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8-24(월).덕향의 아침산책. [윤고은의 모서리를 접는 마음] 니불나불
한국문학번역원의 해외 교류 공모 사업 지원을 받아 뉴욕에 갔다. 행사가 끝난 후 테이블에 모인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건 리지 뷸러(Lizzie Buehler)의 의대 진학 소식이었다. 리지는 내 소설 세 권을 영어로 옮긴 번역가인데, 현재는 병원에서 스크라이빙(회진 기록 업무)을 하고 있고, 곧 의대에 입학할 거고, 첫 소설 원고도 출판사에 넘겼다. 한 몸으로 이게 가능한가? 나는 리지가 둘이라고 말했다. 오늘은 리지A가 왔다고. 그러자 리지가 “리지B가 번역을 계속할 거예요”라고 덧붙여 모두를 즐거운 경악 속으로 빠뜨렸다. 다음날 나는 리지에게 정말 교대로 활동 하느냐고 물었다. 농담이었지만, 더 알고 싶어서였다.
“잠을 매일 9시간씩 잘 수 있으니까 괜찮아요. 암벽 등반도 하고, 뜨개질도 해요. 친구도 있어요.” 친구도 있다는 말에 우리는 와르르 웃었다. 지금은 절친과 같은 집에 사니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고 리지는 말했다. 그러면서 휴대폰의 메모를 보여주었는데 죄다 한자뿐이었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각각의 한자 중에 유사성이 있는 것들을 모아둔 조합이었다. 발음, 뜻, 형태 중 하나가 비슷하면 시작되는 컬렉션. 리지는 중국어, 스페인어, 에스페란토어까지 끊임없이 배워온 사람인데 그 원초적 동력을 잠시 엿본 듯했다. “이거 혹시 비밀인가요? 리지만의 비법?” 그러자 리지의 대답. “모두에게 추천하는 놀이예요!”
그 영향일까? 마트에 붙어있던 ‘No Nibbling’도 좀 다른 느낌으로 눈에 들어왔다. 맛보지 말라는 뜻이겠지만 어쩐지 ‘니블’이라는 영어가 비슷한 운율의 한국어 ‘나불’을 연상시켰다. 입을 가볍게 놀린다는 의미의 ‘나불거리다’ 말이다. 니블-나불, 노 니블링-노 나불링. 그게 내 첫 컬렉션. 어쩌면 이 언어에서 저 언어로 오갈 때 통행의 자유이용권같은 것이 바로 이런 ‘말 놀이’일지도 모르겠다.
윤고은 소설가 [중앙일보] 입력 2024.06.1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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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9rimkIqbL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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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덕향입니다.
만일 누가 말하려면 하나님의 말씀을 하는 것 같이 하고 누가 봉사하려면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힘으로 하는 것 같이 하라 이는 범사에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시게 하려 함이니 그에게 영광과 권능이 세세에 무궁하도록 있느니라 아멘 (베드로전서 4:11) !!!
07-08-24(월) 미국에서 덕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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