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여행을 준비하며
일본은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떠날 때 준비물에 신경썼다. 취사 도구며 밑반찬을 마련했고 교통 수단은 청춘 티켓(5회분)을 활용하여 장거리 이동을 계획했다. 청춘티켓은 0시부터 24시까지 횟수에 상관없이 1회로 간주하기 때문에 시간대를 잘 활용해야 했다.
일본여행은 아소산과 후지산 등반에 주 테마를 두면서 곳곳에서 일본을 느껴 볼 수 있도록 가능한 이동을 많이 하기로 했다. 일본은 비행기 경유지로 얼마든지 다음에 여행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는 현해탄을 건너는데 의미를 두었다.
* 교통
나는 일본 JR패스를 이용하여 후쿠오카에서 삿포로까지 이동하고 싶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15박16일로 후쿠오카에서 도쿄간으로 축소하고 청춘 티켓을 활용했다. 청춘티켓은 방학기간 동안 0시부터 24시까지를 1회로 간주하고 그 사이는 무제한 사용이 가능하다. 5회분을 묶어 판매하며 이름그대로, 젊은이들에게 여행을 권장하는 차원에서 그 기간동안 임시 특별열차도 운행되었다.
이 테켓은 여행 일정과 거리, 이동 시간대를 잘 맞춰 이용한다면 교통비가 비싼 일본 여행에서 경비가 절약되고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장거리 이동은 야간 열차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잠자리가 불편한 것이다. 그러나 임시열차의 시설이 깨끗하고 복잡하지 않으며 치안이 안전해 체력이 따라 준다면 짧은 여행 일정 시간을 단축하고 비싼 숙박료가 절약되어 배낭 여행객에게는 더 없이 좋은 교통수단이다.
나는 이 티켓을 이용하여 후쿠오카 - 오사카 - 나라 - 동경 - 교토 - 후쿠오카 - 구마모토 - 아소 - 벳부 - 시모노세끼로 이동했다.
* 후쿠오카에서 동경까지
후쿠오카의 오오호리 공원, 후쿠오카 성, 텐진 지하상가를 구경하고 밤차를 타고 다음날 새벽 오사카 성에 내렸다. 오사카 성은 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고 멀리서 보기보다 실제는 컸다. 전시물 중 이토히로부미의 생애를 소형 인형극으로 작은 암실을 통해 볼 수 있게 꾸민 것이 일본답다고 느꼈다.
오사카에서 나라로 이동하여 담징의 금당벽화가 있는 법륭사를 찾았다. 희미한 형체와 색이 인도의 아쟌타 석굴의 그림과 비슷했다. 나라 공원 안에는 사슴 떼가 여행객을 즐겁게 했고 흥복사(고후쿠지) 동대사(도다이지) 5층석탑의 유적들이 근처에 밀집 되어 있어 옛 수도답게 볼거리가 많았다.
나라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새벽에 도쿄에 도착했다. 락커에 짐을 맡기고 당일 티켓을 이용하여 시내 여러 곳과 교외를 다녀올 수 있다. 메이지 신궁, 요요기 공원, NHK 방송, 우에노 공원과 박물관, 동경대학, 황궁, 긴자 거리를 구경했다. 일본은 어디나 넘쳐 나는 많은 사람들, 많은 상가, 신사, 넓은 공원이 많다. 메이지 신궁은 도심 속에서 숲길을 걸어볼 수 있었다.
내가 동경에서 인상 깊은 곳은 동경대학 도서관이었다. 겉보기에는 그다지 크지 않은 건물인데 도서관에 들어서니 수위가 관람자 명찰을 달아 주었다. 층계 위로 붉은 카펫이 길게 깔려있어 조금은 무게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나는 한층 한층 오르면서 서가에 꽉 찬 책과 자료, 손쉽게 열람할 수 있는 서가와 열람대, 조용한 분위기, 간결하게 꾸며진 실내 장식, 깨끗한 청소 상태에 놀랐다. 겉보기와는 다른 내부 시설이 역사를 지닌 대학의 도서관다웠다. 한 곳도 허술한 구석은 찾을 수 없고 이용자위주로 편리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도서관은 이렇게 되어야 해'라며 나는 빈 좌석에 가만히 앉아 보았다.
