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건축 기행-10 지하의 도시공간 - 레알광장
어린시절 읽었던 공상과학소설의 잔영이 기억되고 있다.
주인공 소년이 갑자기 알 수 없는 땅밑 공간으로 추락하며 지상에서와 다른 차원의 과학문명세계를 체험하는 경이로운 이야기였다.
지금은 무한대의 우주적 스케일의 S․F물에 비하면 이야기류가 될수도 없는 고전(?)이지만 서있는 땅아래․바다밑 세상조차도 신비의 대상이던 때가 불과 2,30여년 전이었다.
인간이 상상하고 생각하는 모든것은 반드시 실현되어 진다는 것이 과학문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공상과학 이야기는 곧 우리들의 미래 모습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를 전환점으로 인류과학문명의 전환을 예고하기도 한다.
과학소설의 상상도인 건축․도시의 형태도 점차 21세기의 영역에 진입하고 있어 수백층의 피라미드형 도시, 캡슐조립식 초고충 아파트, 폐광을 이용한 지하 수백미터에서의 생활공간이 개발되고 있으며, 30년전<겐죠․단게>의 상상도면<동경만 해상도시>가 일본에선 구체적으로 연구중에 있다고 하니 우리의 생활방식과 건물․도시의 형상은 미래형으로 한층 가속화 될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계획가들은 인구의 도시유입에 따른 도시의 질서를 정비하는 차원에서 <전원도시>,<선상도시>,<환상도시>등 평면적 배치로서의 주거, 공업시설, 교통지구의 분리 및 조화를 우선하였고, 30년대 <꼬르뷔제>는 개별적인 건측물의 독립성에 머물지 않고 건축물의 고층화, 규격화 및 지상공간의 녹지․보행․교통으로 남겨놓는 근대도시형을 제안하며 도시 건축물의 고층화를 주장했다. 그리고 50년대 이후 도시의 초거대도시(Mega-Police)화에 따라서 유럽의 젊고 진취적인 건축가들과 사회학자들은 미래의 도시와 예측되는 미래생활방식을 적극 해결하기 위한 상상 도시계획안(?)들을 제시하기 시작한다.
도시가 입체화․3차원화되고 지하공간의 필연적인 활용 및 교통망적 구성, 그리고 도시의 상공이 과학 구조물로 조립되는 과학도시의 실현을 예고하며 실제 70년대부터는 공업기술주의 건축, 즉 하이테크(Hightech)건축이 발달하여 도시의 첨단 기술화의 기초적 흐름을 이루어가고 있기도 하다.
젊은 건축그룹<TEAM-10>,<G.E.A.M>,<ARCHIGRAM>등은 이론과 작품을 통해서 건축의 이론과 작품을 통해서 건축의 가변성, 입체 공중도시계획, 조립시스템 도시구조, 미래형 도시계획을 제시하며 분리된 도로, 교통시스템의 도시하부 구조로서의 장치적측면을 예고한바 있다. 현대의 대도시에서는 분리되고 빠른 지하전철 환승시스템으로 1차적 도시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2차적으로 상업,쇼핑시설, 문화시설의 계획, 그리고 3차적으로는 지하시민공원, 광장 등으로 지상공간의 대체 효과를 실현하기 시작 했다고 볼 수 있겠다.
70년대 초 수도 서울은 지하철 개통으로 지하교통공간시대가 시작됐고, 90년대의 현재 대구에서도 두더지 작전이 시작되어 몇년동안 불편을 담보로 본격적 지하공간시대를 맞게 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교통환승로로서의 공간이 아닌 미래지향적으로 도시생활의 중요한 거점이 될 미래공상적 공간의 구상이 계획되지 않는다면 음침한 닫힌 공간으로서의 슬럼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도시 구조적 여건, 경제, 문화적 배경에서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겠지만 파리 중심지역의 지하공간 「레.알지구」를 기행함으로서 장래 지하도시 시대를 에측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들의 치밀하고 수준높은 지하 공간 연출법을 배울 필요도 있을 것이다.
<레.알 광장>
레 알지역은 지하철교통의 중심지역으로 서울의 서울지하역,대구의 반월당 중심지역에 해당한다.
70년대초 중앙시장지역을 이전하는 도시 재개발사업으로 출발하였으며, 지상․지하공간을 종합하여 「레.알광장」으로 칭하는
4 종류의 공간영역으로 구분된다.
