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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智異山) 주제 한시(漢詩) 28수
遊智異山 : 李仁老(이인로)
지리산에서 놀다
(李仁老가 지리산 靑鶴洞을 여러 날 찾아 헤매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바위 위에 적어 놓고 왔다는 시)
頭流山逈暮雲低(두류산형모운저) : 두류산이 멀리 구름 아래 저무니
萬壑千岩似會稽(만학천암사회계) : 일만 구릉 천 바위는 회계산 같네
策杖欲尋靑鶴洞(책사욕심청학동) : 지팡이 짚고 청학동을 찾으려 하니
隔林空聽白猿啼(격림공청백원제) : 숲 사이에서 공연히 잔나비 소리 들리네
樓坮縹緲三山根(누대표묘삼산근) : 누대는 아득히 삼신산의 뿌리이고
苔蘇依僖四字題(태소의희사자제) : 이끼에 의지한 희미한 네 글자의 제목
試問仙源何處是(시문선원하처시) : 시험삼아 묻노니 무릉도원은 그 어디인고
落花流水使人迷(낙화류수사인미) : 지는 꽃 물에 흘러 사람으로 하여금 헤매게 하네
智異山(지리산) : 金敦中(김돈중)
躋擧直上最高峰(제거직상최고봉) : 산을 올라 곧바로 최 상봉에 이르러,
回首塵寰一片紅(회수진환일편홍) : 풍진 세상을 돌아보니 한 조각의 구름 일세.
徙倚烟霞得幽趣(사의연하득유취) : 연하 속 배회하여 그윽한 정취 얻으니,
風流不愧晉羊公(풍류불괴진양공) : 풍류는 진나라의 양공에게 부끄러울 것 없네.
김돈중(金敦中) : 고려 의종 때 명신.
登智異山(등지리산) : 金富儀(김부의)
지리산에 오르다
歷險疑登太華峯(역험의등태화봉) : 온갖 험로다 지나 태화봉에 올랐더니,
歸途還怯夕陽紅(귀도환겁석양홍) : 돌아올 때 저녁노을이 도리어 겁나네.
偶因王事遊方外(우인왕사유방외) : 우연히 명을 받들어 방외에 노니나니,
還愧當年楊次公(환괴당년양차공) : 부끄럽다 그때의 양차공이.
김부의(金富儀) - 고려 인종 때의 명신
智異山(지리산) : 牧隱(목은) 이색(李穡)
頭流山最大(두류산최대) : 두류산이 가장 커서
羽客豹皮茵(우객표피인) : 신선이 호피 방석 깔았네.
木末飛雙脚(목말비쌍각) : 나무 끝에 양 다리가 날고
雲間出半身(운간출반신) : 구름 속에 반신만 내놓네.
人識困三武(인식곤삼무) : 사람들은 삼무에게 곤란 당했음을 알고,
或說避孤秦(혹설피고진) : 혹은 진나라를 피했다고 말하네.
豈乏幽棲地(개핍유서지) : 어찌해 그윽하게 살 곳이 없어
風塵白髮新(풍진백발신) : 풍진 속에 백발이 새로워 졌나
佔畢齋(점필재) 金宗直(김종직) 선생의 遊頭流紀行詩(유두류기행시) 11수
先涅庵(선열암) :金宗直(김종직)
門掩藤蘿雲半扃(문엄등라운반경) : 문은 등나무 덩굴에 가리고 구름은 반쯤 닫혔는데
雲根矗矗水冷冷(운근촉촉수냉랭) : 구름이 뿌리내린 우뚝 솟은 바위의 석간수는 맑고 시원하구나.
高僧結夏還飛錫(고승결하환비석) : 하안거를 마친 고승은 석장을 날리며 돌아가고
只有林閑猿鶴驚(지유임한원학경) : 다만 숲은 한가로운데 은거하는 선비가 놀라는구나.
함양 독바위 부근에 도착하였을 당시 구름(안개)이 독바위를 반쯤 가린 듯하고 선열암 석간수는 맑고 차가운 물이 흐르는데 하안거를 마친 고승은 떠나고 텅 빈 선열암의 조용한 숲속에 갑자기 들이닥친 일행들의 인기척에 야학이 놀라는 상황을 묘사함
議論臺(의논대) : 金宗直(김종직)
兩箇胡僧衲半肩(양개호승납반견) : 호로중 두 사람이 장삼을 어깨에 반쯤 걸치고,
巖間指點小林禪(암간지점소림선) : 바위 사이 한 곳을 소림선방이라고 가리키네.
