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에서<처음 만나는 한시/선현경/ 휴먼어린이>를 읽고
아이들에게 읽어주신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이 보여준 뜻밖의 반응에 감동받아
본격적으로 한시를 만나게 해보자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
하여,
올 2학기 동안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소개할 한 시 17수를 골랐습니다.
<내 생애 첫번째 시/안대희 / 보림>에서.........
제 마음대로 순서도 정해 보았네요^^
1. 정약용 7세(314)
작은 산은 어떻게 큰 산을 가렸을까?
멀고 가까운 거리가 달라서라네.
小山蔽大山 遠近地不同(소산폐대산 원근지불동)
2. 윤시동 6세(310)
동해 바다 바닷물을 다 들이마셨나
몸이 온통 새파란 비늘로 덮였네.
吸盡東海水 渾身作靑鱗(흡진동해수 혼신작청린)
3. 세 톨 밤(162)
이산해 7세
한 집안에서
아들 셋을 낳았는데
가운뎃놈은 양 볼이 납작하네.
바람이 불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떨어지니
누가 형이고 누가 아우일까.
一家生三子 中者半面平(일가생삼자 중자반면평)
隨風先後落 難弟亦難兄(수풍선후락 난제역난형)
<소화시평>
4. 남산(48)
김수약 5세
통째로 남산을
옮기긴 어려워도
깨끗한 돌 하나는
가져가도 되겠지요.
초가집 아래다
고이고이 놓아두면
흐르는 물소리
콸콸콸 들리겠죠.
全境難移去 乞分片石淸(전경난이거 걸분편석청)
置之茅屋下 應聞流水聲(치지모옥하 응문류수성)
<침우당집>
5. 비(104)
안동 장씨
창밖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니
부슬부슬 그 소리가 자연스럽다.
자연스런 그 소리를 내가 들으니
내 마음도 따라서 자연스럽다.
窓外雨蕭蕭 蕭蕭聲自然(창외우소소 소소성자연)
我聞自然聲 我心亦自然(아문자연성 아심역자연)
<정부인 안동장씨 실기>
6. 이웃집 친구에게(201)
신계영 10세
동쪽 집에 친구가 생겨
내 몸처럼 좋아하지만
겨울이라 추워서 만나지 못하고
꽃피는 봄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東家有友人 愛之如一身(동가유우인 애지여일신)
冬寒不相見 苦待花柳春(동한불상견 고대화류춘)
<선석고>
7. 풍경(272)
이최중 9세
풀벌레가 울며 방 안으로 들어오니
가을이 깊어 가는 소식 금세 알겠네.
구름이 흩어지고 밝은 달이 나오니
푸른 하늘은 내 마음 같아라.
草虫鳴入床 坐覺秋意深(초충명입상 좌각추의심)
雲散明月出 靑天如我心(운산명월출 청천여아심)
<위암집>
8. 산수도(88)
오도일 7세
산이 높다 해도
오르기는 어렵지 않고
물이 깊다 해도
신발은 빠지지 않네.
그 속에는 또
큰 소나무가 있거니
바람이 불어도
낙엽은 지지 않네.
山高不難登 水深不溺屣(산고불난등 수심불닉사)
又有長松樹 風吹葉不落(우유장송수 풍취엽불락)
<서파집>
9. 봄 기분(98)
이하진
어젯밤
봄바람이 불더니
물은 따뜻해졌고
모래는 눈처럼 하얘졌다.
망아지는 우쭐우쭐
발걸음이 들쭉날쭉
가랑비 뿌리는 다리께는
잔디풀이 푸르러 간다.
春風昨夜來 水暖沙如雪(춘풍작야래 수난사여설)
宛駒蹀齒未齊 細雨橋邊莎草綠(완구접치거제 세우교변사초록)
<육우당유고>
10. 늙은 말(132)
최전 8세
늙은 말이 솔뿌리 베고 누워
꿈속에 천 리 길을 달려가네.
가을바람 나뭇잎 지는 소리에
놀라 깨니 석양은 뉘엿뉘엿.
老馬枕松根 夢行千里路(노마침송근 몽행천리로)
秋風落葉聲 驚起斜陽暮(추풍낙엽성 경기사양모)
<양포유고>
11. 눈(114)
정창주 7세
밤도 아닌데
봉우리마다 달이 떴고
봄도 아닌데
나무마다 꽃이 피었네.
천지 사이에는
오로지 검은 점 하나!
날 저물어 돌아가는
성 위의 까마귀 한 마리!
不夜千峰月 非春萬樹花(불야천봉월 비춘만수화)
乾坤一點黑 城上暮歸鴉(건곤일점흑 성상모귀아)
<만주집>
12. 개가 짖는다(126)
이경전 9세
첫째 개가 짖고
둘째 개가 짖고
셋째 개가 따라 짖는다.
"인기척인가?
범이 나타났을까?
바람 소리인가?"
아이가 대답하였다.
"산 달이 촛불 켠 듯 환해요.
