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궁궐이나 오랜 고택을 답사할 때, 갖가지 모양으로 장식된 담장을 마주할 경우가 있다. 꽃과 나무와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는가 하면, 길한 내용을 뜻하는 한자로 표현하는 경우도 잇다. 이처럼 ‘담에 무늬를 베풀어 장식한 유형을 꽃담’이라 칭하는데, 아마도 처음에는 ‘흙담에 돌이나 깨진 기와 쪽을 박아 넣어 변화를 시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전문적으로 한옥을 건축하고 수리했던 경력을 지닌 저자가 한옥에 잘 어울리는 꽃담의 의미와 종류 및 그 내력 등에 관해 설명한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다.
민요인 <진주낭군요>는 “울도 담도 없는 집에서 시집살이 삼 년 만에~”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여기에서 ‘울’은 흔히 ‘울타리’라고도 하는데, 사전적으로 ‘담 대신에 풀이나 나무 따위를 얽어서 집 따위를 둘러막거나 경계를 가르는 물건’을 가리킨다. 이에 반해 ‘담’은 ‘담장’ 혹은 ‘담벼락’ 등과 혼용되는 단어로, 일반적으로 ‘집의 가장자리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막기 위하여 흙, 돌 따위로 쌓아올린 것’을 일컫는다. 울이나 담은 그 지역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집주인의 경제력의 차이에 따라 규모나 재료가 달라지기도 한다.
꽃담은 ‘갖가지 무늬를 넣고 쌓아 아름답게 꾸민 담’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집을 아름답게 꾸미고자 했던 것은 과거에서부터 지속되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우리의 전통 건축물에서 기와와 벽돌 등으로 구조물을 만들거나, 혹은 그것에 문양을 새겨 도드라지게 배치하면서 장식으로서의 기능을 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도자기에 그림이나 문자를 새기는 것 역시 장식의 기능을 중시한 때문이며, ‘꽃담’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본격적으로 담을 치장하는’ 풍조가 널리 퍼지면서 그 문양이 다양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꽃담의 종류와 의미를 설명하면서, 그와 관련된 다양한 사진을 첨부하고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그 존재와 의미를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답사나 여행을 하면서 마주치는 전통 건축물들과 함께 꽃담을 찾는 재미도 첨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