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리가 온다는 상강이 지난 오늘 아침은 겨울 옷이 그리워지도록 춥다. 마스크 위로 안경에 김이 서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10분 거리인 병점 인공신장실에 도착하여 10층 엘리베이터에 아내가 탄 휠체어를 밀어 넣고 10층을 누른다. 약1분간의 고요속은 진공상태 같다. 문이 열리고 신장실로 들어서면 파란유니폼을 입은 간호사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침상마다 링거대에 수액이 걸려있고 투석기가 붉은 피가 흐르는 관을 순환시키며 노폐물을 여과시키고 있다. 간호사들은 분주하게 침상마다 다니며 살펴보고 체크를 한다. 부자소리가 나며 연붉은 색이 나타나면 간호사는 달려가서 교정을 하여 초록색이 되도록 교정한다.
담당 의사가 병상마다 순회하며 증세를 체크하고 처방도 하며 부드럽게 환자들을 안정시키기도 한다. 투석기가 80여개 설치 되어있어 1일 3회 순환 투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내도 병상에 누웠다. 간호사가 환자 왼팔에 17KG 굵은 바늘 두 개를 주사한다. 하나는 정맥주사, 하나는 동맥주사로 피가 순환하게 하는 것이다. 굵은 바늘이라 마취를 하지 않으면 매우 아파 환자가 소리 지른다. 한 시간 반 전에 엠라라는 마취약을 도포해야 주사할 때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오늘도 아내는 통증 없이 주사가 잘 되어 안심이다. 마취가 잘 안된 상태에서 주사를 하면 아프다고 소리치면 내 가슴이 조여들고 마치 내가 주사 맞는 것처럼 아픔을 느낀다. 환자나 보호자나 같이 병을 앓고 같이 통증을 느끼는 것 같다. 주사 세팅이 끝나고 핏줄이 연결되어 피가 정상으로 순환되면 안심하게 된다. 환자는 3~4시간 노폐물을 여과시키며 누워있어야 하고 보호자는 휴게실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아니면 할 일에 따라 3시간을 소비한 후 병실에 와서 환자를 데리고 가야 한다. 여기 환자들은 참으로 불쌍하다. 이 만성신부전증이란 콩팥의 기능이 불능이라 재생될 수 없어 콩팥의 기능을 기계가 대신 하는 것을 투석이라 한다. 한 번 기능이 상실된 신장 (꽁팥)은 재생될 수 없다. 투석을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투석으로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 슬픈 운명의 사람들이다. 한 가지 방법은 신장 이식수술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신장을 구하기도 어렵고 경제적인면도 고려해야 하고 부작용도 감수해야 하는 복합적 부담이 있다. 병이 치유될 수 있다는 암 같은병에 비해 절망적인 병이 만성신부전증에 의한 투석이다.
희망이 없다. 살아있는 동안은 일주일에 3회 4시간을 투석하며 생명이 자기도 모르게 줄어가고 있는 병이다. 참으로 슬픈 군상들의 한 구석 풍경이다. 투석환자. 의사. 간호사. 보호자가 각자의 가슴에 같은 아픔을 느끼며 유기적으로 자기 할 일에 충실한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감사한 따스함이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있다.
첫댓글 아~ 이런 아픔이~~~
저도 암으로 신장 하나를 잃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