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픈 對位圖
金熙雄 시집
1
겨울꽃
輪廻
裸木의 願
낙엽
꽃곁에서
아침
백합
가을산
離鄕
겨울밤
새벽頌
안개抄
自由
枯木
山의 回路
五月의 儒達
2
슬픈 對位圖
그리움
아침 2, 3
산으로 가자
木浦의 交響詩
밤의 몸짓
五月의 江
고향의 품
사랑은
茶木童 선생
天地創造
겨울꽃
물결이 일렁이는
꿈의 저편 뜨락에
아, 영혼의 가슴이 닫혀진
올훼의 나라에 피어
아직은
잠들지 않는 꽃이여,
나의
꽃이여 -
간밤엔
이마에 와닿는
憂愁와
사나운 짜증이 무리지어
가슴을 치더니
눈이 나린다.
이 스산한 山河의 아침에
圓寂의 빗살같은
눈이 나린다.
輪 廻
상채기같은 마음이
江으로 흐르고
뜨거운 나의 그림자
땅속에 스며
百劫도
千劫도 더 되는
세월을 닦이더니
地
水
火
風
四大의
푸른 기운으로 모여와
고운
넋을 맞는다.
裸木의 願
마른 흙더미
가난과 영혼의 약속이
밋밋한 산마루에
輪廻의 떫은 잠을 기다리는
나무들은
重重한 밤의 廻廊을
맴돌아 새우거니
출렁이는 黎明과
일제히 손짓하는
喊聲의 저켠
어디쯤에서
푸른 分別의 눈을 번득이는
江물은 일렁이며
일렁이며 흐르는가.
낙 엽
1
이윽고 나뭇잎은
四角의 그늘에 깔리운
視界를 열고
노래하며 노래하며
密地에 나부끼는
밤의 層階를 오르나니
주검이 마주서서 웃는
계곡의 어디선가
물소리를 듣는다.
아, 줄기 많은 나무의
꿈을 출렁이며
물소리를 듣는다.
2
안톤 슈낙의 거리에서
언제나 춤을 추던
落葉이 진다.
그것은 차라리
빛깔이 진한 사랑일까,
불타오르는 나무들의
뜨거운 손짓일까.
한 잎 또 한 잎
발끝에 떨어지는 나뭇잎은
詩人의 감성에 빨려들고
층층이 내려쌓인 山의 깊이에서
먼 곳의 그리움을 몰아와
크고 작은 鄕愁의
불을 사른다.
꽃 곁에서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시린 발톱으로
엉기어 선
해변의 이끼숲을 날리고
視界 밖의 먼 거리를 돌아와
가슴 속 깊은 蜜室을
두드리며
어제도 피었던
내 하늘의
고운 꽃 곁에서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아 침
1
암울한 침상에서
눈을 뜨면
성큼 다가와 서는 산 그림자
젖은 山은
해맑은 감각으로
깊숙한데
밤 새워
계곡에 밀리던
粗惡한 얘기들이
幽玄한 꿈속을
내달으며
너울 너울 발밑에서
옷을 벗는다.
백 합
盛裝한 저 女人은
스물 여덟인가
아홉인가,
긴긴 밤 잠을 설치게하며
내 意識의 뒷뜰에
선,
먼 나라의 신비여!
술렁이는 밤의
한켠에
저를 두고
달은 왜 번득이며
바람은 또
어이하여 우는가.
가을산
深山에
물이 오르면
산승의 禪境처럼
타는 나무들,
바람도 달도 붉게 타고
墨客의 畵幅이나
하이네의 구름
李伯의 詩句도
절로 익는다.
그러나 타는 산
진홍빛 노을이 비껴선
가을산에 오르면
바람에 실려온 歲月이 탄다.
가파른 벼랑에서
閃光처럼 번뜩이며
歲月이 익는다.
