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을 때의 이유
지소하
버릇처럼 문을 나서고
몇 걸음 채 떼지 않았는데
제멋대로 멈추는 걸음
발치부터 휘돌아 올라가는 눈발들이
아래를 향해있던 시선을 가득 메우고
멈춘 걸음의 깊은 들숨이 느껴진다
결국 쉬이 걸음을 떼지 못하고
춘삼월 끝자락에 맺히는
난분분한 눈발만 바라보게 되는데
어드메엔 영춘화도 홍매도 진달래도
잊힌 이야기처럼 깃들지 않았다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길이 든 것인지
외면하지 못한 긴 날숨에 눈을 감고 마는데
오름을 택한 눈발 따라 휘날리던 나는
먼 곳에서 온 손을 피할 겨를도 없이
속수무책 맞이해야 하는데
여전히 길들지 않는 너는
항상 이렇게 오고
나는 항상 이렇게 흔들리고.
#글뜨락 #햇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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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하 마음 뜨락
달이 차고 지듯
늦을 때의 이유
지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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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08 11:0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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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영춘화도 홍매도 진달래도
얼굴 내밀고 웃을 때를 기다려봐요.
봄은 기별 없던 임 오듯 오고
바람같이 사라지지만
우리는 그 봄을 못 잊어
해마다 기다리지요.
올 해는 얼마나 늦어질 지 모르겠네요.
엄니의 진달래 따러 가잔 소리.. 이명에 섞이어 들려오면
그때 비로소 봄이구나 할텐데.
그 봄을 기다리다 진달래 피는 것도 보지 못하고
하늘자리 가신 엄니가 진하게 생각나겠지요.
벌써 이만큼입니다.
입춘이 이십 일도 남지 않았네요. ^^