* 후지산 야간등반
신주큐 지하철역 구내 락커에 짐을 보관하고 오후 7시에 후지산으로 출발하는 관광버스를 탔다. 해발2340m인 오합목에 9시경 도착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1박하기로 했는데 버스에 함께 타고 간 유럽 관광객들이 등산준비를 하고 바로 산에 오르고 있었다. 우리 부부도 예정에는 없었지만 준비를 하고 함께 출발했다.
후지산에는 산장이 적당한 거리에 있었고 어느 정도 높이까지의 길이 넓게 잘 닦여 있었다. 그리고 산장의 외등 불빛이 비춰 밤이라도 오르는데 별 무리가 없었다. 멀리 요코하마 시의 야경도 볼 만했다. 6합목, 7합목은 힘들지 않고 적당한 페이스로 걸을 수 있었다. 8합목을 지나면서 비바람이 불고 기온이 내려가 추워서 잠시도 쉴 수가 없었다. 각 산장에는 낮에 도착한 등산객들이 자고 있었고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에게 지팡이에 기념 도장을 새겨주고 있었다.
9합목을 지나면서 산의 높이가 3000m가 넘었다. 어떤 사람은 간이 산소통을 착용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우리부부는 걷기에는 힘은 들지만 큰 무리는 없었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쉬는 회수가 잦아지고 잠시 쉬면 졸음이 쏟아졌다. 비는 오락가락하고 바람의 세기는 여전했다. 날이 서서히 밝아 올 때 우리는 정상에 섰다. 해발 3776m 정상의 팻말 앞에서 기뻤다. 특별한 등산장비도 없이 예정에 없었던 야간 등반이었기 때문이다. 비바람은 여전히 세게 불었지만 뿌듯한 마음에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정상 휴게소에서 라면을 먹고 분화구를 한바퀴 돌기로 하고 출발했다. 지난날 제주도 한라산 정상의 분화구를 한바퀴 돌면서 아래에 펼쳐지는 풍경에 큰 감동을 받았기에 조금 무리해서라도 해볼 작정이었다. 분화구를 반 정도 갔을 때 칼 바람이 불어 날릴 것 같았고 가파른 바위 길이 나타났다. 순간 예상 밖으로 쉽게 정상에 섰다는 자만심에서 겁없이 도전한 무모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어 되돌아 하산 길을 찾았다.
후지산 정상의 분화구에는 풀 한 포기 없는 삭막한 바위뿐이었다. 간밤에 오를 때는 미쳐 몰랐던 돌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면서 '이 험한 길을 어떻게 올라갔지 ' '무식이 용감한 행동을 하게 한 것같다' 며 우리는 웃었다. 비를 맞고 내려오면서도 기운이 났고 발걸음도 가벼웠다. 어떤 일을 성취하고 난 후 갖는 보람은 참 값지다는 것을 후지산 등산으로 또 한번 경험했다. 오합목 터미널에서 1시30분차를 타고 신주규 되돌아 왔다. 3박4일로 예정한 일정이 1박2일로 단축되었고 등산비용도 들지 않아 공짜 등반이었다며 우리는 좋아했다.
* 동경에서 아소산까지
도교에서 야간열차로 타서 다음 날 아침 천년간 수도였던 교도 역에 내렸다. 우리나라의 경주와 같은 느낌으로 시내 가까이 볼거리가 모여 있어 지하철과 버스 이용으로도 관광이 가능했다. 박물관과 33칸당, 청수사, 금각사, 동분원사, 서본원사, 왕궁등을 둘러보았다. 어느 곳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33칸당 퇴 마루에 잠시 누워 쉬기도 했다. 교토 역은 최신 현대식 건물로 작은 공항같았다. 고도의 유적과 최신의 기차 역을 가진 교도는 깨끗하고 볼거리가 않았다.
