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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6일
토요일이라 산행을 생각했는데 새벽부터 비가 많이 내려 마음을 바꾸었다. 대신 일찍 논술교실로 올라 8시까지 내일 수업할 교재를 정리했고 중간에는 바퀴벌레 몇 마리 때문에 놀라기도 했다. 틀림없이 온도가 높고 습도가 많은 여름철에 벌레가 좋아하는 분식을 다루는 중국집이 옆에 있어 생겼을 것이다. 아침을 먹으러 집으로 갔다가 딸을 태우고 동명여중에 다녀왔고 어제 제주도에서 돌아온 아들은 등교를 10시에 한다며 느긋하다. 식사를 마친 오전에 체육관으로 나가 운동을 하고 1시경 학원에 도착해서는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교재를 연구하며 오후를 보내다가 5시경 집으로 돌아오니 학교에서 일찍 온 아들은 외출을 했고 딸은 학원에 간다며 거실을 나선다. 초저녁에 식사를 하고 아내가 수업을 마치는 7시경 교실로 올라갔는데 주말이라 수강생들이 결석을 많이 했다. 밤에 배가 고파 모두 잠자는 12시에 안방에서 혼자 야식을 먹었고 이후 새벽까지 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17일
3시간 남짓 잠을 자다가 5시에 다시 일어나 공부를 했는데 고3 지문은 복잡하고 난해한 부분이 생각보다 많았다. 날이 밝으면서 교회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잠을 조금 자다가 식사를 마친 9시에 주말 일정으로 논술교실에 올랐다. 기말고사가 끝난 상태라 수업의 구심점이 없다보니 어제처럼 지각생이 많았고 일부는 다른 과목과 시간이 겹쳐 어려움이 있었다. 수업을 마친 후 집으로 왔더니 아내가 점심으로 떡국을 준비해 두었고 창밖은 모처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었다. 오후에는 기온이 부쩍 올라 경남지방은 37도 서울도 33도까지 한여름 찜통더위를 실감케 하는 여름의 시간으로 변하였다. 3시에 다시 교실에 올라 힘들게 고3 수업을 진행했는데 어려운 만큼 강의를 마칠 때는 보람이 더 있었다. 수업이 있는 아내가 교실에 올라와 바로 집으로 내려갔고 저녁식사는 낮에 먹던 것으로 딸과 TV를 보며 함께 했다. 외출한 아들은 어디를 다니는지 흔적이 없고 아내가 수업을 마치고 내려온 밤에는 치킨을 시켜서 소주와 함께 먹었다. 늦은 시간에 아들이 밖에서 들어왔는데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고 갑자기 아내가 목소리를 높여 어리둥절했다. 단서도 없는 상황에서 어찌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일단 방으로 들어갔지만 이럴 때 아버지의 역할이 쉽지가 않았다.
18일
잠을 자고 일어나 창문을 열었더니 하늘이 맑고 바람도 시원했다. 거의 보름 만에 보는 쾌청한 날씨지만 선선한 아침과는 다르게 한낮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오늘부터 방학이 시작된 아들은 보충수업을 한다고 학교에 갔고 하지만 오전수업이라니 마음이 가벼울 것이다. 모레부터 방학이라는 딸은 다른 학교에 비하여 이틀이나 늦다고 투덜거리며 인상을 찌푸린 채 등교를 한다. 식사 후 아내가 날이 좋다며 먼저 산행을 나가고 나도 마라톤을 하려고 홍제천으로 가서 준비를 하니 9시가 지났다. 상쾌한 마음으로 출발하여 월드컵경기장을 거쳐 한강변으로 돌아오는 1시간 이상의 거리를 쉬지 않고 달렸다. 땀을 흘린 채 바로 체육관으로 이동하여 기구운동을 했고 12시경 집에 들어가서는 아내와 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산에서 거실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고 오후에는 차를 몰고 장안평에 가서 세피아 타이어를 교체했다. 돌아오면서 신설동에 들렀더니 건물 뒤쪽에 쪽문과 앞쪽으로 통유리를 만들어 실내가 넓어 보이도록 1층을 꾸몄다. 4시경 학원으로 들어가 교재와 컴퓨터를 하면서 보냈고 어둠이 내리는 시간에 집으로 돌아와 혼자서 저녁을 먹었다. 9시경 들어온 아들은 심야에 영화를 본다며 거실에 있는 나를 의식하지도 않고 또 외출을 하는데 버릇이 없어 괘씸하기만 했다.
