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적 근세철학자들
실용주의는 지나치게 현학적·폐쇄적 체계를 유지하고 있던 19세기 관념론 철학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생겨났다.
게다가 당시 태동한 진화론은 실용주의자가 볼 때 자연·생명·이성에 대해 비(非)관념론적인 새로운 해석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결과 삶의 목적과 우주 일반에 관한 거창한 관념론적·합리론적 설명보다는 인간 삶에 유용한 변화를 가져올 기술의 성장·개발이 더 중요했다.
실용주의의 초기 형성단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철학사조는 2가지이다.
하나는 존 스튜어트 밀, 알렉산더 베인, 존 벤 등 지식 형성에서 경험의 역할을 강조한 영국 경험론 전통이다. 다른 하나는 근세 독일철학의 모든 요소로서, 예컨대 믿음의 합목적성과 믿음 형성에서 의지·욕구의 개입을 강조한 칸트, 모든 이성을 인간경험의 확장과 심화를 위한 '실천적' 계기로 파악한 낭만주의적 관념론, 변화와 발전을 중시하는 헤겔
이 2가지 지적 배경 이외에 19세기의 급속한 산업·무역의 발전, 고된 노동은 반드시 보상을 가져다준다는 청교도적 낙관주의 등 당시 미국의 사회 분위기도 실용주의가 출현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형이상학 클럽
실용주의가 처음 등장한 무대는 1870년대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있던 '형이상학 클럽' 토론회였다.
이 클럽에는 퍼스, 제임스
그러나 제임스가 강의에서 실용주의를 정식 소개하면서 퍼스를 선구자로 지목한 것은 20년 뒤의 일이다.
고전적 실용주의자들
퍼스의 실용주의 철학은 사고
그에 따르면 사고 혹은 '탐구'가 시작되는 것은 습관화한 행위에 장애가 나타나 의심과 혼란이 생길 때이다. 반면 새로운 신념이 확립되면 결단이 이루어지고 다시 안정상태가 회복된다. 퍼스는 의심과 탐구에 대한 이러한 분석을 더욱 포괄적 기호이론으로 확장하려고 노력했다. 그리하여 그의 실용주의는 언어적·개념적 혼란을 제거하기 위해 특정 기호를 더욱 분명한 의미
논쟁의 결과가 아무런 해결안도 내놓지 못할 경우 문제는 처음부터 언어의 오용, 개념적 혼란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관념을 명료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 관념이 지시하는 대상이 일으키는 행동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 퍼스는 "어떤 대상이 실제로 무슨 결과를 낳는가를 생각하라.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결과의 집합이 그 대상에 관한 관념의 전부이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진리이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신념이 참이라는 것은 '종국적으로' 그 신념에 대한 동의(同意)가 늘고 이의(異意)가 주는 것을 의미한다.
실용주의 이론의 또다른 형태는 윌리엄 제임스가 내놓았다.
퍼스와 제임스의 기본 차이점은 각자의 실용주의적 분석이 지향하는 목적이 다르다는 데 있다. 퍼스가 주로 의미 일반을 설명하려고 한 데 반해 제임스는 관념·신념이 인간 경험에서 어떤 몫을 하는가에 관심을 가졌다. 또 퍼스는 스콜라 철학풍의 실재론자인 데 반해 제임스는 유명론자로서 보편자의 독자적 실재성을 부정했다. 제임스는 주로 가치·만족 등과 같은 정신의 목적지향적 활동의 여러 귀결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는 환경에 대한 적응성과 목적성을 갖기 마련이지만 여기에는 정서적·실천적 이해관계가 필연적으로 뒤섞이게 된다.
따라서 진리와 의미는 가치의 일종인 셈이다. 그에게 "진리란 신념이 활동하는 과정에서 좋다고 판명된 모든 것을 일컫는다." 의학과 심리학을 전공하고 다윈의 진화론의 영향을 받은 제임스는 인간사고의 주요기능은 어디까지나 "환경세계와의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다고 확신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실재를 변형하는 존재이며 따라서 만일 그 목적에 종교적·형이상학적 신념도 도움을 준다면 얼마든지 그것을 믿을 권리가 있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그의 논문 〈믿으려는 의지 The Will to Believe〉의 주요논점이다. 그의 기능적 진리관에 따르면 관념의 원활한 작용 여부가 진리를 결정한다.
이러한 제임스의 실용주의 이론은 당시 헤겔 관념론에서 빠져나오려고 노력하던 존 듀이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듀이도구주의
그에 따르면 과학적·도덕적·사회적 경험은 각기 주제가 다르긴 하지만 "미래의 결과에 대한 실험적 결정"이라는 점에서 사고 방법은 모두 같다. 지성적 행위는 의심과 문제에 봉착함으로써 활동하기 시작해 일련의 과정을 거친 뒤 해결책과 "믿을 만한 판단"에 도달하게 된다. 인간 행위의 생물적·문화적·형식적 조건에 대한 듀이의 분석에 따르면 모든 반성적 행위는 미래의 행동·결과와 결부된 상황을 평가한다. 그러므로 탐구는 본질적으로 평가절차이다.
특히 도덕적 행동의 경우 주어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단순히 도덕규범을 적용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욕구와 명목상의 선(善)이 상충하기 때문에…… 그 의미를 탐구해야 한다". 도덕적 이상은 경험을 통제하고 미래의 선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나 가설일 뿐이다.
그밖의 미국 실용주의자들
미국 실용주의에 기여한 그밖의 주요인물로는 G. H. 미드
사회심리학을 주로 연구한 미드는 가장 포괄적인 실용주의 심리학을 수립했다. 그는 인간정신·자의식이 사회적 상호작용, 몸짓의 사용, '의미있는 기호'의 사용 등에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개념론적 실용주의' 이론을 내세운 루이스
유럽의 실용주의
제임스는 실용주의가 단순히 미국 내에 국한된 철학사조가 아니라, 모리스 블롱델파피니
이밖에 프랑스의 사상가 조르주 소렐
현대의 추세
현대 미국 철학에서는 실용주의를 발전적으로 변형·적용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다.
예컨대 시드니 훅콰인
따라서 대상에 관한 서술방식은 궁극적으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그 결정은 실용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