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엮은 방패
우리고물상 지나
용당식물원 지나
낙원주유소 담장 위 노란 호박꽃
어린 태양의 축제 같아라
시가 찾아와 깜빡이등 켜고
길가에서 시 쓰는데 경찰이 달려오네
주정차 금지 구역 열심히 설명하는 젊은 경찰에게
면허증을 건네니
뭐 하셨소? 묻네
호박꽃이 좋아 시를 쓰는 중이었소, 하니
호박꽃이 좋으오? 또 묻네
아니오 평소엔 자두꽃을 좋아한다오
그가 천천히 면허증을 건네주며
다음번엔 자두꽃 핀 시골길에서 시를 쓰오, 하네
(곽재구, '자두꽃 핀 시골길' 전문)
* 이 작품에 담긴 상호들은 나에게도 매우 익숙하다.
순천을 가로질러 흐르는 동천가의 한적한 길에 위치한 간판들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근의 아파트 공사로 인해서 교통량이 많아졌지만, 예전에는 자동차 통행도 그리 많지 않았던 길이다.
간혹 고가로 지나는 기차소리가 들려오기도 하지만, 차를 타고 그 길을 가다 보면 인근에 핀 꽃들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
아마도 시인 역시 차를 타고 가다가 처음에 마주친 '낙원주유소 담장 위 노란 호박꽃'을 보며, '어린 태양의 측제 같'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 순간 문득 '시가 찾아와 깜빡이등 켜고 / 길가에서 시'를 쓰는 시인의 모습이 눈에서 그려질 듯하다.
그곳에 '주정차 금지 구역'이었던 듯, 시인은 여기에서 경찰과의 대화 장면을 그려내고 있다.
'호박꽃이 좋아서 시를 쓰는 중'이라는 시인의 설명에, '호박꽃이 좋으'냐고 묻는 경찱과의 대화는 아마도 시인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장면일 것이다
그러면서 '평소엔 자두꽃을 좋아한다'는 시인에게, 면허증을 거네주며 하는 경찰의 한 마디.
'다음번엔 자두꽃 핀 시골길에서 시를 쓰'라는 기분좋은 대화로 작품은 끝맺는다.
시인의 시를 쓰는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하겠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