대 연희에 얽매이지 않고 극적 요소를 가미하여 창작하였습니다. 첫 마당에 곧바로 문둥탈춤이 시작되는데, 저는 이 탈춤이 나오게 된 배경을 앞부분에서 시화하였습니다. 이를테면, 한 노총각과 듬실댁이란 과수댁을 등장시켜 서로 사랑하게 하고, 소문이 나서 야반도주하였는데, 결국 찾아간 곳이 한센인마을(문둥촌)이란 설정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그들과 어울리면서 배운 춤을 오광대에 접목시켜 오광대 일원이 되어 문둥춤을 추게 되었다는 가설로 스토리텔링하였습니다. 이런 형태로 전편을 창작하여 하나의 얼개를 만들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탈춤과 언어(시조)와의 만남을 시도한 결과물입니다.
타령, 사설에 관한 관심
이 글에서는 탈춤의 역사와 유래에 관한 것은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삼국시대의 국중가무, 고려 조선으로 이어진 역사와 유래 등은 제 영역 밖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탈춤에 대한 관심은 1970년대 말, 민속극부흥운동에 힘입은 바 크고, 80년대로 접어들면서 민중적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는 장르란 생각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습니다. 당시 시작詩作에 나름 열심이었으므로 시골 촌로들이 있는 곳을 찾아 상여노래, 사설, 구전 등을 듣기도 했습니다. 좀 더 전문적인 관심을 가졌다면 연관 기관을 찾아가면 되었을 텐데 어정잡이인 나로선 그런 용기도 방법도 몰랐던 것입니다.
메추리 사냥을 가세/팔자센 눈알 분주히 분칠하고/쾌자 흔들며 아픈 굿거리 맞추며/목메어 죽은 낭이 혼백 따먹으러 가세/미몽인 양 붉은 첫 달거리를 하던 밤/느닷없이 서슬 푸르게 하늘이 울고/풀어진 야산 끝에선 신명 나던 노루/능구렁 포수의 신기루가 보였다
-「망초꽃 사설辭說」, (1981년) 부분
그런 어쭙잖은 노력으로 「망초꽃 사설辭說」을 비롯한 몇 편의 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읽어보면 되잖은 시지만, 그땐 나름 진정성 있게 찾아다닌 결과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한참 흘러 내가 평소 존경하는 자연인 우화명 선생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고성오광대 구경을 다니게 되었고, 고성에 거주하는 이상원 시인으로부터 고성오광대 초창기 예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나중 시편에 등장하는 조금산, 허종복 같은 분이 그들입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윤석 고성오광대 회장님의 도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결과물이므로 이 글을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전통 가무단은 정해진 것을 다르게 변주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데, 이 회장님은 기꺼이 이를 시화하는 것을 허락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와 관련하여 잊지 못할 분이 계십니다. 지금은 작고하였지만, 맛있는 커피 내려놨다며 저를 초대하시곤 했는데, 바로 고故김열규
(민속학자, 당시 서강대 명예 교수) 선생입니다. 제가 오광대에 관한 관심 있음을 아시고, 오광대놀이 발상지로 알려진 경남 합천 밤마리를 동행해 주셨을 뿐 아니라 「한량 조금산」, 「‘만신의 피’ 허종복」 두 편의 사설시조를 쓸 수 있게 격려해주셨습니다.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를 엮게 된 배경엔 마산의 성선경 시인의 역할도 컸습니다. 성 시인과 진주 가는 차 안에서 앞서 말한 두 편의 사설시조를 보여주었는데, 그는 “형, 고성오광대 전편을 써서 한 권 책으로 묶어보면 어때요?” 하는 제안을 해주었고, 저는 곧바로 “그러겠다.”며 응답한 것이 책 발간에 얽힌 사연입니다. 시 창작 과정을 지켜봐 주시던 장경렬(한국학술원 회원, 전 서울대 영문과 교수) 선생께서도 몇 차례의 편지, 직접 마산으로 찾아와 격려와 의견을 나눠주시기도 했습니다. 이 시집이 나온 그해, 마산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마침 교분 있는 연극팀과 제가 공동대표로 있던 시노래패 ‘가시연’이 출연하여 분위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
여보시오
소인놈
말뚝이 아뢰오
들에 가면 나무말뚝, 옥에 가면 강철말뚝, 과수집엔 공이말뚝, 고런 말뚝이 아니 오라, 언 가슴 녹이는 민심의 어사또 말뚝이라 불러 주오. 상전 잘 못 만나 분하 고 억울하여 미치고 환장할 땐 지체 없이 기별하소. 내 이놈을 득달같이 쫓아가서 묵사발 만든 후에 자빠뜨리고 깔고 앉아 석달 열흘 삭이고 썩힌 지독한 방귀 한 방을 콧구멍에 정조준하여 피시시식! 푸하아아……통쾌하고 고소하다.
