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체 사랑 – 64면체>
20년 전, 나는 주역을 한 선생님께 배웠다. 당시 선생님은 75세쯤 되셨고, 나는 매주 강의를 들으며 3년을 배움에 몰입했다. 그 후에도 선생님은 80대 후반까지 강의를 계속하셨다고 들었고, 90세를 조금 넘긴 나이에 세상과 조용히 작별하셨다.
이제 나도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선생님의 길을 따라 주역을 다시 펼쳐 들고 있다. 이번에는 책을 써보려는 마음이다. 그래서 ‘서가의 여백’이라는 이름으로 출판사도 등록했다. 첫 책은 『변신에 대하여』, 그리고 『다면체 사랑』 두 권이 될 예정이다.
『다면체 사랑』은 나의 자전적 소설이다.
주역의 64괘, 64면체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결국 ‘사람에 대한 사랑’임을 느낀다. 내 삶의 모든 것들—사건이든, 고통이든, 기쁨이든—그 모든 것이 사랑이었다는 깊은 울림이 밀려온다.
주역의 관괘(觀卦)에는 이런 말이 있다.
“觀我生(관아생), 觀其生(관기생)”
‘관(觀)’은 ‘부엉이’와 ‘볼견(見)’이 합쳐진 글자로,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을 뜻한다.
관아생은 나의 보이지 않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삶이고,
관기생은 타인의 보이지 않는 삶을 조용히 바라봐주는 것이다.
『다면체 사랑』이라는 자전적 소설은 나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 어쩌면 부끄러운 고백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고백이 누군가에게 ‘관기생’—즉, 타인이 소설을 읽고 자신의 삶 속에 숨겨진 의미를 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나는 기꺼이 내 이야기를 꺼내어 놓을 수 있다.
이 카페에 연재하는 글은 소설이 아닌 ‘변신에 대하여’라는 주역의 64면체 사랑에 관한 것이다.
각 괘의 전문(全文)을 모두 싣지는 않는다.
대신, 내가 각 괘에서 강하게 느꼈던 하나의 단어, 하나의 이미지, 하나의 울림을 끄집어내어, 누구라도 이해하기 쉽고, 삶에 바로 닿을 수 있도록 풀어내려 한다.
첫댓글 좋은 글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