斜陽獨立三盤石(사양독립삼반석) : 석양에 삼반석(의논대)에 홀로 서있으니
滿袖天風我欲仙(만수천풍아욕선) : 소매 가득 가을바람이 불어와 나도 신선이 되려하네.
宿古涅庵(숙고열암) : 金宗直(김종직)
病骨欲支撑(병골욕지탱) : 지친 몸 지탱하려고
暫借蒲團宿(잠차포단숙) : 잠시 포단 빌려 잠을 자는데
松濤沸明月(송도비명월) : 소나무 물결(파도소리) 달빛 아래 들끓으니
誤擬遊句曲(오의유구곡) : 국곡선경에 노니는 듯 착각하였네.
浮雲復何意(부운복하의) : 뜬 구름은 또한 무슨 뜻인가?
夜半閉巖谷(야반폐암곡) : 한밤중 바위 천정이 닫혀있구나
唯將正直心(유장정직심): 오직 올곧은 마음을 가진다면
倘得山靈錄(당득산영록) : 혹시 산신령의 살핌을 얻으려나.
贈古涅僧(고열암 중에게 주다) : 金宗直(김종직)
求名逐利兩紛紛(구명축리양분분) : 명예를 구하고 이익을 좇는(따르는) 것 둘 다 어지러우니
緇俗而今未易分(치속이금미이분) : 지금은 승려와 속인을 구분하기 어렵구나.
須陟頭流最高頂(수척두류최고정) : 모름지기 두류산 상봉에 올라보게나.
世間塵土不饒君(세간진토불요군) : 세간의 흙먼지는 그대를 배부르게 하지 못한다네.
中秋天王峯不見月(중추천왕봉불견월) : 金宗直(김종직)
중추절 천왕봉에서 보름달을 보지 못함
抽身簿領陟崔嵬(추신부령척최외) : 공무에서 잠시 벗어나 높은 산에 올랐는데
剛被良辰造物猜(강피양진조물시) : 좋은 날 조물주 강한 새암을 받는구나.
霧漲寰區八紘海(무창환구팔굉해) : 운무는 천지에 넘쳐서 팔방(팔굉)이 바다이고
風掀巖石萬搥雷(풍흔암석만추뢰) : 바람이 바위에 몰아쳐 뇌성벽력을 치네.
勝遊天王知難繼(승유천왕지난계) : 천왕봉 달맞이 놀이(승유) 계속되기 어려워
淸夢瓊臺未擬回(청몽경대미의회) : 경대의 맑은 꿈(천왕봉 달맞이) 다시 함을 헤아리지 못하겠네.
時有頑雲暫成罅(시유완운잠성하) : 때때로 무지막지한 구름 잠시 틈을 만들지만,
誰能取月滿懷來(수능취월만회래) : 누가 능히 보름달을 취해 가슴에 품고 올 수 있으리?
香積庵無僧已二載(향적암무승이이재) : 金宗直(김종직)
중이 떠난 지 이미 2년이 넘은 향적암에서
携手扣雲關(휴수구운관) : 손을 잡고 운무로 뒤덮인 문을 두드리니
塵蹤汚蕙蘭(진종오혜란) : 속인의 발자국이 혜란초를 더럽히네.
澗泉猶在筧(간천유재견) : 아직 실개천 샘터에는 홈통이 남아있고
香燼尙堆盤(향신상퇴반) : 타다 남은 향불도 (아직) 쟁반에 쌓여있어라.
倚杖秋光冷(의장추광랭) : 지팡이를 기대니 가을빛은 차가운데
捫巖海宇寬(문암해우관) : 바위를 붙잡고 (금강대에)오르니 온 세상이 넓구나.
殷勤報猿鶴(은근보원학) : 은근히 원숭이(산사람)와 학(은둔 선비)에게 알리노니
容我再登攀(용아재등반) : 내가 다시 오르는 것을 용납해다오.
宿香積夜半開霽(숙향적야반개제) : 金宗直(김종직)
향적암에서 자는데 한밤중에야 활짝 개었다.
飄然笙鶴瞥雲聲(표연생학별운성) : 선학이 표연히(가볍게) 나니 별안간 구름 소리가 나고
千仞岡頭秋月明(천인강두추월명) : 천길 산꼭대기(천왕봉)엔 가을 달(보름달)이 밝구나.