離 鄕
어제도 아침 한 때
빛나던 태양이
시름 시름 西山에
떨어지더니
베갯머리에 마주 울던
기운 살갗의 바람은
칭얼대는 아이를
등에 업고
밤의 장막을 헤치며
아, 밤의 장막을 찢으며
멀어져들 갔다.
다정한 이웃들이
가난한 가슴을 내밀며
돌계단 층층이
날이 밝아오는데
내 쓸쓸한 故鄕의
뜨락엔
凋落한 나뭇잎도 머물지 않는다.
겨울밤
寒氣를 내어쏘는
달의 外廓에서
얼어붙은 河川과
微動도 않는 하늘을 이고
울울한 침묵의 입술이
낯선 音域으로
무너져 내리면
닫혀진 異邦의
쪽문이 열리고
유리알같은 겨울에
실려간 꽃의
幻影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나비가 된다.
새벽頌
모든 생각들에
침식하는 고요,
그 고요의 울안을
기웃거리며
밭이랑을 누비는 종소리
아득한 黎明의 끝에서
깃발같은 함성으로
울리면
不眠의 內耳를 적시는
바람은
보이지 않는 他界의
종소리를 외우며
아, 외우며 외우며
어디서 달려오는 것일까.
안개杪
慾界의 창살을 휘어잡고
뿌우연 하늘빛 생각에
뒤채이다가
자즈러드는
강물을
흘리우고 나서야
오, 라이나 마리아 릴케의
밤을 앓으며
遊泳의 몸짓 하나로
달무리를 추스르는
기슭의 육신 따위와,
어리디 어린 꽃들이
나래를 접으면
저만큼 두꺼운 함성으로
키를 키우던
하얀 울분들이
몸체로 다가와 선다.
自 由
텅텅 빈
하늘인데
달도
산도
비었다.
마음 또한
크게
비우자.
큰 비움 (太虛) 에
고인
고요를
무엇으로
흔드랴.
枯 木
枯木은
詩人이 아니다.
망연히 돋았다가 지는
自然의 順理만을
애태우며
마음으로 돌아서서
울지는 않는다.
땅속 시린 물에
발을 담그고
더운 가슴을 열어
바람을 맞는
枯木은
그러나
풍요한 言語들이
깃발처럼
드날리던
詩人의 回顧로써
젊음을 산다.
山의 回路
밤으로 밤으로만 이어지는
날카토운 靜寂이
꽃들의 작은 소망으로
눈을 뜰 때
산은 시린 熟眠을 털고
들판 가득히 몰려오는
바람 곁에서
푸른 머리칼을 날린다.
原形의 빛갈이
그저 눈이 부신
햇살의 合唱처럼
산의 가슴은 열리며
녹색의 歡喜는
그 안에서
모든
誕生으로 흐른다.
五月의 儒達
유달산은
하늘을 봅니다.
섬, 섬들의
젖은 소망이
손끝에서 떨며
바다를 가득히 메우는
淸淨한 바람결에서
하늘을 봅니다.
미끈한 이마에 흐르는
慈悲의 江,
눈길이 스치는 곳의
어느 모퉁이에서도
意志로운 돌내음과
사랑과
삶의 훈훈한 발길이
모든 迷望의 思慮와
가난과
아픔을
푸른 日常으로 일깨워
출렁이게 하던
바닷가에서
꽃들의 歡聲이 드높은
오월의 한낮인데
아, 유달산은
至純의 하얀 눈을 들어
하늘을 봅니다.
슬픈 對位圖
나는 당신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일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아니며
당신일 수도 없는 까닭에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의 눈이 당신을 보았을 때
나는 내가
虛構임을 깨달았고
그 자리에
사랑은 일어났습니다.
미움일 뿐입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自我의 철저한
포기는 아닙니다.
그것은 미움입니다.
당신일 수 없는 나에 대한
미움일 뿐입니다.
그리움
밤바람
살며시
圓 그리는 비탈길을
一心
無明한 날
눈 가리고 찾아들면
하얀 달무리에
가슴 찢는
솔잎 소리.
