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과학 분야의 책이면서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지속적으로 인용되기도 하고, 혹은 그 개념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제목과 내용이 지닌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역시 책을 읽기 전부터, 다양한 글들에서 저자가 제시한 개념이 활용되고 있음을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은 1976년에 처음 초판이 출간된 이래 여러 차례의 개정판을 거듭하여, 이제는 ‘베스트셀러’로서의 지위를 확고하게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용어나 내용에 대해서 지속적인 반론과 비판이 제기되었으며, 아마도 여러 차례의 개정 작업은 그러한 반론과 비판을 수용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하겠다. 개정 작업을 거듭하면서,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책의 말미에 '보주'를 덧붙여 두고 있다는 점이 '전면개정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이해된다.
‘동물행동학’을 전공하고 있는 저자는 다윈의 진화설에 기초한 방법론을 취하고 있으며, 바로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다윈주의자’라고 밝히고 있다. 역자의 소개처럼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을 포함한 동물 행동에 대한 난해했던 문제들을 유전자의 관점에서 간결하고 적절한 생물학적 비유로 풀어’내고 있다고 이해된다. 그동안 제기되었던 비판들의 중심에는 아마도 유전자에 ‘이기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문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 역시 충분히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오히려 ‘불멸의 유전자’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 모르겠다는 언급을 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상태에서 생각해 보건대, '불폄의'라는 수식어는 이 책의 내용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저자 역시 용어에 대한 비판이 지닌 문제점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제목을 바꾸지 못한 이유라고 이해된다.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이 그저 ‘다윈주의의 실제로 선택되는 단위에 대한 것’일 뿐이며, 그렇기에 ‘그 단위는 정의상 다소간 이기적인 단위’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기적’이라는 표현이 이미 ‘도덕적 가치’를 표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저자는 진화 과정의 ‘자연 선택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이 생물 개체인지 아니면 유전자의 문제인지’를 따져, ‘개체의 번식은 유전자의 생존과 동일하므로 별문제 없다고 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유전자의 진화를 논의하면서 특정 개체의 행동 양식을 전제로 추론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기에 인문학의 관점에서 ‘이기적’이라는 가치 평가를 담고 있는 용어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저자는 보주를 통해서 그동안 제기되었던 비판 혹은 반론에 대해 보완하고 있지만, 여전히 판의 논점에 대한 핵심적인 문제 제기는 요효하다고 여겨진다.
인문학을 전공하는 나로서는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여전히 전체의 내용을 적절히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연과학의 지식을 독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명쾌하게 풀어가고 있는 저자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서는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아울러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의 내용을 ‘오독하고 있다’라는 관점을 제기하고 있는데, 실제 ‘오독’ 혹은 ‘적절하지 못한 이해’를 이끄는 것 역시 저자의 몫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유전자의 진화를 설명하면서 ‘이기적’이란 가치 평가의 수식어를 사용함으로써, 초래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비판이자 문제 제기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기하고 있는 유전자의 진화에 대한 추론이 매우 타당하게 받아들여지지만, 그럼에도 ‘유전자가 이기적이라고 해서 개체 자체의 본질이 이기적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누군가의 언급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여겨진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