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보호구역 (외 1편)
배귀선
아파트 담장 너머 사람 몇
봄볕처럼 서성입니다
할미꽃 같은 어머니도
치매를 깔고 쪼그려 있습니다
101동 까무잡잡한 필리핀 새댁도 보입니다
하품하는 휴일 들고 나간 아들도
짝 잃은 산비둘기 울음소리도
고소한 냄새 앞에 줄을 섭니다
어떤 추억을 만들어야 하나
두리번거리는 튀밥쟁이 노인 그 흔한
호루라기 하나 없는 서툰 생목을
망태기에 대고 쏩니다
뻥이오! 대포 같은 소리에
어머니 벌떡 일어나 춤을 춥니다
오락가락하는 기억도
지난겨울부터 공일인 자식도
모두 뻥이라고 얼씨구절씨구
이밥나무 꽃 툭툭, 엄니
머리 위에서 터지는 날입니다
멍
봄볕에도 떨어지지 않는 기침 사립에 걸어두고
장마당 흥정추렴 나선 비득치 영감
국밥집 내장탕 끓기도 전 막걸리 사발 기울이네
군내 나는 김치 가닥 젓가락에서 미끄러지듯
탁자에 걸쭉한 농弄 한 접시 올려지는가 싶더니
자식들 자랑이 꼬리를 무네
귀퉁이 이른 봄처럼 내놓을 것 하나 없는
비득치 영감 씹히지 않는 침 한 번 삼키더니 탁, 탁자를 치며
어스름 둘러쓴 지난 설 무렵
링거 꽂아주고 간 대처의 딸 꺼내놓네
느그들이 갸를 아무리 상간이라 속닥거려도 고것이
아, 고것이, 코끝 빨개지면서 깡마른 소매를 깊게 걷어붙이네
바늘자국 아물지 않은 영양제 시퍼런 멍이 꽃으로 피네
평생 작은댁으로 살아온 구시장 국밥집 할미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라는 차진 역성 한 사발
못 이긴 척 욱여넣은 비득치 영감,
헛기침 두어 번에
팔뚝은 봄볕처럼 부풀어 오르고
멍든 청춘가 두어 소절 허청허청
고라실 이끌어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