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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교관의 독백’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평생 외교관으로 살아왔던 저자의 경험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던 1970년대로부터 정년을 하던 2007년까지의 상황을 담아내고 있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나라에 부임하고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글 속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저자가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시기는 그야말로 우리의 현대사에서 격동의 세월에 해당한다. 오랜 기간 동안 활동하면서 저자가 겪었던 역사의 흔적도 희미하게나마 글 속에 묻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외교관은 분명한 표현보다 유보적인 답변으로 다른 이들을 상대한다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상식처럼 알려져 있다. 동석한 자리에서 ‘예스’라는 답변을 들었지만, 그것이 긍정인지 혹은 ‘노’라는 표현을 에둘러 한 것인지 그 의미가 분명치 않다는 저자의 설명이 제시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재원으로 외국에 거주하면서 만난 이들의 의중을 탐색하는 것이 외교관의 중요 역할 중의 하나라고 설명한다. 아마도 정년을 하고 한참이나 시간이 흘렀기에, ‘그 시절, 그날의 이야기’라는 형식으로 풀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목차의 내용이 딱히 저자의 활동 순서에 따른 것도 아니고, 외교관으로서의 생각과 개인적 관심을 엇섞어 놓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냉전시절 서로 다른 이념을 지닌 나라에서 겪어야만 했던 난처한 상황이 등장하기도 하고, 그것을 통해 저자가 지니고 있던 생각들을 표출하기도 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좋았던 기억을 글속에서나마 되살려보았던 일은 아마도 정년을 한 저자에게 자신을 반추할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저자가 정년을 한 후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기에, 외교관들의 활동이 과거와 다른 점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국가를 대표하는 존재로서 외교관들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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