應有道人轟鐵笛(응유도인굉철적) : 어느 도인이 부는 날라리轟鐵(굉적)에 화답하여
更邀回老訪蓬瀛(경요회로방봉영) : 다시 회도인을 만나 (신선이 사는) 봉래와 영주를 찾으리라.
再登天王峯(재등천왕봉) : 金宗直(김종직)
다시 천왕봉에 오르다
五嶽鎭中原(오악진중원) : 오악이 중원을 진압하고
東岱衆所宗(동대중소종) : 동쪽 대산(동악, 태산)이 뭇 산의 종주인데...
豈知渤海外(기지발해외) : 어찌 알았으리요? 발해 밖에
乃有頭流雄(내유두류웅) : 바로 웅장한 두류산이 있음을...
崑崙萬萬古(곤륜만만고) : 곤륜산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地軸東西通(지축동서통) : 지축(地軸)이 동서로 통하고
幹維掣首尾(간유체수미) : 줄기가 머리와 꼬리를 연결했으니
想像造化功(상상조화공) : 조화의 공을 상상할 만하구나.
繄我乏仙骨(예아핍선골) : 아! 나는 신선의 골상이 되기는 모자라
塵埃久飄蓬(진애구표봉) : 속세에서 오래도록 떠돌아다니다
牽絲古速含(견사고속함) : 옛 속함(함양) 고을의 수령이 되었는데
玆山在雷封(자산재뢰봉) : 이산이 함양 관내에 있을 줄이야....
省斂馬川曲(성렴마천곡) : 마천 구석의 가을걷이를 살피는데
時序秋正中(시서추정중) : 계절은 가을의 정 중앙이라.
試携二三子(시휴이삼자) : 시험 삼아 두 세 제자를 거느리고
翫月天王峯(완월천왕봉) : 천왕봉에 달구경 간다네.
捫蘿恣登頓(문라자등돈) : 등나무 넝쿨 잡고 멋대로 오르다 지쳐서
足力寄短筇(족력기단공) : 발의 힘을 짧은 지팡이(단장)에 맡겼는데
山靈似戲劇(산령사희극) : 산신령이 연극하는 것과도 같아서
霧雨兼顚風(무우겸전풍) : 안개비에 아울러 세찬바람까지 불어대는구나.
齋心且默禱(재심차묵도) : 마음을 깨끗이하고 또 마음 속으로 기도하여
庶盪芥蒂胸(서탕개체흉) : 거의 가슴의 답답함을 씻어버렸네.
今朝忽淸霽(금조홀청제) : 오늘 아침에는 홀연(문득) 맑게 개이니
神其諒吾衷(신기량오충) : 산신령이 (아마)내 정성을 살펴주신 것이라.
遂忘再陟勞(수망재척로) : 드디어 다시 오르는 수고를 잊고서
絶頂窺鴻濛(절정규홍몽) : 정상에서 천지자연의 광대함을 엿보고
浩浩俯積蘇(호호부적소) : 넓고 넓은 우거진 숲을 굽어보니
如脫天地籠(여탈천지롱) : 천지의 새장을 벗어난 듯하구나.
群山萬里朝(군산만리조) : 여러 산들은 멀리서 조회하듯
眼底失窮崇(안저실궁숭) : 눈 아래 높은 것이 하나도 없어라.
北望白玉京(북망백옥경) : 북쪽으로 백옥경(한양)을 바라보는데
滅沒南飛鴻(멸몰남비홍) : 남쪽으로 날던 기러기는 사라지네.
溟海卽咫尺(명해즉지척) : 큰 바다는 바로 지척이라
際天磨靑銅(제천마청동) : 하늘 끝에서는 청동을 연마하네.
乖蠻與隔夷(괴만여격이) : 남만과 동이가 멀리 떨어져
雲水和朦朧(운수화몽롱) : 구름과 바다의 조화가 몽롱하구나.
遠瞻若迷方(원첨약미방) : 먼 곳을 보면 방향이 헷갈린 듯하나
近挹忻奇逢(근읍흔기봉) : 가까이 읍하면(보면) 기이한 만남(구경)이 기쁘구나.
蒼虯舞素壁(창규무소벽) : 푸르고 굽은 소나무 절벽 위에 춤추고
赤羽低晴空(적우저청공) : 붉은 태양은 날 개인 하늘에 낮게 드리우네.