갓끈도
풀어버리고
반상 굴레 벗겨 놓고
고쳐야 할 법法 있거든
버꾸 들고 버꾸 치고
버꾸 치다 꼴리거든
벗고 치고 벗고 치고
냇갱변
포강배미 허물 벗듯
활씬 벗고 놀아 보세
-「13. 나는 말뚝이로소이다」 전문
이 시집에 대해 김열규 선생께서는 “한국다운 폴키즘의 깨춤”이란 글에서 “말마다, 몸짓마다, 사설마다, 몸 사위마다, 대사마다, 표정마다 구석구석 남김없이 이 잡듯 잡아내고는 그 모든 것을 그의 시법으로, 시학으로 드디어는 시정신(포에지)으로 삼을 수 있었다. 가장 한국적인 폴키즘의 시학”이라고 북돋워 주셨습니다.
저런 저런! 양반님들
떼로 몰려 나왔구려
명색이 양반인데 탈바가지 덮어쓰고 꼴깝을 떠는 양이 한심도 하다마는 귀엽기 도 하네그려. 모름지기 양반이면 육법전서 읽은 대로 세상 주름 살펴주고, 가슴에 나라 국國자 붙였으면 국가 대사 바로 읽어 옳은 처신 바랬더니, 남의 집 곳간 털 어 지져 먹고 볶아 먹고 이 당 저 당 너거당 우리당 짝짝궁 궁합 제대로 맞춰 돌 고도는 모양을 그냥 두고 볼 순 없어 소인놈 대들보 들어 올려 호박에 말뚝 박고 똥 싸는 놈 까뭉개는 저 잘난 놈들을 향해,
메방을
놓아나 줄까
똥침을 찔러나 줄까
-「14. 얼쑤! 말뚝이 양반 훈계」 전문
또한 전문수(창원대 명예교수) 선생께서는 “말뚝이 가라사대의 시조사적 의의”란 글에서 “힙합은 저항, 풍자, 수다, 골계적 해학의 등식이 성립되는 키치 음악이고 포스트모더니즘 음악이다. 랩은 지배계급의 위선에 저항하는 우리 말뚝이의 계급인 하층민의 저항적 질타요 풍자요 수다다. 이달균의 랩에 대한 발언을 간과하지 않는 필자의 입장은 바로 이점에 있다. <중략> 이번 사설 시조집은 이달균 개인만의 영광으로 돌릴 문제이거나 추후의 사설시조 개척에 대한 책임이 그의 몫만으로 될 수는 없다.”라며 시조사적 의의를 갖는 시집이라 말씀해 주셨습니다.