아 침
2
曲水 峻嶺
발 아래 뉘어
솟은 님 눈부실 제
땅거미
나래를 접고
산비둘기 날아드네
어허 이것이 꿈속인가
밝아오는
阿욕池여.
* 아욕지 - 번뇌가 없어지는 연못
3
언제부터인가 나무들은
바람의 초록빛 이마를 어루만지며
길고 아득한 세월의 숲이 되어
산허리를 돌고있었다.
산으로 가자
아내여
산으로 가자.
幽谷의 맑은 물에
俗塵을 씻고
아침엔 바람의
낮에는 나무의
밤에는 달의
얘기를 들으며
산에서 살자.
모든 것 부질없는
도시의 虛構와
가슴을 찌르는 파도의 슬픔 따위
海邊에 두고
아내여
산으로 가자.
산이 좋아 울던
古木의
뿌리가 되자.
木浦의 交響詩
빗방울이 후들기다만 太古의 오후
진회색 구름들이 흐르는 사이로 반쯤 얼굴을 내어민 태양이 멀고 가까운
바다 위에 은모래를 뿌리는 봄날
산기슭 자갈땅에 부르트인 손가락을 허리께에 모아쥐는 반백의 촌로는
갯벌 끝에 앉아있는 젊은이를 소리쳐 부르며 저녁 식탁에 놓일 물고기 생각에
입맛을 다신다.
살아 가리라
살아 가리라
억만년 이 땅에
살아 가리라
끊임없이 넘실대는 바다, 그 바닷가에 馬韓이 서고, 百濟가 서고, 新羅 高麗가
일어나며 朝鮮이 서고 다시 고요한 백성의 나라 大韓이 일어나고,
이천년 별같은 세월의 窓口에서 우뚝한 한 마디 굳게 지켜 달려오는 바람을
끊고, 바위들의 은은한 미소로 언어의 시위를 달래고 있는 유달산!
아, 忘念의 그늘 밖에 피어날
고향이여 고향이여 고향이여
강강수월래 높은 소리에쫓겨간 왜적들의 아픔이 노적봉의 꽃이 되어 향그럽고,
세 마리 학으로 날아 사모하는 이의 뒤를 따른 아가씨들의 절륜할 마음이 삼학도의
풍광을 이루는 이곳은 우리들의 고향이며 다도해 수많은 섬들의 정 어린 어머니다
어머니다.
序曲 1812년의 현란한 태풍처럼 열강의 탐욕들이 이 땅을 피로 물들인 뒤에
전신을 휘감았던 구렁이, 그 구렁이로 인한 모진 인고와 상처의 열을 앓던 설흔
여섯해 동안 구적들의 발굽에 노호하였으되 굽히지 않던 유달의 얼과 자유의 물결
팔월의 커다란 함성과
다시 유월의 긴, 진실로 긴 아픔을 물리치고 조국에 대한 긍지와 민족을 향한
열의로써 어제와 오늘을 오늘과 내일을 땀으로 헌신해온 유달의 뜻을 우리는 안다.
사월을 정의의 현신으로 승화시킨 젊은이들이 소리높혀 외치고 간 광장에서
어두운 밤의 일각에서 조국의 분신처럼 버티어 선 유달 유달산아!
옳고 바른 길을 아는 이 예 있으며
아름다움을 찾는 이, 높은 기예와 깊은 사색의 심연을 구하는 이, 다 여기 있으니
창의와 용기의 탑으로 영원하라.
밤의 몸짓
밤은
일상의 지배자인가
천년 迷界를 헤집는
별들의 隱語와
窓口에 반짝이는
意識의 잿빛 遊泳을
끝없이 叱打하며
봄으로 부서져 내리는
밤은
肉重한 굉음이
파도같이 울리어 간
地平에서
더워오는
候鳥의 舞曲을 더듬으며
분주히 여닫던
異邦의 門이다.
