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온도로 지키는 명당
엄마의 명당은 두 개.
그리움과 기다림의 온도로 채워진 마당 넓은 집.
다른 하나는 천 걸음 정도면 닿을 듯한 거리에 있는 천연잔디 이불지어 아담하게 잘 지은 집.
5남매를 낳아 공부시켜 객지로 다 내보내고 두 분이 아웅다웅 사셨던 시골집
마을에서는 위쪽에 있는 집이라 아버지 안 계시면 엄마 혼자 무서워 어떻게 사시려나 내심 걱정했는데,
가신 지 8년. 처음 집 지키는 강아지를 한 마리 키웠는데 이웃동네에서 가출한 남자 친구덕에 7마리 복덩이를 얻었었다. 커가면서 감당하기 힘들어 사료값에 백신값까지 얹어서 다 분양해 주고 마지막 한 마리를 키우다가 외출할 때마다 이웃에 부탁하고 다니기 불편해서 다 정리하고 5년 전부터 홀로 사신다.
바람소리 을씨년스러운 겨울이면 우리 집에 오셔서 월동하고 가시라고 하면 "기름보일러 가득 채워놓고 옥매트 깔고 자면 월매나 좋은데 말라고 너네 집에 가서 불편하게 하고 눈치 보며 살겠나"하고 손사래를 치신다.
미수년이라 인터불고 뷔페 사드렸더니 오래 살아서 사위에게 이런 대접도 받아보고 너무 좋다고 만면에 웃음 가득하셨다. 드시는 음식이야 얼마 안 드시지만 눈으로 보고 대접받으시면서 행복해하셨다. 하룻밤 주무시고는 가시겠다고 한 곳은 엄마의 손때가 두껍게 묻어있는 시골집.
모셔다 드리니 하시는 말씀이 "일류 호텔이 좋다지만 나는 여기가 꽃자리네". 하셨다.
해마다 텃밭에는 소일거리로 고추, 가지, 콩 등 아마 여남은 가지는 심고 가꾸신다.
살아 있는 동안은 한 평도 놀릴 수 없다고 하시면서.
5남매 누구라도 언제든지 가면 빈손으로 보내지 않고 뭐라도 챙겨주신다. 늘 되돌아올 때 짐이 더 많다.
아이들 어리고 직장 다닐 때는 엄마가 김장이랑 간장, 고추장 담가주셨는데, 몇 년 전부터는 고추장 김장김치를 담가 드린다.
엄마의 김치 담그는 법을 전수해서 김치는 정말 맛있게 잘 담근다.( 자화자찬 )
혹시라도 홀로 계시는 엄마가 어쩔 수 없이 시설에 모셔지게 될까 봐 5남매가 주 단위로 돌아가면서 방문을 한다.
아버지 요양시설에 1년 남짓 계실 때 꼬부랑 노인네가 매일 영감 걱정되어 드나들었기에 시설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으신지 정신을 바짝 차리신다.
시골집은 1년만 비워두면 고양이의 아지트가 되어버리기 일쑤다.
등 굽은 노인네가 그리움과 기다림의 마음의 온도로 당신의 꽃자리를 잘 지키고 계신다.
울 엄마의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 어릴 적 젖가슴에 손 넣으면 느꼈던 그 따뜻함이겠지.
오늘도 따뜻함으로 당신의 꽃자리를 잘 지키고 계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