萬壑水奔流(만학수분류) : 만 구렁(골짜기)의 물은 세차게 흘러서
逶迤拕玉虹(위이타옥홍) : 구불구불 옥무지개를 끌어당기고
十洲隱積皺(십주은적추) : 십주는 쌓인 주름(골짜기)에 숨어있어
指顧面面同(지고면면동) : 가까이에서 보면 저마다(면면이) 같구려.
諸峯悉醞藉(제봉실온자) : 여러 봉우리는 모두 너그러워
有似兒孫從(유사아손종) : 마치 자손이 (부조를) 따르고
般若欲爭長(반약욕쟁장) : 반야봉은 높이를 다투려고 하여
紫蓋於祝融(자개어축융) : 자개가 축융의 경우와 같구려.
懷哉靑鶴洞(회재청학동) : 그립구나! 청학동이여!
千載祕仙蹤(천재비선종) : 천년도록 신선의 자취 숨겼기에...
長嘯下危磴(장소하위등) : 길게 읊조리며 위험한 산비탈 내려가니
如將値靑童(여장치청동) : 청학동의 선동을 만날 것만 같구나.
飇梯起輕霧(표제기경무) : 棧道(사다리)에 광풍이 부니 안개는 가볍게 일고
返照明丹楓(반조명단풍) : 빛이 반사되어 단풍이 밝구나.
雖負端正月(수부단정월) : 비록 단정한 달(한가위 보름달)은 없었지만
眞源今已窮(진원금이궁) : 선도의 본원은 이제 이미 다 궁구(탐색)하였네.
倏陰而倏晴(숙음이숙청) : 갑자기 구름이 끼었다가 갑자기 날이 개이니
厚意牋天公(후의전천공) : 정중한 마음으로 천제님께 편지를 올리려네.
累繭不足恤(루견부족휼) : 발 부르튼 건 족히 근심할 것도 없고
信宿靑蓮宮(신숙청련궁) : 진실로 청련궁(사찰)에서 이틀 밤을 묵었나니
明朝謝煙霞(명조사연하) : 내일 아침에는 연하선경을 떠나서
繩墨還悤悤(승묵환총총) : 공무로 다시 바쁘리라.
中峰望海中諸島(중봉망해중제도) :金宗直(김종직)
중봉에서 바다 가운데 여러 섬들을 바라보다
前島庚庚後立立(전도경경후립립) : 앞에 섬은 가로 놓이고 뒤 섬은 서서 있으니
蒼茫天水相接連(창망천수상접연) : 파란 하늘과 아득한 바다가 서로 접하여 이어져있네.
似有雲帆疾於鳥(사유운범질어조) : 구름 돛단배는 새보다 빠른 듯하니
古來說得乘槎仙(고래설득승사선) : 예로부터 도를 깨달은 신선이 탄 뗏목이네.
代輿員嶠更何處(대여원교갱하처) : 신선이 사는 대여산과 원교산은 또 어느 곳인가?
巨鼇不動應酣眠(거오부동응감면) : 거오(큰 자라) 움직이지 않으니 응당 단잠이 들었나보다.
寄書紫鳳問舊侶(기서자봉문구려) : 자색 봉황새에 편지를 보내어 옛 친구에게 묻노니
我今亦在方丈巓(아금역재방장전) : 지금 또한 나는 방장산 정상에 있다네.
영신암(靈神菴) : 金宗直(김종직)
箋筈車箱散策回(전괄거상산책회) : 전괄과 거상에 산책하고 돌아오니
老禪方丈石門開(노선방장석문개) : 방장의 노 선사가 돌문을 열어준다
明朝更踏紅塵路(명조갱답홍진로) : 내일 아침이면 다시 세상길 밟으리니
湏喚山都沽酒來(회환산도고주래) : 천천히 산도를 불러 술이나 사오게나
昻昻然如野鶴在鷄群(앙앙연여야학재계군) : 金宗直(김종직)
여럿 가운데 홀로 특출함
雙溪寺裏憶孤雲(쌍계사리억고운) : 쌍계사 안에 고운을 생각하니
時事紛紛不可聞(시사분분불가문) : 어지러웠던 당시의 일을 들을(알) 수가 없구나.
東海歸來還浪跡(동해귀래환랑적) : 해동(신라)으로 돌아와 도리어 유랑했던 발자취는
秖緣野鶴在鷄群(지연야학재계군) : 다만 야학이 군계 속에 있었던 연유로다.