한 젊은 무용인의 석사학위
- 탈춤을 소재로 한 「말뚝아! 놀아보세..」 춤 이미지 재해석
그런데 이 시집이 발간되고 난 이듬해인 2010년 세종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생인 김태정(한국무용전공)이 말뚝이 가라사대를 주제로 한 무용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해설집 제호는 『탈춤을 소재로 한 「말뚝아! 놀아보세..」 춤 이미지 재해석』이었습니다. 석사학위 무용 텍스트로 제 시집을 선택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한국무용으로 창작하여 무대화하였다는 것이, 저로서는 더욱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기에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학위 무용을 준비하던 중에 서점에서 이 시집을 사서 읽고 무용화하게 되었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부지깽이도 모찌러 가는 오뉴월 한방장을
훠이훠이 풍채 좋고 신수 훤한 조한량 거동보소. 풀멕인 도포 입고 꿩털 처억 높 게 꽂은 중절모 눌러쓰고, 명무名舞에 붓 한 자루, 손기름 자르르 밴 단소도 동무 하니 이만하면 근 달포 지낼 노자 마련은 되었것다. 오냐 가보자 어여 가보자 물 뎁 히지 않아도 암탉이며 도야지 솜털까지 죄다 벳긴다는 돈 많고 한량 많은 동래하고 도 펄펄 끓는 온천장이 아니더냐. 왜인倭人들 떼로 몰려 떼돈 쓰고 나자빠지는 동 래 권번券番이 거기라면 오냐 놀아보자 화선지 펼쳐놓고 치자하면 설중매에 쓰자하 면 초서에다 추어라 하면 나붓나붓 춤사위도 으뜸이니
보아라, 천하의 조금산이 풍류여행 떠나신다
-2. 「한량 조금산」 전문
『말뚝이 가라사대』는 예상치 못한 행운을 준 시집입니다. 수록된 시조 중 상당수가 노래로 작곡되었고, 중요한 무대에 계속해서 연주되고 있습니다. 이병욱 교수는 ‘여는 노래’인 「길 떠나는 광대들」을 작곡하여 여러 곳에서 부르고 있으며, 전욱용 교수는 「예인열전-한량 조금산」을 만들어 수원합창단을 비롯한 여러 창작음악 발표회에서 연주하고 있습니다. 한번 만들어진 노래가 많은 관객을 만나는 일은 곧 많은 독자를 만나는 것이기에 저 개인으로서는 영광스러운 일이고, 시조시단 전체로 봐서도 시조의 대중화에 기여되는 일이기에 뿌듯한 생각이 듭니다.
『말뚝이 가라사대』 오페라로 탄생하다.
예기치 못한 일은 불현듯 찾아옵니다. 2021년 말, 경상오페라단이 이 시집으로 오페라를 만들어 무대에 올릴 준비를 한다는 전갈이었습니다. 더구나 2018년에 ‘처사 남명’으로 대한민국오페라대상에서 2관왕을 수상한 수준 높은 단체여서 더욱 놀랐습니다. 드디어 2022년 1월 20일, 말뚝이가 책 속에서 걸어 나와 화려한 조명이 있는 무대에 올랐습니다. 합창으로, 아리아로 새롭게 부른 노래는 시조를 넘어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코로나19’로 힘겨워하는 시민들을 위해 진주시에서 지원하여 올해 첫공연으로 올린 것이니 의미가 더 컸습니다.
이 오페라는 뜻밖의 결과물입니다. 몇 해 전, 전욱용 교수가 이 시집을 읽고, 대본 작업을 해 보자고 제의해 왔습니다. 그래서 1차로 1시간 분량의 대본(2과장과 3과장을 중심)을 엮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2차로 전편을 묶어 2시간 분량의 대본을 만들어 보자고 한 것인데, 이번에 1차 대본으로 오페라를 탄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번 작품은 미완의 작품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작곡자, 오케스트라, 지휘자, 배우, 성악가는 물론, 무대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고, 예산확보 등 오페라 한 편을 무대에 올리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저와 전욱용 교수는 대본료와 작곡료를 받지 않았습니다. 관객을 만나는 일이라면 어떤 열악한 환경이라도 우리가 수고를 해주자고 약속한 결과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제한된 객석이라 많은 분을 모시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소식을 듣고 온 분 중에 시조인도 여럿 계셨습니다.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고,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경상오페라단에서는 올해 ‘부산 을숙도 오페라 축제’에도 이 작품을 공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저는 오페라 대본을 쓰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저 시인으로서 시집 속의 글을 공유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이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이런 작업에 대해 김우태 시인은 “그의 형식실험과 존재탐구는 장르를 뛰어넘어 다양하게 진행되었는데, 그가 6편의 장편 시극詩劇을 창작하고 직접 연출까지 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그의 시가 짧은 정형시 속에서 이른바 ‘극적 장면들’을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었던 것도 시극 경험에 힘입은 바 커 보인다. 〔시극 「윤동주, 새벽이 올 때까지」(1999년), 「북행열차를 타고」(2000년), 「개미사냥」(2001년), 「3.15 그 못다 부른 노래」(2002), 「연어」(2003), 「함안 칠서 연개장터 만세운동」(2009)〕 등이 있다.”라고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1년 10월호에 소개해 주었습니다.
