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햇살이 쏟아져서 강물로 넘치는 날
집들은 염치없이 벌거벗고 멱을 감고
사람들 홍수를 피해 어디론가 떠난다
깨어져 반짝이는 거리의 소음들이
긴 혀를 날름대며 정수리에 똬리 틀어
생각의 옹달샘마저 말려버린 이 한낮
아스팔트 검은 길은 늘어져 누워 있고
불면에 시달리다 홀로 지친 나의 영혼
갈증이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 마신다
꽃사설
동백꽃
꽃으로 핀다 해도 동백은 되지 말자
모진 겨울 겨우 넘고 봄은 아직 저만친데
그 사랑 너무 서러워 못 시들고 지는 꽃
찔레꽃
누군가 꺽을까 봐 피지 않는 꽃이 있나
소복단장 하였다고 수절하라 못하겠네
청초한 향기에 홀려 눈멀었다 할 건가
할미꽃
시름의 가시들이 심신에 깊이 박혀
한평생 허리 펴고 하늘 한 번 못 보더니
비로소 해탈을 했네 하얀 머리 산발하고
연꽃
흐린 물 진흙 속에 뿌리 내려 살면서도
티 하나 묻지 않고 향기로운 꽃 피웠네
내 맘에 가꾸는 꽃도 저리 곱게 피었으면
억새꽃
나이를 더할수록 그리운 울 어머니
어디를 가시려고 언덕에 오르셨나
야윈 손 자꾸 흔들며 은빛 머리 날리며
카페 게시글
회원신간
박필상시조집《꽃사설》2025.04.15 세종출판사
김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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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2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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