下山吟(하산음) : 金宗直(김종직)
산에서 내려와 읊다
杖藜纔下山(장려재하산) : 명아주 지팡이 짚고 겨우 산에서 내려오니
澄潭忽蘸客(징담홀잠객) : 갑자기 맑은 연못이 산객을 담그게 하네
彎碕濯我纓(만기탁아영) : 굽은 물가에서 앉아 내 갓끈을 씻으니
瀏瀏風生腋(류류풍생액) : 시원한 바람이 겨드랑이에서 나오는구나.
平生饕山水(평생도산수) : 평소 산수 욕심을 부렸는데
今日了緉屐(금일료량극) : 오늘은 나막신 한 켤레가 다 닳았네
顧語會心人(고어회심인) : 여정을 함께한 사람(제자)들에게 돌아보고 말하노니
胡爲赴形役(호위부형역) : 어찌 (우리가)육체의 노역에 나아갔다고 하겠는가?
蒙山畫幀迦葉圖贊(몽산화정가섭도찬) : 匪懈堂(비해당) 李瑢(安平大君)
영신암의 가섭전 법당에는 원나라 고승 蒙山和尙(몽산화상)이 그린 가섭도가
있었는데, 가섭도에 비해당 안평대군이 찬을 썼다.
頭陁第一。是爲抖擻。: 마하가섭존자께서는 두타 수행인 두수를 바르게 행하시어
外已遠塵。內已離垢。: 밖으로 이미 번뇌를 떨치시고, 안으로 듣 마음의 때를 벗으셨네.
得道居先。入滅於後。: 앞서 道(아라한과)를 얻으시고, 뒤에는 적멸의 경지에 드셨으니
雪衣雞山。千秋不朽。: 눈 덮인 계족산에서, 천추에 사라지지 않고 길이 전하리라.
가섭도는 逸失되어 전해지지 않지만, 점필재 김종직의 유두류록에 비해당이 쓴 찬의 내용이 전한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불교문사와 한문학사의 관점에서 유두류록의 가치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안평대군은 몽산화상의 제자 나옹화상, 나옹화상의 제자인 신미대사에게 불법을 배웠다고 한다. 贊의 내용을 읽어보면 비해당이 불교에 얼마나 조예가 깊었는가를 알 수 있다. 비해당의 贊은 마하가섭존자가 계족산(영신봉) 영신대 석가섭의 자연불에 깃들어 미래의 미륵불을 기다린다고 보고, 미륵 세상과의 매개자이며 구도자인 영원불멸의 마하가섭존자를 찬양하는 글이다.
馬川記所見(마천기소견) : 金宗直(김종직)
마천에서 본 것을 기록하다
十年萍梗我何堪(십년평경아하감) : 십 년 간 떠돌던 신세를 내 어이 견디었나
放迹靑山一夢酣(방적청산일몽감) : 운산에 자취 감추니 한바탕 꿈이 달콤하네.
落日閃霞橫鷲岾(락일섬하횡취점) : 지는 해가 노을을 드리며 취재에 걸쳐있고
長風驅雨過龍潭(장풍구우과룡담) : 긴 바람이 비를 몰아 용유담을 지나는구나.
白雲靑鶴空迷遠(백운청학공미원) : 백운 속의 청학은 부질없이 멀기만 했는데
牙簡瓊膏奈飽參(아간경고내포참) : 공문서와 맛난 음식 어찌나 실컷 먹었던지.
今夜佛牕松桂冷(금야불창송계랭) : 오늘 밤 창을 스치는 솔바람소리 차가우니
臥看明月印輕嵐(와간명월인경람) : 가벼운 남기에 비치는 명월을 누워서 보리.
望岳樓(망악루) : 金宗直(김종직)
큰 산을 바라보며(지리산 유람 후의 시)
去年塵跡汚巖巒(거년진적오암만) : 작년에 속세 자취로 산봉우리 더럽히곤
望嶽樓中更靦顔(망악루중경전안) : 망악루 안에서 다시금 얼굴을 붉힌다네.
却恐英靈恥重滓(각공영령치중재) : 산신령이 거듭 더럽혀짐을 수치로 여겨
洞門牢與白雲關(동문뢰여백운관) : 동문을 백운으로 굳게 닫을까 염려로세.