그리하여
벼랑에 매어달린 언어들을
傷心의 늪에 침몰시키고
한달음에 달려와
發想의 內地에 密集하는
밤의 몸짓이여!
밤의 몸짓이여!
五月의 江
原色의 騷憂로
술렁이는
山野에
날이 밝으면
밤 새워
바다로 흐르던
山의 春信이
강을 이룬다.
아, 봄의 江心엔
본연의 慈愛가 흐르고
산등성이를 맴돌던
파아란
異域의 그리움이
내려앉는다.
고향의 품
유달산은
산이 아니다.
두어 굽이 하늘을
찌르듯 솟은
意志와
마디마다 떠오르는
意志와
母情의 숨결을 뿌리는
유달산은
산이 아니다.
바람의 몸짓이 드센
多島海 언덕에
고향의 뜰을 이루며
忍苦의 허리를 펴는
유달산은
거대한 품속.
넘어지고 쓰러지는
아픔을
맛본 아이라야
헤아릴 수 있는
세계
유달산은
반야다,
부처의 품이다.
사랑은
그 여인은
아름다웠다.
그녀의 심성은
부드럽고 고요했다.
내 아내가 되고저했던
그 여인은
가을 하늘같은
총명함을 지녔었고
그 음성은 따스했다.
어느 날
그녀의 모든 특성들이
나를 향하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내 마음은
오히려 주저앉았고
내 영혼은
강한 진동으로 떨렸었다.
태양의 좌절,
달빛의 외로움,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어서
과욕을 싫어하는 나는
언제나 물러섰고
그리움은 한 가슴씩
내게 충동을 안겨주고
저만치 물러나 나를 조망하는
바람이었으나
그 여인은 지금도
내 아내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사랑은
利己的이어서도 안되었지만
그것이 결코 기술일 수는 없었다.
茶木童 선생
흰 항아리만큼이나 모란을 좋아하고
모란만큼이나 茶를 좋아하고
茶만큼이나 흰 항아리를 좋아한
靑湖의 佳人
큰 눈속 연잎같은 마음의 뜰에
내려놓은 壽石인양 유달산을 사랑하고
港口의 아침을 여는 갈매기의 나래짓이며
삼백리 흙내음을 실어오는 榮山江 이야기며
수많은 섬들을 內海로 내해로만 몰아오는
저 靑湖의 물소리를 사랑한
당신은 영원한 木浦人.
깊은 침묵끝에 울려오는 첼로의 선율같은 음성,
쏟아지는 눈송이처럼 하얀 <詩精神>에의 꿈,
예술인을 반기며, 그이 작품을 아끼는,
술보다 더 술답고 안주보다 더 안주답던
당신의 언어와 마주앉으면
港口는 <에드가 알란 포오>의 카페가 되고
밤은 그 흐름을 멈추었는데
치켜올린 목포예술제의 깃발과
목포문화의 씨를 뿌린 싱싱한 意志가
꽃으로 피어 그 향기에 쌓인
유달산 기슭에 서서
지금
잡힐듯 잡히지 않는 바람으로 다가와
보일듯 보이지 않는 빛갈로 다가와
어디에고 널려있는 당신의 자취와 흔적들을
지우려 드는
세월의 無禮한 속성을 거부한다.
흰 항아리만큼이나 모란을 좋아하고
모란만큼이나 茶를 좋아하고
茶만큼이나 흰 항아리를 좋아한
당신은 靑湖의 佳人.
天地創造
태초에 몸이 있었다.
술을 마신다 속이 쓰리다.약을 먹는다 속쓰림이 그친다.
커피를 마신다 속이 쓰리다. 약을 먹는다 속쓰림이 그친다.
매운 것을 먹는다 속이 쓰리다. 약을 먹는다 속쓰림이 그친다.
그러다가 하늘을 마시고 속이 쓰리니 약이 없었다.
