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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다는 것은 그것을 쓴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일이라고 하겠다. 때로는 시의 화자가 되어 고민을 하고, 가끔은 거리를 두고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시집에 수록된 시를 접하면서, 조금은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 듯했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지 못하고, 때로는 자기 자신의 모습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시를 쓴 사람의 마음과 닮았기 때문이리라. 더욱이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은 왠지 쓸쓸하고 고즈넉한 풍경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언젠가 시간이 직선으로만 흐르지 않는 때가 오면 / 그때도 우린 오늘을 기억할까”
표지의 제목 옆에 나람히 쓰인 이러한 글귀는 아마도 수록된 시들을 쓰던 당시 시인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시간의 흐름은 누구에게나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것을 인식하는 이들의 주관적인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다. 과거를 주로 떠올리는 사람은 현재에 만족하지 못해, 과거의 추억을 끄집어내 것을 기억하고자 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현재의 삶에 만족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무엇이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삶의 방식이 서로 다를 뿐이다.
‘눈앞의 / 소나무에나 마음 줄걸 / 어쩌자고 아름답기만 하고 / 잡히지도 않는 흰 구름에’라는 ‘시인의 말’에서 시를 쓰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록된 시들을 읽고 해설을 작성한 이는 시인의 작품에서 ‘소멸을 바라보는 세 가지 방식’을 확인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사라져 없어진다는 의미의 ‘소멸’은 다른 이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되거나 혹은 잊혀진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열망하면서, 소통하지 못한 채 홀로 있는 모습읋 형상화한 작품은 역설적으로 시인의 ‘관계 맺음’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제 수록된 작품에서 그동안의 고독을 토해 냈다면, 다시 쓰는 시들에서는 더 밝은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어본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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