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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나에게 글쓰기는 늘 어려운 작업으로 다가온다. 대상 작품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머릿속에는 정리되지 않은 채 존재하지만, 그것을 문장으로 만들어야만 하나의 결과물이 탄생할 수 있다. 머릿속의 다양한 생각들을 정리하여 일관된 체제를 가진 내용의 글로 완성시켜야만, 비로소 하나의 연구 결과물이 탄생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최종적으로 완성된 글이 나오기까지 몇 번이고 수정의 수정이 거듭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게 완성된 글을 나중에 다시 읽으면서,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일단 완성되어 지면에 발표된 논문은 고칠 수도 없으며, 글에 기록된 저자의 이름은 그대로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내 경우 글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다른 누구의 글과도 다른 나만의 개성을 충분히 드러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교재들을 접했지만, 비슷한 체제와 구성을 지닌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나치게 형식적인 체제로 인해, 과연 그 내용이 글쓰기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지니기도 했었다. 지금은 글쓰기 과목을 따로 담당하지는 않지만,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글쓰기에 관한 교재를 선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수업에서 특정 교재를 사용하기보다 다양한 책들을 정리하여 나만의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교실에서 수강하는 학생들 수만큼 글쓰기에 대한 필요성이나 욕구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지극히 뻔한 교재로 형식적인 글을 쓰도록 유도하는 수업의 방식은 누군가에게 지루하고 때로는 불필요하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글쓰기는 교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형식적 절차를 따라 글을 쓰는 작업은 하나의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글쓰기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수요자가 어떤 글쓰기를 원하는지를 확인하여, 그에 맞는 글쓰기 방식을 안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누군가는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을 쓰기를 원하고, 누군가는 지극히 실용적인 형태의 글쓰기를 원할 수도 있다. 물론 논문 작성이나 칼럼과 같은 형태의 글쓰기를 원하는 수요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재로 진행하는 수업은 천편일률적인 내용으로 수요자가 아닌 교수자의 입장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그 결과물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일부를 제외한 수강생들은 학기 내내 글쓰기를 지루하고 어렵게 느끼고, 학기가 끝나면 그 방법과 내용조차 기억하기 싫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다른 글쓰기 교재와는 다른 마덕이 있다고 여겨진다. 글쓰기의 방법이 아닌 ‘전략’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저자들이 선정한 ‘글’을 제시하고, 그 글이 지닌 장접이나 특징을 짚어가면서 다양한 형식의 글쓰기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들 역시 이 책을 ‘실용적인 글쓰기 책’이라고 규정하고, 다양한 사례를 통하여 ‘글의 작성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독자들이 직접 글을 작성하도록 이끄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느 정도 글쓰기에 익숙한 이들에게 이 책의 방식은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책의 방식 역시 하나의 참고 자료일 뿐이지, 결국 글쓰기는 저자만의 특징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몰개성적이거나 다른 누구의 글을 모방하는데 그치기가 쉽다는 점이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진부한 말이지만, 자기만의 글쓰기 방식을 익히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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