엑스레이 촬영, 위 투시, 위 조직 검사,
가능한 모든 일에 매달려보지만 바위에 부서지는 바람처럼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때 느닷없이 나타난 순백의 여인 -
그러나 누가 누구를 구할 것인가?
태초에 몸이 있었듯이 다시 태초를 맞아야지.....
제1일
비가 내린다.
노아의 홍수때처럼 한 40일 내릴 비도 아닌데 줄기차게 내린다.
엑스레이 필름
위 조직검사 기록표
의료보험 카드
접수처 원무과 예약실.
국민의료보험 카드
초급병원 의뢰서
동사무소 의료보험조합 초급병원 의료보험조합
접수처 원무과 예약실
접수처 원무과 예약실.
비가 내린다
억수같이 비가 내린다.
제2일
아스팔트 위에 쏟아지는 햇살
바람도 그치고 수목도 숨을 멈춘 여름 한낮
백리길 들판과 도심을 달리는 차 속에서
神과 대화를 나누며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저 높은 곳을 향하여-
囚衣보다 남루한 환자복
무슨 罪인가, 침대에 눕는다.
배를 만지고 가는 사람
가슴을 만지고 가는 사람
눈자위를 들여다보고 가는 사람
목을 만지고 가는 사람
혈액검사, 체온측정, 키 재기, 몸무게 측정, 소변 검사, 대변 검사,
혈압 측정, 심전도 검사, 가슴사진 촬영,
< 24시 이후 급식 > 팻말이 침대 모서리에서 흔들거리고
주치의 레지던트 인턴 할것없이 찾아오는 의사마다
손가락으로 항문을 공격하며
심호흡을 하란다 심호흡을 하란다.
어둠이 내려덮인 창밖의 하늘에
어느샌가 하얀 반달이 떠올라 저절로 미소 지으며
내 눈을 적신다.
도대체 무슨 罪인가, 할렐루야 할렐루야.
제3일
태양은 산등성이를 넘어 온누리의 상공에 떠올라
눈부신 햇살을 띄우고 스스로 몸체를 감춘다.
도심의 구석구석을 바람이듯 누비는 햇살은
저마다 많은 사람들을 은혜롭게 하고
예외없이 이곳 31병동의 신음소리를 정지시킨다.
금식 후 혈액검사, 또 피를 빼앗기다.
주치의 인턴들의 日診, 배를 만지고 목을 만지고,
눈자위를 뒤집고 가슴을 두드리고
위 내시경 검사와 조직 떼어내기를 또 받다.
오, 역겨움, 그 구토증.
이승이 지옥이고 저승이 천국이면, 천국행은 놔두고라도
어이하여 이 지옥에서
반세기를 지나 두어 해를 꾸역꾸역 더 살았더란 말인가!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포도당 주사기를 꽂은 채 금식, 또 금식
10킬로나 빠진 체구가 공중에 붕 뜬 것같은 윙윙거림 속에
< 숨을 멈추시오 >< 숨을 쉬시오 >< 숨을 멈추시오 >< 숨을 쉬시오 >
어디서 < 메피스트 페레스 > 의 희롱같은 구령소리가 울려나오고
그 소리에 맞춰 컴퓨터사진촬영 50회를 받다.
하늘은 여윈자를 위하여 축복을 내리고
여인의 기도소리는 절규가 되어 한 줄기 바람으로 나른다.
음식물 투입용 < 엘엔탈 튜브 >를 콧속에 틀어넣다.
인간의 작은 지혜로는 헤아릴 수 없는 세계,
무슨 罪인가 도대체 무슨 罪인가.
제4일
그늘도 그림자도 없는 뿌우연 하늘이 열리고
< 안톤 슈낙의 슬픔 > 을 연상케하는 풍경이 창밖에 다가와
모든 생각들을 연민의 바다로 띄워 보낸다.
내시경 검사때 받은 상처인듯 食道가 몹시 쓰리고
떼어낸 조직자리의 아픔이 하프의 선율처럼 끈질기게 출렁거린다.
