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을 위하여 (외 1편)
김해경
숲에 둘러싸인 2층 창에서는 밑동이 보이지 않는다
봄부터 우는 새는 아직도 이름을 모른다
전선과 나무를 오가며 줄타기를 하는 까치 떼들
화분 물받이에서 참새가 깃털을 적신다
깃털 몇 개 세우려고
물받이에 물을 가득 채운다
악덕 기업 탈세 조사를 촉구하는 징소리가 반 년을 넘었다
2층 창에서 이십 년 된 친구 은행나무는
해를 가리고 징소리를 비껴간다
맹렬하게 달려드는 모기에
붉게 부푼 간지러움의 가혹
더는 말리지 않으려 반창고를 붙인다
꿩의 머리처럼 숨는 비틀린 코웃음
나의 기지개가 일곱 빛깔 무지개로
숨지 못한 꿩을 빛나게 할 수 있을까
연필과 볼펜을 누른 자판의 자유가 깊은 잠을 깨울 수 있을까
타닥타닥 지움 버튼으로 잠자는 핏줄에 주사기를 꽂는다
배움
바닥으로 떨어지는 햇살에 나를 밀어 넣는다
‘새로운 걸 배울 때는 자신에게 매우 공손해야만 한다는 말’을
늦은 밤 책장을 넘긴다
다리를 외로 꼰 자세는 차츰 바로 앉는 자세를 갖춘다
울퉁불퉁 돌밭을 걷다가 돌 틈 사이 민들레의 노란 설렘이란
홀씨가 바람 타고 날던 어느 날 옆집 화분에 곁살이 민들레를 만난다
엉성한 모습도 각진 모서리도 균형을 잡을 수 있던 날
민들레 홀씨는 제 몸을 심는다
잎맥의 줄기에서 노랑나비 날아오르는 하늘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