19일
창문을 열어 놓고 잤더니 시원해서 좋기는 했는데 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소음으로 중간에 자주 깨었다. 새벽에 마라톤 연습을 계획했다가 잠을 더 자는 바람에 7시경 나가 월드컵경기장을 돌아오는 거리를 어제처럼 달렸다. 태풍의 영향인지 바람이 심하게 불었고 벌건 얼굴로 집으로 돌아오니 어제 나갔다가 언제 들어왔는지도 모르는 아들이 등교를 한다. 아침에 식사를 하면서 거실의 창문을 열었더니 역시 19층이라 시원했고 마라톤의 땀이 식을 무렵에는 아내가 산행을 나섰다. 오전에 잠깐 누웠다가 체육관으로 나가서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내와 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학원으로 가면서 2차 내용증명을 건물주에게 보냈고 오후에는 또 비가 내려 6월부터 7월까지 강수량이 넘치는 여름이다. 오후에 집으로 가면서 어제 아들이 테스트를 받은 독립문 수학학원을 방문했더니 20문제 중 6개를 맞혀 30점이라며 문제지를 건넨다. 결국 성적이 낮아 등록을 받지 않겠다는 것인데 학원의 행동에 오히려 어이가 없었고 한편으로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집으로 들어가서 마침 도착한 과외선생과 아들의 현실을 논의했는데 해결책도 나오지 않았고 흡족하지도 않았다. 저녁에 논술교실 올라가 수업을 하고 밤에는 아들의 수학점수에 대하여 고민을 해보니 대학도 어렵겠다는 암담함이 전부였다.
20일
어제 술을 많이 마시고 늦게 잠이 들었더니 밤새 불편했고 새벽에 마라톤 연습을 나가기에도 힘이 들었다. 9시까지 누워서 보내다가 오전에 체육관으로 나가면서는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방학 중 계획을 세워보라고 딸에게 일렀다. 학원에 가는 것 말고는 특별히 외출할 일이 없을 것인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자칫 무의미하고 지루할 수가 있다. 체육관에 도착하여 운동을 하면서는 평소와 다르게 집중력이 떨어져 힘이 들었는데 모두가 어제 마신 술이 그 원인이다. 12시 지나 집으로 들어가 딸과 산에서 내려온 아내까지 어제처럼 국수를 삶아서 점심으로 함께 먹었다. 식사를 하면서는 딸에게 냉장고 문을 자주 열면 안 된다고 잔소리를 했는데 입에 닿는 대로 먹다보면 비만해지기 때문이었다. 학원에 나갈 때 마트에 들러 고추장과 참기름 등을 사 오라고 아내가 메모를 주었는데 거기에 배추 세 포기까지 적혀 있다. 집에서 담근 김치가 입에 맞지 않아 날마다 스트레스인데 불 난 집에 기름을 붓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일단 지하철을 이용하여 대치동에 가서 마원장과 금전서류를 작성하고 학원으로 갔다가 오면서는 장을 보려고 마트에 들렀다. 집에서는 아들이 잠을 자는지 조용한데 성적도 낮고 특히 수학이 엉망이라 스스로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밤에 논술교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TV 앞에 있던 아들이 어느 새 방으로 들어가 말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21일
잠을 자는 새벽에 아내의 핸드폰이 울려 놀랐는데 퇴계원에 계신 장모님께서 전화를 한 것이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어쩌자는 것인지 아무튼 아내와 딸이 일어나 지하철로 퇴계원에 간다며 6시 전에 집을 나섰다. 아내가 운전을 할 줄 알았다면 먼 거리를 돌아가는 지하철을 대신하여 쉽고 빠르게 갔다가 나들이도 가능했을 것이다. 바람이 선선한 새벽에 홍제천에 나가 월드컵경기장을 지나 한강변을 돌아오는 약15킬로 1시간40분을 달렸다. 땀과 함께 집으로 오면서 학교에 가는 아들을 태우려고 전화를 했더니 시내버스 정류장이라며 혼자 가겠다고 한다. 