내시경 검사가 잘못됐다면서 재검사를 요청해오자
성난 내 표정이 저승사자와 같았을지라, 물러간 의사들이
한 사람도 찾아오질 않는다.
불안하다.
잘못된 검사내용을 밀고갈 셈인가?
그 역겨운 내시경 검사를 다시 할 것인가!
마치 실험용 개구리가 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살고싶은 욕망에서일까?
도대체 그래도 살고싶다는 생각이 모든 것을 앞서는 것일까?
< 엘엔탈 튜브 > 로 액체음식을 체내에 받으며
그래도 나를 위하여 기도하는 여인과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
神의 感應을 받아 굳게 일어설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였다.
그 기도는 욕심만에 의한 발상이 아니며 하나의 넌센스도 아니고
利己的인 생각 때문에 갖는 만용이 아니었다.
그 기도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이승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행위라는 것을 믿게 되었다.
꼭두새벽부터 흐리던 하늘이 열리는지 비가 내린다.
높이 솟은 교회의 종각에도, 외관으론 고요하게만 보이는
집들마다의 지붕에나, 한 뼘의 화초, 드넓은 초원에도
어김없이 쏟아져내리는 저 비는 안개에 쌓인 영혼과 병든 육신,
門을 열지 못하고 지쳐버린 마음을 말끔히 씻어주는
은혜로운 비일 수는 없을까?
축복이여 내리소서, 축복이여 내리소서.....
제5일
창밖의 정원과 고즈녁한 도로를 적시며 밤새워 비가 내린다.
비에 젖은 희미한 가로등 불빛은 그 숨결이 꺼져가는 자의
마지막 잔영인가?
아니면 온갖 비바람과 거친 세파에도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생명력이 강한 불빛인가?
배와 가슴의 통증 때문에 밤이 다 가도록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조직을 떼어낸 자리가 몹시 아프다.
하지만 당직의사는 괜찮다고 막무가내다.
간호원이 뜨거운 물주머니를 가져와 배 위에 올려놓는다.
물주머니 때문에 가벼운 통증을 견디며 두 시간쯤 지나자
온몸에 한기가 스며들어 무섭게 떨려오더니
다음 순간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로 전신이 달아올랐다.
뜨거운 물주머니와 얼음주머니를 번갈아가며
추위와 고열로 고생하다가 날이 밝으니
마치 열두 마당 지옥에 다녀온듯한 느낌 뿐인데, 하늘의 형벌인지
지신의 저주인지 그 추위와 고열은 10여일이나 계속되고
혈액검사와 가슴사진 촬영은 매일 계속되었다.
니의 혈관 어디에 피가 남아있으며
내 가슴 어디에 촬영할 대상물이 남아있다는 걸까?
입안이 온통 말라 모래밭이 되고 마른 흙더미같이 조각조각
부스러질 것같은 육신인데도 영혼은 아직 구원의 희망을 잃지 않은듯
비 내리는 창밖의 비탈길을 거닐고 있다.
비탈길 모서리마다엔 가로등이 비를 맞아 엷은 그림자를
길게 토해내고 그 너머에는 작은 숲도 우거져 있는데
가끔씩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의 불빛과 육중한 대리석 건물들이
더러는 섬세하게 더러는 우람하게 그 형체를 드러내곤 한다.
저 건물의 창 속마다 신음과 고통과
몸부림과 절규가 서로 어우러져
낯선 합창으로 무너져내리는 이 곳이야말로 지옥이 아닐 수 없다
어디서 어린 아이의 찢기는듯한 울음소리가 고막을 진동하며
내 기도소리를 창밖으로 던져버린다.
제 6 일
전국이 비에 젖고 남쪽지방엔 폭우의 피해가 엄청나다고,
그리고도 줄지 않는 빗방울이 계속 쏟아지는 중에
태풍이 북상중이란다.
내 영혼과 육신을 맞으러 온 것이 아닌가.