외연 확장을 위한 새로운 모색
작곡가 전욱용과 저는 가끔 꿈을 공유합니다. 가능하면 국내에 머무르지 말고 해외 공연을 기획해 보고 싶다는 소망입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단계는 아니라 해도 뜻이 있으면 길도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이 시집과는 다른 얘기입니다만 2019년 한 해 동안 저는 전국의 탑을 소재로 『탑, 선 채로 천년을 살면 무엇이 보일까』라는 책 한 권을 펴내었습니다. 사진작가 손묵광의 사진에다 시조와 산문을 쓴 것인데, 주로 국보와 보물을 소재로 하였습니다. 【경남신문】에서 전면을 할애해 주었고, 1년 가까이 연재하였습니다. 단행본 발간 이후엔 【샘터】에도 한동안 연재하였습니다. 문예지에 연재하지 않고, 대중지인 【샘터】와 신문에 연재한 것도 독자들과의 만남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전날, 손님 몇 분이 찾아왔습니다. 말뚝이 오페라에 대한 후일담을 나누기 위해서였습니다. 손님은 앞서 말한 ‘어울사랑’ 대표 이병욱, 국제아트기획자이며 나인드레곤헤즈 대표 박병욱, KBS 국장으로 정년을 마친 최경수 등 3분입니다. 이들과는 오랫동안 교분을 유지하고 있어 얘기는 자연스레 풀려 갔습니다.
이병욱 선생과 저는, 작사가와 작곡가로 참여하여 사라예보윈터페스티벌의 주제가를 헌정하였습니다. 이 노래 「축제의 사라예보」는 매년 축제 때마다 불리어 왔는데, 2019년 2월엔 보스니아 사라예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보스니아 국립합창단에 의해 무대에 올려져 격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물론 대회장인 이브라힘의 제의와 배려로 이뤄진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이달균 이병욱 ‘사라예보 콘서트 합창곡 축제의 사라예보’를 검색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어제 찾아 오신 분들도 이런 한국적인 콘텐츠의 세계화에 대해 많은 공감을 표했으며 외연 확장을 위한 여러 일을 모색해 보자고 하며 헤어졌습니다.
어떤 일을 미리 예단하면서 시를 쓰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저 역시 그러합니다. 무엇이 어떻게 변화되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부단히 쓰고, 인연을 소중히 하다 보면 기회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저보다 훨씬 뛰어난 시조인이 많습니다. 저는 늘 소극적이고 뒤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을 흉내 내고, 행로를 따라갈 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벅차기에 늘 허덕이는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만 “한 세상 펼치면 마당이요 접으면 외줄타기”이니 내가 펼친 마당에서 놀다 쉬다 가려 합니다.
이달균
1957년 경남 함안 출생, 1987년 시집『南海行』과 《지평》으로 문단활동 시작. 2003년 사라예보윈터페스티벌에 코디네이트로 참가하여 주제음악 작사. 2007년부터 국가기념일행사(현충일, 광주5.18기념일 등)에 작사가로 다수 참여. 2010년『말뚝이 가라사대』세종대학교 석사학위공연, 김태정- 해설집(「말뚝아 놀아보세...」춤 이미지 재해석) 나옴. 2018년 사라예보 페스티벌 초청, 사라예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보스니아 국립합창단 연주. 2022년 1월 20일『말뚝이 가라사대』오페라 초연(경상오페라단). 시집:『탑, 선채로 천년을 살면 무엇이 보일까』,『열도의 등뼈』, 『늙은 사자』 , 『문자의 파편』, 『말뚝이 가라사대』 , 『장롱의 말』 , 『북행열차를 타고』 , 『남해행』 등이 있고, 시조선집 『퇴화론자의 고백』, 가사시집 『열두공방 열두고개』. 시조평론집 『시조, 원심력과 구심력의 경계』. 영화감상문집: 『영화, 포장마차에서의 즐거운 수다』. 중앙시조대상 및 신인상, 조운문학상, 오늘의시조문학상, 경남문학상, 경남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경상남도문화상, 마산시문화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