말을 하지도 듣지도 않는 청개구리 같은 성격에 공부까지 등한시하여 속이 말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해야 하는 아들이다. 집으로 들어가 아침식사를 하고 오전에 논술교실에서 서류정리와 일요일에 수업할 문제집을 풀면서 혼자 시간을 보냈다. 점심쯤 집으로 내려와 식사를 하고 곧바로 체육관으로 나가서 2시간을 보낸 후 광화문과 종로를 달려 신설동으로 향했다. 제법 식당다운 모습을 갖춘 1층을 점검하고 학원으로 가는 중에는 날씨의 영향인지 세피아 차가 삐걱거려 신경이 쓰였다. 저녁에 남영동에서 친구와 삼겹살로 식사를 하는데 수입한 고기인지 질기고 맛이 없어 먹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22일
어제 용산 복숭아 축제에 간 장모님과 아내 그리고 딸이 SBS 오전 11시 생활경제 뉴스에 나왔다. 나는 직접 보지는 못했고 딸이 저장해 둔 동영상으로 확인했는데 처음에는 멀찍이 있는 아내의 모습이 먼저 보였다. 이후 딸이 모델처럼 복숭아를 먹는 장면이 나왔고 장모님께서는 시원한 표정으로 더위가 싹 가신다는 멘트를 하신다. 그런가하면 딸이 훌라후프 대회에 참가하여 복숭아 1박스를 탔다고도 하는데 어제는 방송까지 나오며 3대가 추억을 만든 날이었다. 아침에 식사를 마치고 주민센터에서 인감을 신청하여 2011년 2기분 부가세를 동대문세무서까지 나가 신고하여 마무리했다. 이후 구청으로 이동해서는 신설동 건물 1층을 과거 호프집에서 중식당으로 새롭게 용도를 변경하여 세입자에게 통보를 했다. 엉뚱한 것은 소유권을 내 앞으로 이전한 지가 10년이나 지났는데 구청은 기존 임대인한테 말소허가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결국 처리는 잘 했지만 기존의 소유권자가 사망이나 이전 등 변수가 많을 수 있는데 상식에서 벗어난 행정이 이해되지 않았다. 오후에 학원으로 갔다가 4시경 논술교실로 이동하여 수업을 했고 저녁에는 삶은 돼지고기 수육을 맛있게 먹었다. 오늘 아들의 생일이라 아침에 케이크를 준비하여 식탁에서 기다렸는데 소리도 없이 학교에 가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외손자 생일을 축하한다고 함께 식탁에 계셨던 장모님 뵐 면목도 없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같아 얼굴이 화끈했었다. 밤에 이제야 파티를 하려는지 식탁에서 웅성거리고 하지만 축하할 마음이 사라진 나는 안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23일
새벽에 일어나 마라톤 연습을 하려고 거실에 나서니 장모님과 아내 딸이 곤하게 잠을 자고 있다. 밖으로 나와 6시경 홍제천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몸을 풀고 한강이 흐르는 성산대교까지 12킬로를 쉬지 않고 달려서 돌아왔다. 이른 시간인데도 홍제천이나 한강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기온까지 높아 어제보다 많은 땀이 흐른 아침이었다. 7시40분경 집으로 돌아와 탐구교실에서 오늘 바닷가로 갯벌체험을 간다는 딸을 연북중학교에 태워다 주었다. 장모님은 내려가셨는데 어제 생일 날 말도 없이 학교에 간 아들에 대하여 반듯하게 자란 딸과 다르다는 말씀이 아직도 죄송했다. 오전에 도시락을 준비하여 정릉으로 달려가 북한산을 올랐는데 오늘 관악산 동문 산행에 불참한 대신 이곳이라도 찾은 것이다. 하지만 기온도 높고 습도까지 많아 산행하기에는 힘들었고 결국 칼바위 방향으로 오르다가 정상 아래에서 점심을 먹었다. 계곡에 발을 담그니 가재들이 몰려와 의아했는데 혼자 온 산행이었지만 반기는 벗이 있어 좋았다. 2시경 산에서 내려와 학원으로 갔다가 수업을 준비하고 집으로 돌아온 저녁에는 어제 체육관에 등록한 아내와 딸을 보냈다. 토요일이라 8시까지 운동을 할 수 있어 떠밀다시피 독려한 것인데 무엇이든 계획한 것은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잠시 후 나도 체육관으로 나가서 운동을 했고 늦은 시간 아내와 딸과 함께 마친 뒤 쇼핑을 하면서는 먹거리와 수박을 구입했다.