드디어 옮겨온 제 56病棟,
< 꼬르끄 쌍띠망 > 의 새벽처럼 음산한 암병동.
고열을 앓고나자 이번엔 배앓이와 설사로 꺼져가는 정신마저 가눌 수가 없다.
천정 의자 침대 사람들이 빙빙 돌고 모든 관절들이 부서져 내리는 것같다.
악마의 발톱같은 암병동의 의사들,
천사의 모습에 엉겅퀴같은 심장을 가진 간호사들.
약물 치료 불가,
수술치료 불가,
미음이나 물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체력 때문에
함암제 투여도 불가,
나는 나를 위하여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며 나를 미움과 증오의 대상으로 알았던 사람들을
지극히 용서할 것이며
나와 인연이 있거나 없는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간절히 기도할 것이다.
제 7 일
모든 것들이 내 몸을 짓누르듯 가라앉은
열두 마디 깊은 침묵속에서
새벽은 감긴 눈에 서서히 동터오고 있는데
아직은 밝은 귀가 탈이어서 온갖 비바람 소리를 헤집고
처연히 울려오는 종소리를 듣는다.
종소리는 肉身의 표면을 얻어맞고
그 아픔을 한껏 가슴속에 끌어안았다가
토해내는 오묘한 신음소리이다.
다같은 아픔을 토해내는 방법이 달라 鐘은 그렇게
의젓한 모습일까?
땅속 깊고 깊은 흙더미에 내려앉아 영원히 잠들어도 좋으며
거대한 바위 밑을 뚫고 들어가 오랜 세월 동안
미동도 하지않는 바위가 되어도 좋으리라
어느 날 바람결에 실리어 바다에 이르러
바다 한 가운데서 바다가 되어 그 깊은 바다의 塊積이 되어
劫生의 물결, 미치도록 휘몰아치는 물결에도
다시는 水面에 떠오르지 않을 것이며
깊은 바다를 흘러흘러 남극에 이르면
커다란 얼음덩이에 빨려들어가 다시는 녹지않는 얼음이 되리라.
뙤약볕이 살갗을 태우는 오후 눈이 부은 누이들에 둘러싸여
< 히포크라테스 精神 > 은 간 곳이 없는 이 곳
장터같은 병실을 밀려나듯 빠져나왔다.
이제는 가야할 곳이 어딘가?
평안하라 평안하라 평안하라 !
모든 것 부질없는 바람결이라 하고
또 한 편의 꿈이라 하여도
못다 한 일들, 그리운 얼굴, 부르고싶은 노래,
못다 푼 회포들에 대한 미련이 마음을 크게 흔들어놓고
저만치 물러가 앉는다.
그것들은 참으로 버릴 수도 잊을 수도 없거니와
어떻게 강물에 뿌려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나의 生命 이외엔 그 무엇으로도 붙들어놓을 수 없고
사랑하는 벗들에게 넘겨줄 수도 없는 일이다.
어쩌랴, 그러니 어찌하랴
평안하라, 평안하라, 평안하라!
바람은 바람끼리 구름은 구름끼리 서로를 交通하며
불을 만들고, 물을 만들고, 낙뢰와 폭풍우, 태풍과 해일을
地上에 일으켜서 고정된 모든 自然界를 변화시키고
시작과 종말 삶과 죽음의 기원을 이룬다.
죽음과 종말의 시간이 깊으면 깊을수록
삶과 시작의 기운은 용솟음치리라.
땅에 물이 있고 불이 있는 한 푸른 바람을 맞이하면
반드시 生命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돌아오리라.
어느 날 이 땅 위 이 하늘 아래 반드시 돌아오리라.
산산히 흩어진 내 육신의 分子들이 一萬分의 一만 모이는 날이면
탄생의 찬란한 깃발을 드날리며 힘차게 돌아오리라.
태초에 몸이 있었다.
