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소설 토론해봅시다(고전소설 편), 권순긍 편, 새날, 2001.
‘텍스트의 창의적 읽기’를 지향하면서, 고전소설에 대한 강의 내용을 엮은 책이다. 고전문학은 일단 현재의 표기와 달라 읽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최근 고전문학 작품을 현대어로 번역하거나 현대어 표기로 바꾸어 소개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사용된 표현들이 지금과 크게 달라 주석이나 해설이 없으면 제대로 이해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엮은이가 찾아낸 방법이 바로 ‘학생들 스스로가 고전의 가치를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며, 가장 먼저 작품을 꼼꼼하게 읽도록 하는 것에 주안을 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작품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내용을 이해하게 되고, ‘기존의 텍스트를 확장시키는 작업’으로서 작품과 관련된 사항을 제시하여 학생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발휘하도록 하였다. 예컨대 <홍길동전>에서는 등장인물인 홍길동이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가출 일기’ 형식으로 작성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일단 작품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아울러 홍길동의 입장에서 고민해야만 그 내용을 작성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작품에 대한 이해와 등장인물의 상황을 자신의 입장에서 내면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 6편의 고전소설 작품을 들어, ‘작품을 읽기 전에’ 항목에서는 간략한 엮은이의 해설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작품의 주요 내용을 현대어 표기로 수록하고, ‘택스트의 확장’이라는 항목을 통해 학생들이 작성한 다양한 보고서를 싣고 있다. 이를 통해 같은 작품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었으며,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닌 작품을 깊이 읽기 위한 하나의 방식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마지막에는 수업을 진행했던 엮은이의 관점에서 ‘토론을 정리’하는 항목을 배치하고 있다. 대학에서의 ‘고전소설론’ 강의에서 실시했던 방식이지만, 이러한 내용에 착안하여 중등학교에서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고전소설 작품은 <홍길동전>과 <춘향전>, <흥부전>과 <토끼전>, 그리고 <양반전>과 <이춘풍전> 등 6편이다. <춘향전>에서는 옥에 갇힌 춘향의 입장에서 ‘옥중 서한’을 작성하도록 했으며, <흥부전>에서는 흥부 혹은 놀부의 입장을 헤아여 둘 중의 하나에 대한 ‘옹호론’을 펼치도록 했다. <토끼전>에서는 용궁을 다녀온 이후 ‘기행문’을 작성하도록 했으며, <양반전>에서는 양반들을 고약한 행태가 적힌 증서에 대해 ‘양반 거부 이유서’를 생각해 보도록 하는 빙식이었다. 마지막 <이춘풍전>에서는 이춘풍 혹은 그의 아내의 입장에서 일기를 써보도록 하였다. 책에 수록된 작품들 이외에도 다양한 소설들에 대해 이러한 방식으로 생각해 보도록 한다면, 작품 이해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