24일
어제 일찍 잤음에도 일어나니 피곤하다. 혼자 공부를 하려고 이른 새벽에 논술교실로 올라가 2시간을 보내다 8시에 내려와 아침을 먹었다. 이후 일요일 9시 수업으로 다시 올랐는데 휴가철이라고 수강생 일부가 여행을 떠나 몇 명만 출석을 했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1시경 집으로 갔더니 오늘이 가장 덥다는 중복이라며 아내가 특별히 닭백숙과 찹쌀밥을 만들어 두었다. 점심으로 맛있게 잘 먹고 3시에 다시 교실로 올랐는데 오전과 마찬가지로 결석과 지각이 많아 수업에 의욕이 떨어졌다. 저녁에 남영동으로 나가 친구와 김치찌개로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셨고 10시경 무악재에 도착하니 소나기가 내린다. 집에서 아내가 우산을 가지고 나왔는데 일상의 평범한 일이었지만 배려와 사랑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집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 말고는 거의 기억에 없는 희생적의 행동으로 고마움이 뜻밖에 오래 지속되었다. 집으로 들어와서는 컴퓨터를 하던 아들 딸과 수박을 함께 먹었고 그런데 이번 것은 보기 드물게 맛이 달면서도 시원했다.
25일
새벽에 마라톤을 해야 하는데 몸이 무거워 뒹굴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조금이라도 달려보려고 억지로 홍제천에 나갔는데 역시 몸이 따르지 않아 힘든 과정이었다. 겨우 모래네까지 돌아오는 6킬로를 달렸고 땀이 흐른 상태로 체육관으로 이동해서는 다시 기구운동을 시작했다. 집으로 전화도 하여 이왕 등록했으니 거르지 말고 운동을 하라고 일렀더니 얼마 후 아내가 딸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워낙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마지못해 나온 것 같았는데 코치를 대신하여 기구에 대한 설명을 내가 해 주었다. 오후에 예약된 치과에 간다는 아내와 딸을 체육관에 두고 먼저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한 후에 차를 몰아 학원으로 나갔다. 교재 준비를 하면서 보내다 비가 거세게 내리는 저녁에 집으로 오는데 아내한테 PC방에 가서 아들을 찾아오라는 전화가 왔다. 아파트에 도착하여 차를 두고 동네에 있는 링크 PC방으로 갔더니 아들이 이어폰까지 하고 게임을 즐기고 있다. 아들의 입장을 생각하여 우산만 전해주었는데 데려오라는 아내의 요구를 무시한 탓인지 돌아온 집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잠시 후 아들이 들어왔고 그런데 아내가 갑자기 핸드폰을 빼앗아 망치로 부수더니 방에 있던 책과 가방 모두를 현관에 내던졌다. 이어 가르칠 필요도 없다며 통곡을 하고 놀란 딸도 소리를 내어 울어서 당황했는데 낮에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틀림없이 아내에게 충격이 될 만한 아들의 잘못과 그로 인한 심한 대립이 있었을 것으로 평소 내가 느끼는 감정을 생각하면 상황은 충분히 짐작이 갔다.