① 지하 4층으로 입체화된 교통기능영역은 고속전철환승, 대형주차공간, 자동차 통과 도로가
구성되며② 지하 4층의 대형 상업시설영역은 200여 개의 상점과 관련시설, 면적 약 50,0000㎡의 종합 쇼핑센터기능,
③ 인접한 고딕건축인 「성 유스타쉬」성당 전면에 계획된 「알르의 정원」이라 칭하는 시만 광장 및 공원지역.
④ 올림픽 수영장, 체육관, 다목적 문화시설이 포함되어 있는 지하 스포츠시설부분으로 다양 하게 계획되어 있다.
혼잡해야 할 팔리 중심지역의 심장부가 고즈넉한 산책공원으로 여유로움을 갖는 것은 모든 구조물과 시설들을 지하공간으로 수용함으로써 가능하며 우리의 사업검토라는 것은 땅값,시설분양가,건축투자비의 대비뿐이며 결과물은 항상 용적율 높은 초대형 상업건축물 세우기이며 결국은 교통동선의 정체현상으로 도시의 악조건을 만들기가 십상이다.
지하 대형쇼핑센터는 1979년 <끌로드. 바스꼰니>와 <빵. 크레악> 설계로 완성됐다. 진입부분은 커다란 장방형의 선큰가든으로 계획되어 지하공간에 빛과 통풍을 제공한다. 버섯모양의 지상 구조물․반원형의 유리․백색프레임 형태는 「유스타쉬 교회」의 고딕아치의 유선형태와 연결시켜 디자인화를 꽤했음을 쉽게 읽을 수 있겠고, 선큰가든은 여름날 일광욕장이 되며, 환경 조형물의 예술적 분위기는 문화회관 마당으로 느끼게하여 상업시설의 호사스러움니 전혀없다.
지하 쇼핑공간의 지루하지 않는 페데스트리안, 블록단위 상가계획, 상품성에 따른 개성적 점포 디자인 등. 우리의 지하 아케이드 한계성을 비교해 본다.
가장 경제적인 Proto-type에 그치는 시설투자, 일직선의 동선, 일괄된 건축재료와 패턴, 낮은 실내높이, 공간의 지루함, 통풍, 조명, Sign-Board,……. 지상의 시설보다도 수분을 높이지 않으면 곧 열악한 환경으로 타락함을 경험한다면 미래형 지하공간시대의 계획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될 것이다.
대형 쇼핑센터와 연결하여서 스포츠센터 영역을 만난다. 지하공간의 폐쇄성을 감하기 이해 탑 라이트(Top-light)와 녹지조경을 활용하며, 각 시설의 분기점에는 대형 Major-Space가 계획되어 15미터 높이의 트인공간은 구조물의 P․C조립형태가 그대로 노출되어 낮고 섬세한 인테리어적 분위기의 상점과는 대별되어서 새로운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금속성 재료가 아닌 콘크리트 재질로서 지하 대형공간의 삭막함과 기계조립성의 공포를 벗어나게 한다.
보행자들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 투명유리벽 안의 수영장은 그야말로 시민생활체육 시설로서 가까이 이용되며, 또 지하공간에서 즐기는 물놀이는 보행자에게도 구경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상으로 벗어나면 「유스타쉬 교회」의 광장 「알르의 정원」을 만난다.
지하도시 속의 혼잡한 인구밀도에 비하면 잿빛 비둘기와 외로운 노인들만 남아있는 텅빈 광장이 파리의 시가지 한가운데 남아 있다는 것이 신비롭기조차 하다.
밀적된 내부공간의 숨통을 틔워주고 경제적 상업성보다도 시민들의 예술적 정서와 감성을 배려하는 도시계획의 면모를 느낄 수 있으며, 보존되고 있는 교회당의 상징광장과 원형계단형의 야외공연장이 되는 「알르의 정원」은 현상설계 공모에서 <아레쉬(Arretche)>의 계획안이 당선되었다.
인간의 머리와 손을 주제로 그로테스크하게 보여지는 화강석 조형물은 전통적인 고딕양식의 교회와 대비되어 역사의 바탕위에 미래문명을 계획하는 프랑스적 창의성을 생각케한다.
그들의 감성적이고도 이지적인 창의력은 일찌기 개선문을 정점으로 하는 근대도시계획을 실행했으며, 지금은 마이더스의 손으로 시속 400㎞의 T.G.V와 도버해협의 바다밑을 관통하는 문명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