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12시를 지났다
이승희 이를테면 포장마차는 섬이다. 그러니까 KBS별관 뒤 골목에 있든 망원동 골목에 있든 그렇다. 혹은 수몰지구에 떠있는 불빛일지도. 섬에 발 딛는 사람들은 이미 얼굴이 불빛처럼 붉다. 그래서 밤이 깊을수록 포장마차의 불빛은 더 붉어지는지, 사람들은 둥글게 모여 어디서 어떻게 떠밀려왔는지를, 묻지도 않은 말을 한다, 해야 한다. 불빛이 물살처럼 가만히 사람들을 따라 출렁인다. 사람들도 그 물결따라 일렁인다. 그러고 보면 이 도시도
도 다른 섬에 떠 있는 섬이다. 무덤이다. 상처많은 자들의 무덤이다. 그들의 한끼 밥이다. 내가 걸었던 이 길 아래 무수한 길들, 이 반듯한 길 속에 숨겨진 작고 휘어진 길, 수몰지구 물 속 같은 이 도시는 논두런 밭두렁을 어디에 숨겼을까? 주머니를 아무리 뒤져도 잡히는 건 구겨진 고지서 같은 하루. 둥둥 떠밀려간다.
이제 그만 바닥이 받아주는 집으로 가자.
<다층, 봄호>
첫댓글 좋은 시 고맙습니다. 잘 감상했습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