26일
폭풍이 몰아친 것 같은 어제 우리 집의 상황이었다.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성적도 저조한 아들이 날마다 밖에만 나가 있고 전화까지 불통이라 화가 났을 것이다. 이제는 PC방에 가지 않겠다고 어제 약속을 하던데 철이 들어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아들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내 입장에서도 어느 상황이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지켜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과 판단이 생겼다. 스무 살 때 충청도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타지에서 왔다는 이유로 나를 텃세하는 경우가 주변에서 종종 있었다. 이에 성격이 만만찮은 나로서 싸우는 일이 자주 생겼고 그럴 때마다 함께 생활한 아저씨는 인자함으로 나를 기다리셨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고 내려가 슬픔을 삼켰지만 따뜻하고 자상했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식사를 마친 아침에 체육관으로 가서 운동을 하고 임대로 나온 독립문 학원을 둘러본 후 1시경 논술교실 수업을 시작했다. 아내가 올라온 3시30분에 집으로 내려가 늦은 점심을 하고 몇 시간을 쉬다가 저녁에 다시 교실로 올라왔다. 밤에 수업 마친 수강생들을 집까지 태워다 주고 집으로 들어가니 어제의 일로 컴컴한 거실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27일
새벽에 일어나니 비가 거세게 내리고 어젯밤 춘천에서는 수련회에 참가한 인하대 학생들 10명이 산사태로 사망했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는데 열심히 공부하여 들어간 대학이 결과적으로 죽음을 만들었으니 삶의 행보를 예측할 수가 없다. 아들이 식사도 거른 채 학교에 갔고 비가 굵어진 아침에는 딸을 태워 동명여중 정문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오전에 일을 보러 시내에 나갔더니 광화문 일대가 잠겼고 강남에서는 우면산 일부가 무너져 여기도 인명피해가 생겼다. 장마가 그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제부터 오늘까지 500밀리 이상의 비가 내렸다니 살면서 이런 경우도 처음이다. 남영동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는 중에 차가 길옆 돌에 부딪혀 에어컨 작동이 멈추었고 이로 인하여 더운 날 불편함이 많았다. 오후에 도착한 신설동은 아직도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고 하지만 25일부터 임대료가 시작되었으니 세입자도 조급할 것이다. 곧바로 보문동을 지나 학원으로 들어갔다가 프린트 등을 준비하여 집으로 돌아왔고 6시경 수업이 있는 논술교실로 올랐다. 중간에 아들이 도서관에 간다며 나섰는데 효율적인 학습이 될 수 있도록 끈기있게 집중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당부했다. 수업을 마치고 체육관으로 가서 아내와 딸까지 함께 운동을 했더니 의외로 흐믓함과 보람이 많이 생겨 기분 좋은 밤이 되었다.
28일
새벽에 내리는 빗소리가 잠을 설치게 하지만 어느 때는 자장가로 들리기도 하는데 마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아내는 일찍 식사를 준비해 두고 논술교실 수업으로 올랐고 아들과 딸은 피곤한지 늦게까지 이불 속에 있다. 혼자 식사를 마치고 집을 나서려던 11시까지 딸은 계속 잠을 자고 아들은 이제야 눈을 비비며 식탁으로 나왔다. 일찍 교실에 올랐던 아내는 그 사이 수업을 마치고 아들과 딸에게 준다며 음료수를 가득 사 들고 들어왔다. 체육관으로 가면서는 BMW 에어컨 센서를 교체하려고 우선 성산동 센터를 찾았고 수리를 마친 뒤 비용으로 5만원을 지불했다. 1시경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하는 중에 김치찌개가 맛이 있어 방에 있던 아들을 불렀더니 땀까지 흘리며 먹고 들어갔다. 3시경 학원으로 나가 오후를 보냈고 저녁에는 식당을 하는 친구한테 전화가 와서 4호선 지하철을 타고 범계역으로 이동했다. 오늘은 친구와 대립하고 있는 그의 처남을 만나 해결책을 만들어 보려고 간 것인데 견해 차이가 너무 커서 말도 꺼내지 못했다. 결국 식사만 하고 밖으로 나와 친구와 술잔을 들었는데 시간이 금방 12시가 지나 버렸다.
