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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나 전남 보성을 여행할 때, 빠지지 않고 들르는 장소 중의 하나가 바로 녹차밭이다. 넓게 펼쳐진 곳에 심어진 차나무를 돌아보고, 안내소 혹은 카페에 들러 제공하는 차를 마시는 것도 그곳을 찾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다. 나 는 한동안 격식에 맞게 다구를 갖춰 차를 즐기다가, 조금은 번거롭게 느껴져 지금은 간단하게 차를 우려서 마시는 방식을 사용한다. 전문적으로 차를 즐기는 정도는 아니지만, 다양한 차를 마시다 보니 이제는 나름대로 차의 종류와 향을 구별할 정도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저자의 안내에 따라 대만의 차 생산지를 답사하면서 소개하는 차를 마시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저자는 차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오랫동안 차를 알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많은 스승을 만나고 차를 만드는 제다(製茶) 기술까지 익혀, 이제는 제자를 키우면서 ‘차 전문가’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차에 대해 알게 될수록 차를 생산하는 장소를 방문할 기회가 늘어나고, 근래 다녀온 ‘대만차 기행’에 대한 내용으로 이 책을 엮어냈음을 밝히고 있다. 대만의 차 생산지를 직접 방문하여 차밭과 제다실에서 차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그들이 제공하는 차를 직접 마셔본 소감들을 전문가다운 식견으로 기록하여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속표지의 뒷면에는 이 책의 내용들이 본래 출간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라, 저자의 SNS 기록을 바탕으로 구성된 것임을 밝혀주고 있었다. 저자의 SNS에 수록된 기록들을 검토하고 목차에 맞춰 엮어내면서, 편집자는 ‘날 것의 투박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를 관통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확인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렇기에 아마도 차에 대해 관심이 깊은 독자라면, 이 책을 읽은 다음 대만의 차 생산지를 둘러보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대만의 차 생산지 여러 곳을 답사하면서 저자가 봤던 풍경과 그곳의 차 문화에 대한 감상이 그만큼 흥미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역사 속의 대만차’라는 항목부터 주요 차 생산지 6곳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차의 브랜드, 그리고 대만의 차 문화를 이끌어 온 두 사람을 소개하는 내용까지 저자의 차에 대한 애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대만을 대표하는 브랜드로서 ‘동방미인의 고장, 신죽현’과 높은 산에서 재배하는 것이 특징인 ‘고산차의 고장, 아리산’ 그리고 ‘목책철관음의 고장, 무자’ 등 차의 주요 생산지를 소개하고 있다. 이밖에 ‘문산포종의 고향, 평림’과 ‘마시는 향수, 일월담홍차’ 그리고 ‘동정우롱의 정수, 남투현’ 등 각 항목의 제목에서 주요 차 생산지의 지명과 그곳에서 생산되는 차의 특징과 브랜드를 아울러 소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대만차 거장과의 만남’에서는 여례진과 장지견이라는 두 사람을 소개하면서, 그들의 차에 대한 깊은 애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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