뜰에는 오동잎 스치는 소리뿐인걸요."
一犬吠 二犬吠(일견폐 이견폐)
三犬亦隨吠 人乎虎乎風聲乎(삼견역수폐 인호호호풍성호)
童言山月正如燭 半庭惟有鳴寒梧(동언산월정여촉 반정유유명한오)
<소화시평>
13. 집이 그립다(284)
이좌훈 9세 전후
오래된 정원에는
가을바람 일어나고
날은 저물어
걱정이 모락모락 생겨난다.
포대기에 누워 있을
내 막내 여동생
지금쯤 머리카락이
이마를 덮었을 거다.
古園秋風生 日夕愁脈脈(고원추풍생 일석수맥맥)
床前吾少妹 鬢髮應覆額(상전오소매 빈발응복액)
<연암시집>
14. 겨울 달(42)
김시빈 7세
둥글고 둥근
한 조각 달이
높이 매달려
만국에 등불을 켜네.
바람이 아무리
힘이 세다 해도
깨끗한 달빛은
없애지 못하지.
一片團團月 高懸萬國燈(일편단단월 고현만국등)
風力雖云壯 淸光滅不能(풍력수운장 청광멸불능)
<백남집>
15. 해(16)
곽씨부인 7세
바다가 품어서
깨끗해진 하늘의 해
꽃처럼 뱉어놓아
일년 내내 붉구나.
강 위에 가득해라
고기 잡는 어부들
석양녘 바람결에
돛단배를 멈추었네.
海涵天日淨 花吐一年紅(해함천일정 화토일년홍)
滿江漁舟子 停帆夕陽風(만강어주자 정범석양풍)
<송천필담>
16. 바둑 구경(255)
허봉 10세
바둑판에 넓은 하늘 펼쳐져서
열아홉 줄로 길이 나뉘어 있네.
자웅이 승부를 겨루고
흑과 백이 번갈아 죽고 사네.
조용히 험준한 요새 만들며
한가로이 길고 긴 하루를 보내네.
바둑판을 밀어내고 한바탕 웃어젖히면
소매 가득 대숲 바람이 시원하여라.
局上周天象 分途十力行(국상주천상 분도십력행)
雌雄相勝負 黑白互存亡(자웅상승부 흑백호존망)
靜設關防險 閑銷晝日長(정설관방험 한소주일장)
推枰餘一笑 滿袖竹風凉(추평여일소 만수죽풍량)
<하곡집>
17. 화석정(74)
이이 8세
숲속 정자에
가을이 저물어
시인의 상념은
끝날 길이 없어라.
멀리 뻗은 강물은
하늘까지 푸른빛을 이어가고
서리 맞은 단풍은
햇살 받아 붉구나.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뱉어 내고
강은
만 리에 불 바람을 머금고 있네.
변방 기러기야
어디로 가느냐?
저녁 구름 속으로
울면서 사라지네.
林亭秋已晩 騷客意無窮(림정추이만 소객의무궁)
遠水連天碧 霜楓向日紅(원수연천벽 상풍향일홍)
山吐孤輪月 江含萬里風(산토고륜월 강함만리풍)
塞鴻何處去 聲斷暮雲中(새홍하처거 성단모운중)
<율곡전서>
밑줄독서모임에서는 아이들과 어떻게 즐길지 이야기 나누었는데.......
혹시 여기서 한시만 가져가시는 분들 계실까 하여
조심조심 한 말씀 드립니다.
외우라 하지 마시고
외웠나 확인도 하지 마시고
그저
하루에도 몇 번
아이들이 즐겨
노래하듯
자꾸 자꾸 읽고 싶어지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늙으니 사족이 늘어갑니다. 넓은 이해를....... ㅠㅠ)
첫댓글 1번 2번~ 도통 아이들과 함께했어요! 아이들이 신나게 외워주는 센스를~ 발휘했지요...처음만나는 한시 이야기에도 쏘옥~빠져주네요~앞으로도 쭈욱~~~^^ 그런데...외웠나 확인하는 우를 범했네요......흑~^^;;;
괜찮습니다. 선생님^^
다음 시엔 그저 즐겁게 자주 , 계속 , 노래하듯, ^^
아흐....감사합니다. 선생님^^
시를 읽자하니 어느새 '숨'이 달려와 붙었습니다. 더해지는 쉼이만큼 다시 다시 곱씹어 읽게 되요~ !
윽~ 어른이라도 우습게 볼 만한 시구들이 아니네요.~~!!!
그렇지요?^^
목각인형님네 아이들은 어떻게 이 시들을 만나고 있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내일 뵐께요^^
친절한 안내 고맙습니다!!
남원도통에서 벌써 2번까지 외웠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우리 풍성초 5학년도 슬슬 시작해볼까 합니다.^^
프린트했습니다~~~^^
인사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의자님^^
어쩜 다들 저리 멋지게 쓸수 있을까요?
저도 그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오! 멋진 희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