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피 오늘은 뭐하냐”
“추석날하면 떠오르는 이야기 그려보자”
“오케”
우리 사랑어린친구들은 주저함이 없습니다. 질문은 많이 하지만. . .
‘독고다이’입니다. 혼자서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대단합니다.
하여 저는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아이들 그림 보면서 공부할 뿐입니다.
오늘 제 수제자 ‘태율’이 침참하여 나름 신경이 쓰였으나 태율 엄니 말을 들으니 이빨 때문일거라는. 말 듣고 안도 했습니다.
부쩍이나 커 버린 태율이 이제 그림을 그려내고 있으니 내심으론 신경이 쓰입니다.
‘서준’은 주제와 벗어난 그림에 열중입니다. 이 새끼는 ‘주제를 생각하고 그려야 하지 않느냐’ 하고 살짝. 정말로 조심에 조심을 거들어 말을 붙이면 .
저를 째려보고 바로 지우게로 스케치한 그림을 지워버립니다. 저 또한 째려보면.
지워진 캔버스에 다시 그림을 그려내는데. 이놈은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가을학기 만만찮게 대해야 할 놈입니다.
‘준’은 간만에 집중하여 그림을 완성하는데 아이들이라는 단순한 평가를 떠나 저를 놀라게 할만 큼 좋은 그림을 만들고 있습니다. 만들고 있다는 것은 자기 주체성(홀로주체)이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인지 모르지만 3사람을 중심에 놓고 추석 차례상을 마주합니다. 인생의 여백은 여유로움과 쉼‘의 간극이지만 ’준‘이 만든 그림의 채울 수 없는 여백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합니다.
남자는 가정을 이루면. ‘힘’이 아니라 ‘돈’이라고 군에서 휴가 나온 소설가 김훈에게 김훈의 애비가 말했답니다. 정작 당신은 아름답게도 백수의 삶을 지향했지만...
꾸준하게 돈을 벌어 가족들을 먹이고 입히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재울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독립형 인간으로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정규직의 노예가 아닌 자유로운 영혼의 비정규직의 삶을 택해야 했고 늘 자본의 계획 없는 삶을 지탱해야 했습니다. 무엇을 하든 부자가 될 자신은 없었는지라 목공, 인테리어. 그림노동을 하며 살아도 아이들 키우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지만 현실의 삶에서 그나마 새끼들이 탈 없이 애비 닮지 않고 성장한 것은 모두 집사람의 뼛골로 만든 성취였습니다.
내가 살아온 그런 삶에 의문을 가지고 있던 애비에게 당시 중학생이었던 딸년은 내 삶의 방식이 그런대로 틀리지 않았다는 걸 대신 말해 주었습니다.
"아빠. 나는 우리가 부자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가난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
15년 전 일이지만...
인생은 '독고다이'
준이 만들고 있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