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법론
들어가며 거창하게 공부방법론을 말하기 전에 내 자신의 위치를 밝혀둘 필요가 있겠다.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공부를 하는 인생을 살아왔다. 그래서 얼마의 성취가 있었냐고 묻는다면 부끄럽지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지식의 세계는 바다처럼 넓은데 나는 겨우 모래알 몇 개를 보았노라고. 그럼에도 운 줗게 내가 응시한 시험은 용케 합격의 행운을 누렸다. 그렇다면 천학비재를 무릅쓰고도 공부법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학문을 논한다면 더 이상 읽지 않는 것이 좋다.
시험의 본질 시험, 특히 객관식 시험은 공부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한정된 시간 안에 거의 무한대의 내용을 공부해야 한다. 여기에서 합격과 불합격이 갈라지는 것이다. 1. 묻고 싶다. 당신은 고등학교 때 수학의 정석으로 공부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수학을 100점 받기가 어려웠을까. 또 묻는다. 당신은 영어를 10년 이상 공부하고 있는데 왜 아직 100점 받기가 힘들까. 당신은 한국인인데 왜 국어가 100점이 나오지 않을까. 이상하지 않은가. 이 점을 고민하지 않았다면 시험의 본질을 모르는 것이다. 2. 왜 우리는 어제 본 내용을 생생히 기억하는데 일주일이 지나면 잊어버릴까. 시간의 유한성과 기억의 한계와 싸우는 것이 시험이다. 3. 합격은 과목간의 배분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모든 과목을 잘 보면 제일 좋겠지만 시험은 자신있는 과목을 못 보는 경우도 있고 자신 없는 과목을 잘 보는 경우도 있다. 특정 과목을 100점 받는 것이 합격의 조건은 아니다.
시험의 본질을 알았다면 이제 공부법을 말할 수 있겠다.
법학의 본질 법학은 수학과 국어의 잡탕이다. 수학을 공부할 때 모든 문제를 외우지는 않는다. 수학은 답이 명쾌하다. 국어는 애매한 경우가 있다고 본다.(나는 국어 전문가는 아니다.) 법학은 명쾌하기도 하고 애매한 경우도 있다. 수많은 경우를 포섭하기 때문이다.
기본서냐 기출이냐
기본서 공부법 어떤 학생이 질문을 했다. 기본서를 볼까요 기출을 볼까요. 기본서를 꼼꼼히 다 보는 것이 좋습니다. 라고 답변하면 나는 마음이 편해지지만 돌아서서 미안해진다. 기본서를 다 안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본서롤 공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몇 가지의 전제가 필요하다.
1. 당신에게 시간이 무한대로 있다면 이때도 기본서로 공부하라는 것은 쉽지 않다. 기억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 시간이 무한대이고 기억이 무한대인 경우 이때도 기본서로 공부하라는 것은 쉽지 않다. 논리력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시간이 무한대이고 기억이 무한대이며 논리력까지 완벽한 경우 이때도 기본서로 공부하라는 것은 쉽지 않다. 기본서에는 옳은 문장 위주로 되어 있다. 시험은 틀린 것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문의 키워드를 바꾸었을 때 바로 답이 보이는가. 시험은 악의적 함정을 파고 수험생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점에 대한 대비가 기출의 분석이다.
4. 수확체감의 법칙 어느 정도 공부가 되면 일정 점수가 나온다. 그런데 기본서를 보든 기출을 보든 95점 이상은 쉽지 않다. 수확체감의 법칙은 시험에도 여지없이, 아니 다른 어떤 것 보다 가혹하게 적용된다. 한 때 법과목이 100점 과목이었던 적이 있다. 지금은 아니다. 이른바 게임 체인지가 일어난 것이다. 기억해보라 과연 받아쓰기 시험이후로 100점을 받는 적이 얼마나 있는지.
5. 부정확한 지식의 위험성 수험생들은 한번 봐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동시에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 돌이켜 보라. 시험장에서 애매하게 기억나거나 헷갈리는 문제를 맞출 확룰이 얼마였는지를. 사람은 심리적으로 헷갈리는 문제를 틀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고친 답이 틀리는 경우를 많이 경험해 보지 않았는가.
6. 공부는 겸손하게 해야 한다. 기본서를 보는 것이 겸손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방대한 기본서를 다 알겠다고 하는 것은 본의가 아니라 하더라도 겸손하지 않은 것이다. 시험은 방대한 내용 보다는 필수적 내용을 정확하게 알았을 때 합격에 다가서는 것이다.
소결 이런 이유 때문에 기본서가 아니라 기출로 하라는 것이다. 기출로 하면 폼이 좀 안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험은 폼이 아니다. 이상의 요건을 갖춘 수험생이라면 당연히 기본서를 보고 공부해야 한다. 과연 나는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가.