金熙雄 시인의 생애
목포 産
목포 문화협회 창립 발기회원
목포 아카데미 창립 발기회원, 상임간사
시동인지 <落書 >주간
예총 목포지부 창립회원
한국 문인협회 창립회원, 간사, 상임간사, 사무국장
목포시사 편찬위원회 상임위원
시동인지 < 列外 >< 木文學 >< 三章詩 > 동인
대한 불교 佛入宗 중앙위원회 위원
월간 梵聲社 편집장
대한불교 佛入宗 총무원 홍보부장
주정연 雅正
- 김희웅 형의 편지
그동안 잘 있었는가? 나 희웅일세.
고동안 몹시도 보고싶은 얼굴이었는데 주변의 文友들과 함께
여전히 안녕하신가?
정설헌 김엄조 최병두 등 모두들 소리 높여 불러보고싶은
이름들도 잘들 있겠지. 그립고 또 그리운 얼굴들일세.
다름 아니라 그동안 지니고 있던 시작 몇 편을 보내면서
작품답지도 못한 글이지만 잘 간추리고 다듬어서 처리해 주기를
바라는 것일세.
바쁜 일과 중에 이런 일까지 부탁하여 염치는 없으나 내가 이 세상에서
이런 부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자네 말고는 별로 없기 때문이니
특별히 가납하여 주기 바라네.
동생, 참으로 미안할세. 앞으로 얼마쯤 후면 이런 부탁도 할 수
없을 것같아 그러는 것이니 너그러이 받아주게나.
추후에 나에 관한 조그만 소식이라도 들리거든,
잔인하다거나 무정타고만 생각지 말고 깊은 情을 보여주기 바라네.
그리고 나에게 특별히 정을 가지고 있는 文友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해주게나.
동생! 그러면 아무쪼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바라면서
이만 펜을 놓겠네.
안녕!
책이 나오거든 이 분들께 전해주시기 바라네.
류제하 선생 이은성 씨
장정호 씨 오세근 씨
노시용 씨 김주석 씨
임춘평 씨 한영수 씨
김철주 선생 김완주 선생
윤영수 씨 정승주 교수
첫댓글 주 시인 수고 많으셨네. 오랜만에 김희웅씨의 시편들을 뒤적일 이유가 생겼구먼. '목포시'에 실려 있던 시편들이라 퍽 세삼스럽다네. 헌데 김희웅씨에겐 시집이 한 권 있었다네. 단기 4290년도 발간이니 1957년인 셈일까? 아는 사람이 거의 없지. 프린트로 인쇄되어 있고 제목은 '나'이며' 獨星시집'이라 되어 있데. 횡서가 아니고 종서로 되어 있고 80여페이지 시집에 열 여덟 편이 3부로 나뉘어 실려 있데. 목포 신신 프린트사에서 민든 건데 목차는 안 붙였데만 서문 후기까지 실려 있고 유고시집 이전의 작품들이드구먼-, 이미 다 지나간 일, 호가 獨星이었던 모양. 참고로 몇 마디 남겨두네.
반갑고도 고맙습니다 형님, 하긴 초기의 습작들이라 경황중의 당신에겐 생각도 없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알뜰하신 소장품들을 언제 한 번 살펴보고 싶어집니다. 정설헌의 유고집도 원고를 마무리하는 중인데 평생 노작이 시 15 수 입니다. 재환형님,올해도 행복하세요. 정유년 꼬끼오!!!
주정연 선생님 고야 김병고 선생님 작고 장례식장에서 뵈었던 목포 김혜자입니다.
여기서 다헌 사부님을 뵈오니 더욱 감사드립니다.
1983 木浦詩 53詩人選 에서 김희웅 선생님의 1971년 목포의 교향시를 찾고 비교하며 적다가 검색하는 중 다음카페에서 주정연 선생님의 목포나그네를 알게되어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카페여서 가입했습니다. 또한 가입 시켜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일로 시 주정연 화의 두줄 시 등을 다음검색으로 보고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감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