遊頭流山 到花開縣作 : 일두(一蠹) 정여창(鄭汝昌)
두류산을 구경하고 화개 현에 이르러 짓다
風蒲獵獵弄輕柔(풍포렵렵롱경유) : 냇버들은 살랑살랑 가볍게 흔들리는데
四月花開麥已秋(사월화개맥이추) : 4월 화개현에 보리가 벌써 익었네
看盡頭流千萬疊(간진두류천만첩) : 두류산 천만 봉을 샅샅이 보고 나서
孤舟又下大江流(고주우하대강류) : 외로운 배로 다시 큰 강을 내려간다.
頭流作(두류작) : 南冥(남명) 曺植(조식)
두류산에서 짓다.
高懷千尺掛之難(고회천척괘지난) : 고상한 생각 매우 높아 걸기 어려우니
方丈于頭上上竿(방장우두상상간) : 방장산의 꼭대기에 매다는 게 가장 좋으리라.
玉局三生須有籍(옥국삼생수유적) : 옥국에 三生(삼생)함은 반드시 명부에 있으니
他年名字也身看(타년명자이신간) : 다른 해에 몸에 잇닿은 이름자를 보리라.
詠靑鶴洞瀑布(영청학동폭포) : 南冥(남명) 曺植(조식)
청학동 폭포를 읊음
勅敵層崖當(칙적층애당) : 굳센 적처럼 층진 벼랑이 막아섰기에,
春撞鬪未休(춘당투말휴) : 찧고 두드리며 싸우길 쉬지 않는다.
却嫌堯抵壁(각혐요저벽) : 요가 구슬 버린 것 싫어하며,
茹吐不曾休(여토불증휴) : 마시고 토하길 쉰 적이 없다네.
靑鶴洞 (청학동) : 南冥(남명) 曺植(조식)
獨鶴穿雲歸上界(독학천운귀상계) : 한 마리 학은 구름을 뚫고 하늘나라로 올라갔고,
一溪流玉走人間(일계류옥주인간) : 구슬이 흐르는 한 가락 시내는 인간 세상으로 흐르네.
從知無累煩爲累(종지무누번위누) : 누 없는 것이 도리어 누가 된다는 것을 알고서
心地山河語不者(심지산하어불자) : 산하를 마음으로 느끼고서 보지 않았다고 말하네.
天王峰(천왕봉) : 南冥(남명) 曺植(조식)
請看千石鐘(청간천석종) : 원컨대 천석들이 큰 종을 보고 싶었네.
非大扣無聲(비대고무성) : 크게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를 내지 않는.
萬古天王峰(만고천왕봉) : 만고불변의 천왕봉은
天鳴猶不鳴(천명유불명) : 하늘은 울어도 오히려 울지 않는다네.
智異山般若鋒(지리산 반야봉) : 花潭(화담) 徐敬德(서경덕)
智異巍巍鎭海東(지리외외진해동) : 지리산은 우뚝 솟아 동녘 땅을 다스리고
登臨心眼浩無窮(등림심안호무궁) : 산에 오르면 마음눈이 끝없이 넓어지네.
巉巖只玩峯巒秀(참암지완봉만수) : 벼랑의 바위는 장난하듯 솟아 더욱 빼어났으니
磅礴誰知造化功(방박수지조화공) : 충만하기만 한 조물주의 조화를 그 누가 알랴.
蓄地玄精興雨露(축지현정흥우로) : 땅에 담긴 현묘한 정기는 비와 이슬을 일으키고
含天粹氣產英雄(함천수기산영웅) : 하늘에 머금은 순수한 기운은 영웅을 낳게 하네.
嶽祗爲我淸煙霧(악지위아청연무) : 산은 오직 나를 위하여 구름과 안개를 걷어내니
千里來尋誠所通(천리래심성소통) : 천리 길을 찾아온 정성이 통한 것이려니.
靑鶴山人(청학산인) : 魏漢祚(위한조)
日洞巖(일동암) 바위 위에 적힌 시
穿雲一路不分明(천운일로불분명) : 구름 속에 뚫린 길을 겨우 찾아서
客到山門獨鶴迎(객도산문독학영) : 산사에 손이 오니 학이 홀로 반기네.
丹岸雨添瑤草畵(단안우첨요초화) : 붉은 언덕 비 뿌리니 고운 풀 그림 같고
碧崖風落玉碁聲(벽애풍락옥기성) : 푸른 언덕 바람 부니 옥돌소리 절로 나네.