29일
새벽에 범계역 근처 찜질방으로 가려다가 마침 서울로 가는 택시가 있어 서울대 근처까지 1만3천 원을 지불하고 이동했다. 여름 밤 시원한 기온이 좋았고 몇 시간만 지나면 날이 샐 것 같아서 일단 사우나에 들어가 지하철 첫차를 기다렸다. 2시간 후 날이 밝아서 밖으로 나왔고 모두가 자고 있는 새벽에 집으로 돌아와 쓰러지듯 누웠다가 일어났다. 이후 식사도 거르고 곧바로 체육관으로 나갔는데 몽롱한 상태라서 운동하기도 어려웠고 결국 시늉만 하다가 바로 마쳤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1시간 전 입고한 차가 아직도 시동이 켜진 채로 있었는데 내가 정신이 나간 아침이었다. 그나마 짧은 시간이라 다행이었지만 어제의 무리함이 몸과 정신을 바보로 만든 것이고 이런 일이 다시 생기면 안 될 것이다. 날이 갠 12시경 학원으로 나가서 점심을 사 먹고 오후에 일찍 집으로 들어와 아내를 대신하여 김치찌개를 만들었다. 식사를 마친 밤에 아내는 학원에서 오는 딸과 만나 체육관에 간다며 나갔고 어제부터 피곤한 나는 바로 자리에 누웠다.
30일
어제 일찍 잠을 잔 탓인지 새벽에 몸과 마음이 좋아졌다. 거실에 나오니 아내와 딸이 자고 있고 푸른 안산의 신록은 마치 강원도 콘도에 여행을 온 분위기였다. 아침에 참치찌개를 만들어 가족이 식사를 하면서 아들과 딸이 사용하는 방에 도배를 하겠다고 하니 모두가 찬성이다. 식사 후 체육관 가는 길에 비용을 알아보니 예상대로 아파트 33평 기준 일반벽지는 80만원 실크벽지는 140만원이다. 거실까지 포함하는 전체 금액이지만 우리는 아들과 딸의 방만 한정된 것이라 그 보다는 가격이 내려갈 것이다. 운동을 마친 12시경 집으로 들어가니 아내는 딸과 요양원인 유자원 봉사활동을 나갔고 아들은 혼자서 컴퓨터에 정신이 팔려 있다. 오늘도 그렇지만 요즘 집으로 들어가면 무엇이 두려운지 아들이 현관문을 잠그는 경우가 있어 불만스러움으로 지적을 했다. 점심을 먹으면서 TV를 보니 폭우 피해에 아랑곳하지 않고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로 공항은 발 디딜 틈이 없고 도로는 차량으로 가득하다. 오후에 학원으로 가서 교재를 보고 컴퓨터를 하다가 저녁에 배가 고파 집으로 왔는데 먹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아침부터 아내가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귀찮다고 하여 낮에 어쩔 수 없이 국수를 먹었는데 결국 밤에도 라면으로 근근이 끼니를 때웠다.
31일
어제 저녁에 라면을 먹었더니 밤새 배가 고파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그러다 기어니 새벽에 집을 나섰다. 컴컴한 시간에 밥을 사 먹으러 나간 것인데 홍제천 주변에 있는 해장국집을 찾아가 뜨끈한 콩나물국을 사 먹었다. 뱃속을 채우고 집에 들어오니 6시가 지나 날이 밝아 왔고 거실에 있던 아내의 질문에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갔다. 교회에 가는 것조차 잊고 다시 잠이 들었다가 9시경 일어나 논술교실에 가서 일요일 수업을 시작했다. 오전 일정을 마친 후 집으로 내려가 점심을 먹고 3시경 다시 교실로 왔는데 오후반은 수강생들이 산만하여 힘이 들었다. 초저녁에 오리훈제를 배달시켜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었고 이후 집을 나서 홍제역 찜질방까지 갔다가 12시에 돌아왔다. 낮부터 보이지 않던 아들은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고 거실에서는 그런 아들을 기다린다고 아내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초조함과 불안함으로 보내는 7월의 밤이지만 8월이 오는 내일은 새로운 태양처럼 밝음이 우리에게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