교도에서 밤차를 타고 후쿠오카에 도착하여 기차를 바꿔 타고 구마모토에 도착했다. 구마모토 성과 수전사 공원을 보고 아소로 가는 기차를 탔다. 작은 차는 좁고 높은 산길을 잘도 올라 조그만 역사에 정시에 정확하게 도착, 출발하며 산골마을의 교통수단으로 편리하게 이용되고 있었다. 나는 기관사 옆에 서서 연이어지는 터널을 통과하며 펼쳐지는 경치구경을 했다. 어디나 빈틈없이 땅을 활용하고 살아가는 일본 산골 구경을 잘 한 열차 여행에 낭만이 있었다.
아소산이 있는 아소는 생각 밖으로 작고 조용했다. 숲 길을 걸어 찾아 간 유스호스텔에는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있고 일본의 목욕 문화를 그곳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아소 버스 터미널에서 아소산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정상까지는 케이블카가 운행했다. 정상의 분화구에는 화산활동으로 김이 피어 올라 바람에 따라 춤을 추는 것같았다. 오를 때는 케이블카를 이용하고 내려 올 때는 걸어서 내려오면서 아소산을 감상했다.
* 아소에서 시모노세끼까지
아소역에서 뱃부로 이동하면서 기차를 여러 번 갈아탔다. 기차를 바꿔 타는 것이 번거롭지 않았다. 1량짜리 열차가 단거리로 다니면서 다음 행선지로 가는 기차와 연결이 되게 시간표가 잘 짜여 있었다. 산골 역에 내려 잠시 기다리는 동안 나는 역 주변을 살펴 볼 수 있었고 상점 구경과 먹을 것도 살 수 있어 산속 열차여행을 더 재미있게 만들었다. 아무리 작은 역이라도 모든 기차는 정시에 들어와 정시에 출발했다. 나는 여러 번 갈아 타면서 규수 섬을 횡단하여 벳부에 도착한 여행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벳부는 세계적인 온천 휴양 도시답게 숙소마다 온천 물이 흘러 내리고 도시전체가 지열로 끓는 것 같이 굴둑으로 김을 내품고 있었다. 9개의 지옥천 순례 공통 티켓을 사서 각각의 이름에 걸 맞는 특징을 가진 온천활동을 차례로 구경하고 작은 벳부 대학도 구경했다. 해안을 산책하고 대형 슈퍼에서 생선을 사서 매운탕을 끓여 입맛에 맞는 식사로 배부르고 유명한 온천지역에서 온천을 즐기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오후 늦게 과일 가게에서 세일하는 복숭아 맛도잊을 수 없었다.
벳부에서 기차를 타고 시모노 세끼로 이동하는 열차에서 일본 여중 학생들의 멋내기로 화장하는 모습, 여행하는 가족들, 다양한 사람들을 보고 해안과 도시를 통과하는 풍경에서 일본을 느껴 볼려 했다. 시모노세끼에 도착하여 오후 5시에 출발하는 부관 페리를 기다리며 우리는 인근 쇼핑센타를 둘러보았다.
* 여행을 끝내며
나는 청춘티켓을 활용하여 일본의 주요 도시를 들려 보았다. 규수 산간지방을 통과하는 열차여행에서 낭만을 느꼈고 , 후지 산의 야간등반은 모험과 성취감을 맛보게 했다. 동경대학 도서관에서는 나도 그런 환경에서 공부해 보았으면 하는 부러움과 도서관 시설과 분위기에 감탄도 했다. 그리고 현해탄을 건너고 싶다던 나의 바램을 이룸과 동시 일본을 오가며 장사하는 보따리 장사들의 삶의 현장을 보면서 내 생활을 돌아 보았다.
무엇보다 적은 돈과 짧은 일정으로 나는 풍부한 체험과 경험을 얻었고 야간 열차 여행에도 무리없이 견뎌낸 체력으로 건강하게 여행을 끝낼 수 있었다는 것이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