閑花老柏千年在(한화로백천년재) : 한가로운 꽃 늙은 잣나무는 천년의 정취요
亂石飛泉百道爭(난석비천백도쟁) : 돌 사이 폭포수는 백갈래로 쏟아지네.
世有名區人不識(세유명구인불식) : 이 名區勝地를 세인은 모르는데
孰能於此養心精(숙능어차양심정) : 그 누가 이곳에서 정기 기를까.
靑鶴洞(청학동) : 柳方善(류방선)
瞻彼知異山穹窿(첨피지이산궁륭) : 지리산 솟은 모습 올려다보니
雲烟萬疊常溟濛(운연만첩상명몽) : 구름 안개 첩첩하여 언제나 아득하다.
根盤百里勢自絶(근반백리세자절) : 백리에 서려 있어 형세 절로 빼어나
衆壑不敢爲雌(웅중학불감위자웅) : 뭇 멧부리 감히 자웅 겨루지 못한다오.
層巒峭壁氣參錯(층만초벽기참착) : 층층한 산 깎은 절벽 기운이 뒤섞이어
疎松翠栢寒蒨葱(소송취백한천총) : 성근 솔 푸른 잣나무 시원스레 우거졌네.
溪回谷轉別有地(계회곡전별유지) : 시내 돌아 골을 넘어 별천지 있나니
一區形勝眞壺中(일구형승진호중) : 한 구역 좋은 경치 참으로 호리병 속 같네.
人亡世變水空流(인망세변수공류) : 사람 죽고 세상 변해 물만 홀로 흘러가고
榛莽掩翳迷西東(진망엄예미서동) : 가시덤불 가려 있어 동서 분간 할 수 없다.
至今靑鶴獨棲息(지금청학독서식) : 지금도 靑鶴이 홀로 여기 사는데
緣崖一路纔相通(연애일로재상통) : 언덕 끼고 한 길만이 겨우 통할 수 있네.
良田沃壤平如案(량전옥양평여안) : 좋은 밭 비옥한 땅 평평하기 상과 같고
頹垣毁逕埋蒿蓬(퇴원훼경매호봉) : 무너진 담 헐린 길은 쑥대 속에 묻혀 있다.
林深不見鷄犬行(림심불견계견행) : 숲 깊어 개 닭 다님 볼래야 볼 수 없고
日落但聞啼猿狨(일락단문제원융) : 저물녘엔 들리느니 잔나비 울음일래.
疑是昔時隱者居(의시석시은자거) : 지난 날 은자가 숨어살던 곳인가
人或羽化山仍空(인혹우화산잉공) : 살던 사람 신선되어 산도 비인 것일까?
神仙有無未暇論(신선유무미가론) : 신선이 있고 없곤 따질 겨를 없어라
只愛高士逃塵籠(지애고사도진롱) : 다만 옛 높은 선비 티끌 세상 피함 사랑할 뿐.
我欲卜築於焉藏(아욕복축어언장) : 나도 집을 지어 이곳에 숨어들어
歲拾瑤草甘長終(세습요초감장종) : 해마다 瑤草 캐며 달게 삶을 마치려 하나,
天台往事儘荒怪(천태왕사진황괴) : 天台의 옛 일이야 황당하고 괴이하고
武陵遺跡還朦朧(무릉유적환몽롱) : 武陵桃源 남은 자취 오히려 아득하다.
丈夫出處豈可苟(장부출처기가구) : 대장부 나고 듦이 구차할 수 있으랴
潔身亂倫誠悾悾(결신난륜성공공) : 潔身 위한 亂倫이란 진실로 부질없다.
我今作歌意無極(아금작가의무극) : 내 이제 노래 하니 마음은 끝이 없다
笑殺當日留詩翁(소살당일류시옹) : 그때에 시 남긴 늙은이를 가만히 웃노라.
智異山(지리산) : 梁誠之(양성지)
智異蒼蒼倚半空(지리창창의반공) : 지리산 푸른 봉우리 반공에 솟아있고,
千岩萬壑酒飛淙(천암만학주비종) : 천암만학 깊은 골짜기 물방울 뿌리네.
洞中靑鶴應欺我(동중청학응기아) : 동중의 청학이 나를 속이어,
胡不來聞缶寺鍾(호불래문부사종) :어찌하여 절의 종소리 들려오지 않는가라고.
梁誠之(양성지) : 조선초기 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