기출공부법 어떤 학생이 질문을 했다. 기본서를 볼까요 기출을 볼까요. 기출 반복하세요. 이렇게 말하면 다소 불안하다. 그래도 돌아서서 그게 가장 효과적이야 라고 확신한다. 수험생의 시간과 기억력 그리고 시험의 본질을 고려한 답변이다.
1. 기출을 공부한다는 것이 기출만 보라는 말로 오해하면 안된다. 기본서의 베이스가 어느 정도 되면 기출로 정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기본서를 10번 본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니다. 2. 기출로 공부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단순히 문제를 맞추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기출의 모든 지문을 왜 맞는지 왜 틀리는지를 정확히 분석하고 변형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같은 지문도 살짝 바꾸었을 때 다른 느낌이기 때문이다. 3. 그리고 기출 공부를 하면서도 미기출 중요 내용과 판례는 당연히 같이 정리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라. 의지만으로 안 된다. 만약 의지만으로 된다면 물 위를 걷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한발이 빠지기 전에 다른 발을 디디면 된다. 의지만으로 된다면 월드컵 우승인들 어려울 게 있겠는가. 7번만 이기면 되는 것을.
수험생은 완벽한 대비를 하고 싶다. 유감이지만 안 된다. 이점은 지난 수 십 년간 공무원 시험에 만점을 받은 사람이 드물다는 것으로 입증된다. 나는 합격을 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폼나는 공부를 하고 싶은 것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다만 그걸 선택하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수험생은 완벽한 대비를 할 수는 없지만 완벽한 시험을 칠 수는 있다. 기본서를 보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시간대비 효율이 떨어진다. 기본서를 본다고 다 알 수 있다면 이런 논의는 애초에 필요 없는 것이다. 수확체감의 법칙은 기출보다 기본서를 볼 때 더 명확하게 나타난다. 같은 논리로 수학의 정석을 보면 당연히 100점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나는 기출을 정확히 분석하라고 강조한다. 이 말은 참 어려운 말이다. 정확히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시험의 경향
최근 시험의 경향이 변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지만 어느 해고 경향이 변하지 않았던 적이 한번이라도 있는가.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에 동의 하는가 3000년 이상 된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은 정해져 있다.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지 않다. 다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공부법도 다르지 않다. 다만 어떻게 하는 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분명 시험 경향은 변한다. 그러면 어떻게 대비하는 것이 좋은가. 그전에 잉카의 전설을 알아보자. 한때 잉카 주민들은 숲속에 살았다 숲이 주는 풍요로움과 쾌적함을 누리면서. 그러던 어느 날 숲에 불이 나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래서 강가로 거처를 옮겼다. 적어도 화재의 위험은 없는 곳이다. 하나 이번에는 홍수가 나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 주민들은 다시 돌밭에 새로운 거처를 잡았다. 다소 불편하지만 화재와 홍수의 위험으로부터 완벽히 안전한 곳이다. 그런데 지진이 나서 다시 망했다. 시험도 같은 이치이다.
시험의 대비는 다음과 같다. 1. 출제와 관계없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 2. 동시에 출제에 대비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모든 판례를 알 수는 없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 있는 것이다. 개인정보호법은 시험에 나올 때고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필요한 부분만 알면 된다. 만약 여기서 개인정보보호법의 모든 내용을 알려고 하면 그 만큼 다른 부분에 손해를 보게 된다.
3. 앞에서 법학은 수학과 국어의 잡탕이라고 한 것을 기억하는가. 수학은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맞출 수 있다. 이것이 수험공부이다.
기출의 범위 많은 학생들이 묻는다. 몇 년치 기출을 봐야 하냐고. 모든 문제를 풀라고 풀라고 하면 아주 간단한 것을 왜 위험을 무릅쓰면서 기출문제집으로 한정하라고 하는 것인가. 투입 대비 산출을 고려한 것이다. 물론 모든 문제를 완벽히 알면 당연히 좋지만 시간을 고려하면 다른 문제가 생긴다. 만약 당신이 기출을 완벽히 안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가 수험생이라면 그 시간에 다른 과목을 좀 더 보겠다.
결어 결국 공부는 선택의 문제이고 유한한 시간과 기억력의 한계 아래서 결정되는 것이다. 어느 하나의 방법이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다른 조건과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승덕 공부법은 고승덕에게 맞는 것이다. 다만 90%의 확률로(정확한 근거는 없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기출로 공부하는 것이 합격을 앞당기는 방법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당신은 합격을 원하는가 폼나는 공부를 원하는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
첫댓글 감사합니다 쌤
동네 전교1등의 공부방법론이 아닌 사법시험 합격자로써의 공부방법론 철저히 인지하겠습니다.
거짓 없는, 허풍 없는, 광고 없는 윤우혁쌤이라서 항상 응원하고 따라갑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년간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