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비는 오락가락합니다. 아니, 오락가락이라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해가 반짝 떴다가 보슬비가 내리더니, 느닷없이 빗줄기가 굵어집니다.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공원 산책길은 오늘도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변화가 있다는 것은 때로 반갑고 설레는 일이지만, 그와 반대로 변하지 않는 것이 더 고맙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남쪽 지역의 물난리 소식을 들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물이 모든 것을 휩쓸고 가버린 자리에 남은 사람들의 삶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들에게는 단순한 안정조차도 얼마나 간절한 소망일까요?
그저 아무 일 없이 무탈하게 자고 일어나,
“안녕하세요?”
하며 서로 인사를 나누는 소박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됩니다. 그 정겨운 모습의 일상이 하루라도 빨리 그들에게 돌아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공원 정자에는 언제나 머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느닷없이 쏟아지는 비에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정자 아래로 뛰어드는 사람들은 단지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곳에 늘 자리하고 있는 몇몇 사람들은 공원의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반려견과 함께 정자에 앉아 있는 할머니도 그중 한 분입니다. 얼굴에는 깊은 주름과 병색이 어리지만, 반려견을 바라보는 눈빛은 한없이 다정합니다. 그 옆에는 늘 책 한 권을 들고 앉아 있는 노년의 신사가 있습니다. 그는 비 오는 날에도 어김없이 정자를 찾아오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질 때가 많습니다.
“왜 비가 와도 여기로 나오세요?”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그의 표정에는 이미 답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비 오는 공원의 정적 속에서 무언가를 찾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비의 리듬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는 모든 것을 적십니다. 공원의 나무들, 벤치,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특히 오늘처럼 변덕스러운 비는 마치 세상에 말을 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한순간 쏟아지다 멈추고, 다시 쏟아지는 리듬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읽어내려 애씁니다. 그것이 그저 자연의 장난일지라도, 그 속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겠지요.
문득, 나 자신도 비처럼 변덕스럽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때로는 뜨겁게 누군가를 향하다가, 때로는 차갑게 거리를 두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곤 했던 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비는 공원을 적시고, 사람들의 발걸음을 방해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게 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변덕도 비와 다르지 않을지 모릅니다. 누군가에게는 번거롭고 불편한 존재였을지라도, 결국에는 무언가를 남기고 떠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도 정자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할머니는 반려견에게 작은 간식을 건네며 한숨을 쉬듯 말을 시작합니다. “이 비는 언제쯤 그칠까요?” 옆에 앉은 신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 대답했지만, 비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습니다. 나는 그 모습이 마치 비와 함께 연주되는 작은 교향곡처럼 느껴졌습니다. 각자의 음표가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말입니다.
비가 내리는 공원은 변덕스러운 날씨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잠깐의 피난처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매일의 쉼터가 됩니다. 공원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비가 그치면 금방 잊혀질 존재일지 모르지만, 정자 아래의 사람들은 오늘도 그 자리에 머물러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느끼고, 나누고 있습니다.
비는 멈추고 다시 내릴 것입니다. 그리고 공원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겠지요. 나는 오늘도 그 변화 속에서 작은 고요를 찾으러 공원을 거닐어 봅니다. 누군가의 삶 속에 스며드는 비처럼, 나도 내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